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만료를 앞두고, JD 밴스 부통령이 이란과의 추가 평화 협상을 위해 파키스탄으로 다시 가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뉴스는 화요일 월스트리트 거래 종료 불과 몇 분 전에 나왔다. 주식시장의 반응은 이랬다.
“신경 안 써.”
원유 가격은 급등하며 브렌트유가 7거래일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유가와 미국 주식 간의 역의 상관관계는 휴전 발표가 있었던 2주 전에 이미 깨졌다. 이후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계속되든, 평화 협상이 진전되든 안되든, 어떤 요인도 그 관계를 되돌리지 못했다. 유가가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식은 비교적 제한적인 하락에 그치며 균형을 이루는 모습이었다:
휴전 이전 (3월)
→ 유가(검은색)가 움직이면 S&P500(파란색)이 반대로 반응하는 전형적인 구조
→ 즉, 유가 상승 = 주식 하락 관계가 비교적 뚜렷했음
휴전 이후 (4월)
→ 유가는 계속 상승 (특히 $100 돌파)
→ 그런데 주식은 크게 빠지지 않고 횡보 or 완만한 반등
▶ 시장이 더 이상 에너지 리스크를 가격에 크게 반영하지 않음
즉, “나쁜 뉴스에도 안 빠지는 시장”
→ 시장이 리스크를 무시하기 시작했다
트레이더들의 느긋한 대응에 나름의 근거가 있다면, 그것은 리스크의 균형을 어떻게 해석하느냐, 그리고 그것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떻게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 이 논리는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로부터 통행료를 걷고, 그 외에는 상황이 그대로 유지되는 지저분한 타협안이 나올 수 있다. 이는 워싱턴이 전쟁까지 감수한 것에 비해 결코 좋은 결과도, 충분한 보상도 아니지만, 자본시장은 이를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마치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을 견뎌온 것처럼).
어차피 세계는 탈세계화(de-globalization)로 가고 있고, 이런 상황은 단지 글로벌 교역의 바퀴에 모래를 더 뿌리는 정도의 영향에 그칠 뿐이라는 관점이다.
둘째, 시장이 정말로 감당하지 못하는 시나리오는 미국의 지상군 개입과 이란의 걸프 지역 에너지 인프라 공격으로 이어지는 확전이다. 이는 명백한 재앙이다. 이런 상황은 트럼프의 결정에 달려 있으며, 그는 실제로 여러 차례 이를 위협해왔다. 하지만 이번 휴전은 그가 오히려 출구 전략(off-ramp)을 찾는 데 더 관심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시장은 이를 근거로 확전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고, 그 결과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재개되지 않았음에도) 주식은 상승할 여지를 확보했다. 요즘 시장 용어로 말하면, ‘TACO 트레이드’가 작동 중이다. 즉, 트럼프가 결국은 물러나며(“chicken out”) 최악의 상황으로부터 시장을 구해줄 것이라는 기대에 베팅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을 확인이라도 해주듯, 밴스의 방문이 취소됐다는 악재가 나온 지 불과 30분 만에 트럼프는 이란이 새로운 제안을 내놓을 때까지 휴전을 무기한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marketwatch.com)
그리고 시장에서는 이 드라마가 다음과 같이 전개됐다:
장 초반~중반:
→ 시장 전반적으로 약세 흐름 (리스크 경계)
15:30경 – 악재 발생 (밴스 방문 취소)
→ 지정학 리스크 확대 신호
→ 주가 급락
약 30분 뒤 – 트럼프 휴전 연장 발표
→ 확전 우려 완화
→ 주가 즉각 반등
▶ 시장은 뉴스 자체보다 “트럼프의 최종 선택”에 베팅하고 있음
(리스크 뉴스는 잠깐의 변동성일 뿐, 시장은 ‘트럼프는 물러난다(TACO)’에 베팅 중)
이는 TACO 트레이더들에게 즉각적인 승리였고, 오후 막판의 짧은 하락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지금쯤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이 이렇게 무시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는 데에는 더 깊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이는 최근 들어 하나의 새로운 행동 패턴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요즘 시장은 한 번 하락했다가 반등을 시작하면, 그 반등이 그대로 계속 이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물론 S&P 500이 10% 이상 하락한 사례가 충분히 많지는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팬데믹 이전까지 약 40년 동안의 패턴은 비교적 명확했다. 런던의 Longview Economics는 2020년에 다음과 같은 분석을 제시했다:
거의 모든 조정 국면에서, 주가지수는 초기 매도 ‘첫 번째 파동’에서 형성된 저점을 다시 테스트한다…
주식시장 조정의 역사는 하나의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1978년 이후, 강세장 속에서 S&P 500이 10% 이상 하락한 조정은 총 15번 있었는데, 그중 13번(즉 약 87%)에서 지수는 이전 저점을 다시 시험했다(리테스트).
