유체는 압력을 가하는 주체가 객체의 저항을 완전히 제압하지 못하면 그 힘은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도로 튕겨져 나온다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Navier-Stokes equations) 내의 베르누이 원리(Bernoulli's principle)와 압력 구배(Pressure Gradient). 에너지 보존과 재귀성 정리.

지난 6월 10일, 미국 에너지부(DOE)가 추진한 전략비축유(SPR) 교환 입찰(RFP)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4,000만 배럴이라는 대규모 물량을 내놓았음에도 고작 0.5만 배럴만이 낙찰되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단순한 행정적 실패나 마케터들의 외면으로 치부하지만, 이는 현재 유가 시장이 겪고 있는 "펀더멘털과, 프리미엄 가치"가 서로 괴리되고있음을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신호다.

캘린더 스프레드 (Calendar Spread) (2026.8월물 - 2027.7월물) 12개월 차이
만기물 간 스프레드는 주로

1.현물 시장간의 수요파악

2.시장의 리스크 반영정도

3.마케터들의 수익성 (차익거래 기회)를 말한다.

스프레드가 크다 (백워데이션): 당장 기름이 귀해서 지금 사려면 비싼 값을 치러야 합니다. 시장이 타이트하다는 강력한 신호 (공급 부족)

스프레드가 작거나 역전된다 (콘탱고): 당장 기름이 남아돕니다. 저장 비용을 내고라도 나중에 사겠다는 뜻 (공급 과잉)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미 이란간의 지정학적 충돌로 급격히 가팔라진 선물격차가

2026년 6월 17일 MOU 기점으로 전쟁 그 이전으로 내려왔다.

다만, 지금 시장이 보여주는 이 5달러라는 숫자는 시장이 정상화 되었다는 신호가 아니다. 지정학적 리스크 이전의 원점(Pre-conflict level)으로 회귀하려는 현상이다.

3-2-1 크랙 스프레드 차트
chart date. 2026.6.21

원유 3배럴을 투입했을 때, 휘발유 2배럴과 난방유(또는 디젤) 1배럴을 생산해서 얻는 수익 마진

금융 시장이 지정학적 화해를 프라이싱하며 가격을 억누르는 동안, 실물 시장의 정유 마진(Crack Spread)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정유사들이 가동을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는 실질적인 공급 부족 상태임을 방증한다. 시장의 가격 곡선이 가리키는 '평화'와 산업 현장이 보여주는 '긴박함' 사이의 괴리가 임계점을 향해 가고 있다.

브라이언 마운드(Bryan Mound) 및 빅 힐(Big Hill) 전략비축유(SPR) 시설에서 4,000만 배럴의 원유를 공급하겠다는 제안요청서(RFP)를 발표했으나, 시장의 반응은 극히 저조했습니다. 최종 입찰 결과, 전체 4,000만 배럴 중 단 0.5만 배럴만이 시장 참여자들에게 낙찰되었습니다. 현재의 교환 프로그램은 원유 마케터들에게 유리한 구조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구조는 마케터들이 단기 원유를 빌리고, 나중에 추가 프리미엄(이자에 해당)을 얹어 반환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이번 6월 10일 RFP에서 나타난 극심한 낙찰 부족은 행정적인 실패가 아니라, 글로벌 원유 선물 가격 곡선(forward price curves)의 급격한 변화 때문입니다. RFP가 시작된 6월 10일 당시, 8월 인도분 원유는 배럴당 90달러였고, 2027년 중반 인도분은 78달러 선이었습니다. 이는 마케터들이 9%의 반환 프리미엄을 고려하더라도 배럴당 5달러의 순이익을 얻을 수 있는 매력적인 조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입찰 마감일인 6월 15일이 되었을 때, 단기 원유 가격은 배럴당 80달러로 급락한 반면, 장기 가격은 비교적 견고하게 유지되었습니다. 이러한 가격 곡선의 급격한 평탄화(flattening)로 인해 마케터들의 수익 스프레드가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마케터들이 교환 프로그램에 참여할 재정적 유인이 전혀 없어진 것입니다.

2026년 6월 DOE 원유 RFP가 실패한 이유 - Plainview Energy Analytic

나는 이 글에서 원유 투자자들이 그토록 궁금한 이 기이한 현상에 대해 그저 보이는걸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내려고 한다.

급격한 정치적인 결정은 (미-이란 종전 MOU)는 시장의 변동성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프리미엄 가격 책정 변동을 부르며, 그러한 가격 변동성은 가속적 공급을 부르는 동시에 프리미엄으로 인한 구매수요를 저해하므로, 역설적으로 질식적 수요파괴의 악순환을 가져오게된다.

시장은 지금 2026년 6월 17일의 MOU를 '평화의 서막'이라 부르며 환호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원유 시장의 유체적 성질(Fluid Property)을 경고하고자 한다.

그전에 모르는것을 모른다고 말할 용기보다는 설명하기 쉬운것을 받아들이고 있는 시장의 비대한 의견 몇가지를 먼저 짚고 넘어가려고한다.

참 그럴듯한 시나리오 1.

지정학적 충돌이라는 실제 사건을 시장이 프라이싱에서 지운만큼 공급속도는 증가할 것이다.

공급은 스위치를 켠다고 바로 흐르는 전기가 아니다. 유전 개발과 정유 시설의 가동에는 수년의 시간과 막대한 자본 투입이 선행되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의 원리처럼, 유동 박리(Flow Separation)가 일어난 공급망을 단순히 가격을 낮춘다고 다시 정상화할 수는 없다. 이미 파괴된 마케터들의 채널과 유통망은 '정치적 합의' 따위로 복구되지 않는다. 물리적 상수를 무시한 대단히 오만한 낙관론이다.

정유 시설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며 거대화될수록, 그 시설은 보호해야 할 '안보 자산'이 되어 국가의 통제를 강하게 받게 되며, 역설적으로 외부 충격(전쟁, 제재 등)에 매우 취약한 구조이다.

참 그럴듯한 시나리오 2.

이미 국가들은 지정학적 충격에 대비하여, 우회 유통로를 빠르게 재편할 준비가 되어있으므로 병목은 쉽게 해결될것이다.

1. 우회 유통로의 현실: '선택적 재편'이 아닌 '동시다발적 마비'

국가들이 우회 유통로를 재편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주장은, 공급망이 마치 레고 블록처럼 쉽게 조립/해체될 수 있다는 환상에 기반한다.

  • 항구와 터미널의 동시다발적 폐쇄: 이란-이스라엘 전쟁 5주 차 상황을 보면,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푸자이라(Fujairah), 미나 알 파할(Mina Al Fahal), 살랄라(Salalah), 칼리파 빈 살만(Khalifa Bin Salman) 항구 등이 드론 공격과 예방적 조치로 운영이 중단되거나 폐쇄되었다.
  • 물리적 병목의 범위: 단순히 한 항구가 막히면 다른 항구를 쓰면 된다는 논리는 타격받은 지역이 항구 하나에 국한될 때나 가능한 이야기이다. 현재까지 UAE, 오만, 바레인, 사우디 등 중동 전역의 수출 터미널과 산업 포트가 동시다발적으로 공격받았으며 우회할 수 있는 대안적 경로 자체가 파괴되었다.
2. 정유소 가동 중단이 가져오는 공급망의 단절

우회 경로를 확보하더라도 정유소 자체가 가동되지 않으면 원유는 단순한 원자재일 뿐, 시장이 원하는 연료(디젤, 휘발유 등)가 될 수 없다.

  • 가동 중단 및 축소 운영: 루와이스(Ruwais) 정유소와 같은 세계 최대 시설들이 드론 파편으로 화재를 겪고, 밥코 에너지(Bapco Energies)와 같은 곳이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하며 공급 책임을 회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공급 사슬의 붕괴: 사우디의 라스 타누라(Ras Tanura), 쿠웨이트의 미나 알 아마디(Mina Al-Ahmadi) 등 핵심 정유 거점들이 수차례 타격을 입으며 가동과 중단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통로를 재편한다고 해서 물리적으로 파괴된 정제 용량(refining capacity)이 갑자기 복구되지는 않는다.
3. '우회로'는 존재하지만 '공급량'은 복구되지 않는다

가장 큰 오류는 '유통로'가 확보되면 '공급량'도 확보된다고 믿는 것이다.

  • 정제 용량의 부재: 원유를 파이프라인으로 홍해까지 보낸다 한들, 인근의 정유 시설들이 가동을 멈추거나 생산량을 줄인 상황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미 밥코 에너지(Bapco), 라스 타누라(Ras Tanura) 등 핵심 정유 거점들이 피해를 입어 가동이 어렵거나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 시스템적 마비: 우회로는 시스템이 정상적일 때 효율을 극대화하는 수단일 뿐, 지금처럼 중동 전역의 항구와 정유 시설이 동시다발적으로 마비된 상황에서는 병목을 해결할 물리적 대안이 될 수 없다.
  • 혈관의 기능 상실: 동서 파이프라인이 정상 작동한다 해도, 그 끝에 위치한 정유소와 터미널들이 이미 가동 중단되거나 피해를 입은 상태에서 원유를 밀어 넣는 것은 물리적 의미가 없다.

참 그럴듯한 시나리오 3.

부족한 공급분보다도 기존보다 더 줄어든 운용으로 대체가능하여 (재생에너지, 핵에너지, 더 증가한 연비효율) 연착륙 가능하다.

이는 마치 연료가 다 떨어진 비행기를 타고있는 중에 '풍력과 태양광으로 대체하면 착륙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재생에너지와 효율화는 장기적인 방향성일지언정, 현재의 물리적 에너지를 대체할 즉각적인 '에너지 밀도'를 갖추지 못했다. 전 세계 에너지 소비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약 30% 이상이며, 태양광과 풍력을 포함한 재생에너지는 전체 에너지 믹스에서 아직 한 자릿수(약 7~8%) 수준에 머물러 있다. 즉, 탈에너지 산업이 기존 시스템을 견인하는 수준이 아니라, 기존 원유 산업의 기반을 완전히 '발라버릴' 정도의 압도적인 규모를 갖추지 못하면 원유를 즉각 대체한다는 논의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문제는, 전 세계 총 에너지 소비량은 매년 지수적으로 갱신(exponentially increasing)되고 있으며, 특히 신흥국의 산업화와 데이터 센터 등 전력 수요 폭증으로 인해 시스템은 아직 에너지 소비의 임계점에 도달조차 하지 못했다.

  1. 에너지 밀도와 시간적 불일치(Temporal Mismatch): "재생에너지가 효율적이라는 것은 '미래의 가설'이지, 현재의 '물리적 상수'가 아니다. 현재의 전력망과 산업 기반은 원유가 제공하는 초고밀도 에너지를 전제로 구축되었다. 태양광과 풍력은 간헐성(Intermittency)이라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즉각적인 에너지 대체재(Substitute)가 아닌 보완재(Complement)에 불과하다."
  2. 지수적 수요 증가의 함정: "데이터 센터와 AI 산업의 확장은 에너지 수요의 '계단식 상승'을 의미한다. 총 에너지 소비량이 지수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전체 믹스의 한 자릿수에 불과한 재생에너지가 기존 시스템을 '연착륙'시키는 목표는 그자체로 비현실적이다. 전세계 에너지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또다른 대규모 산업으로 부터 이륙할 성과이고 그것이 시작될 촉매는 상온핵융합등을 가리킬수있으나, 그것이 언제 달성할지 오랜기간 미지수였다.
  3. 탈에너지의 신화: 사실상 에너지 소비의 감소를 강제하는 것만이 유일한 탈에너지이다. 시스템이 스스로를 지탱하지 못할 만큼 에너지가 부족해지면, 시장이 말하는 소프트 랜딩(Soft Landing)이 아닌 시스템 다운(System Down)이 발생할 뿐이다.

결국 많은 이들이 지금의 유가 하락을 보며 경기안정의 평화가 도래했음을 말하거나

정치인과 시장이 재주를 부리고 있어서 실물 병목을 가뿐히 뛰어 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기이한 현상이 아니다. 유체(Fluid)가 압력 구배에 따라 움직이듯, 원유 시장 역시 '실질 가치(Intrinsic Value)'와 '프리미엄 가치(Transaction Premium)'라는 두 개의 힘이 서로 다른 궤적을 그리며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현재 원유 시장은 수급 붕괴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실질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시선은 정작 이 '실질'이 아닌,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프리미엄 가치에 매몰되어 있다. MOU 합의와 향후 공급망 안정화라는 미래 가치를 과도하게 프라이싱한 결과, 시장은 현재의 실질 가치보다 훨씬 낮은 수준까지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것이 바로 '프리미엄 시장의 역설'이다.

현재 센티먼트는 정치적 합의를 통한 유가 시장의 안정화를 바라보며 가격을 50~65달러 선까지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지정학적 충돌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에 기반한 역프리미엄이 작용하고, 변동성 회피세, 위험 회피세가 가세하며 펀더멘털의 하한선인 70~80달러 지지선으로 떨어지고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역 프리미엄이 가격을 억누를수록 실질 시장에서의 공급 유인책은 소멸한다. 원유 생산과 유통은 '돈이 되어야' 해결되는 산업이다. 현재와 같은 저평가 국면에서 정유사들은 투자와 가동의 동력을 잃어버린다. 이는 시스템이 문제를 해결할 에너지를 스스로 차단하고 있는 것과 같다.

그 문제는 오랫동안 축소된 생산 라인, 노후화된 인프라, 전력 수요 폭증이며, 에너지 시장 전반적인 공급 불안이 누적되어왔던 것이다. 그러나 지정학적 충돌과 급격한 정치적인 방향전환에 커플링된 페이퍼 시장이 프리미엄을 붙이고 걷어내며, 대여 받을 비축유를 유통시켜야할 마케터들은 급격한 손해를 안거나 억눌린 수급으로 시간을 더 지체하게된다. 프리미엄이 없어진 할인 혜택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을수있는 정유사들은 그 대여권 자체가 나오질않아 수혜를 입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실질적인 공급망 해결은 그보다 훨씬 느리다. 따라서 정유사들은 비싼 원료비용을 지불해야할것이며 이를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넘기며 가격 부담을 증폭시킨다. 이것이 바로 내가 말하는 '질식적 수요파괴의 악순환'이다.

스프링과 유체 그리고 수급은 단순하다. 특히 시장은 더 그렇다. 거래가 막힐 수록 막힌것과 결합한 증폭된 다음 거래가 나타난다. "할인 공급"이 붙잡아주지 못한다면 말이다.

허나 자국 산업에 정해진 약속을 이행할 정치와 외교는 음주운전을 하고있으므로, 이에 커플링된 프리미엄 시장은 모멘텀이 단기간에 뒤집히며 빠르게 넘어지는 현실이다. 불확실한 갈등 국면에서 평화냐 전쟁이냐에 프라이싱 하는 것 내부에는 원유 생산과 유통은 본질적으로 수익성이 담보되어야 해결되는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면에서 정유사들은 투자와 가동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는 시스템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에너지를 차단하는 자해적 상황이다.

이렇듯 프리미엄과 펀더멘털이 동상이몽인 시장은 매우 당연하지만 한가지 질문은

백만달러짜리로 남는다.

결국 프리미엄 가치가 되돌림 수준에서 단기적인 파티를 마치고 빠져나가면, 그 자리는 어떤 에너지가 채우게 될 것인가?

그 것은 여전히 SPR 방출량만큼의 재고 확충, 억눌린 글로벌 수요, 지수적인 에너지 수요 증가세 유지라는 물리적 상수 위에서 견고하게 버티고 있을 거라는것은 분명하다.

지금 시장이 보여주는 것은 '평화'가 아니라 '침묵'이다. 에너지가 부족해지면 시스템은 스스로를 지탱하지 못하고 붕괴한다. 프리미엄 가격이 정작 실질 가치를 견인해야 할 유인책을 말살해버린 지금, 시장은 역설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폭발적인 상승을 위한 응축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