예외였던 두 번의 경우는 모두 거시경제 충격을 동반하지 않은 비교적 경미한 하락이었다. 따라서 큰 조정 이후 반등이 나타나면 저점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리테스트)은 거의 당연한 일로 여겨졌고, 이는 시장의 작동 방식이자 군중 심리에 기반한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이해됐다. 투자 심리는 파동처럼 움직이며, 기술적 분석가들(차티스트라고도 불림)은 이러한 비교적 예측 가능한 움직임을 활용해 큰 수익을 올려왔다.
하지만 이 분석이 발표된 이후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후 다섯 번의 하락-반등 국면(현재 포함)에서 단 한 번도 리테스트가 발생하지 않았다. 팬데믹 이후 리테스트 확률이 87%에서 0%로 급락한 셈이다. 이 작은 표본에는 팬데믹 자체, 실리콘밸리은행(SVB) 위기, 2024년 캐리 트레이드 청산, ‘리버레이션 데이’, 그리고 현재의 이란 전쟁 등 굵직한 이벤트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시장이 ‘리스크 온(risk-on)’이라고 판단하면 그 판단을 다시 의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예전에는 저점에서 리테스트가 있었고, 투매(capitulation)의 느낌도 존재했다”고 Longview Economics의 크리스 왓링은 말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대신 그는, 헤지펀드들이 운용자들에게 더 엄격한 제약을 두고 있으며, 팬데믹 기간 동안 시장에 유입된 신규 개인 투자자들은 ‘하락 시 매수(buy the dip)’라는 개념에 강하게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 모든 요소가 결합되어, 시장은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이기 쉬운 군집(herd)을 형성하고 있다.
트럼프 시대에 들어서면서, 이러한 흐름은 TACO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으로 변형되었다. Financial Insyghts의 피터 애트워터는 이 개념이 이제는 어디에나 퍼져 있다고 지적한다. “1년 전에는 하나의 이벤트였던 것이 패턴이 되었고, 트렌드가 되었으며, 이제는 외삽 가능한 확실한 흐름이 되었다.” TACO 트레이드에 대한 신뢰는 이제 매우 강해져서, “ChatGPT조차도 이를 활용해 어떻게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알려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그는 트럼프에 대응하는 전략을 물었고, 그 챗봇은 저점 재시험(리테스트)에 대한 우려는 전혀 제기하지 않았다. 대신 장문의 설명 끝에 이렇게 결론 내렸다:
GPT의 핵심 인사이트
이건 무작위적인 움직임이 아니다. 즉, 매매 가능한 순환 패턴(rotation)을 만들어낸다:
• “공포 트레이드(fear trades)” → 에너지, 방산
• “안도 트레이드(relief trades)” → 기술주, 소비주, 성장주
그래서 일부 트레이더들은 이런 움직임에 단순히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예상하고 대응한다.
이러한 자동적인 ‘저가 매수(buy the dip)’ 행동은 새롭게 등장한 AI 의존도 증가에서 비롯됐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하락 시 매수하고 다시 고민하지 않는 경향은 이제 거의 자동 반사적 행동처럼 자리 잡았다. 과거 세대에서 형성된 반응 방식과는 분명히 다른 모습이다.
전쟁의 전리품
원자재 가격은 4년 전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보다 이번 중동 분쟁에서 상대적으로 덜 충격을 받았다. 가격이 대체로 2022년 수준 아래에 머물고 있다는 점은 안심할 만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려할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언론의 초점은 당연히 원유에 맞춰져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히 석유만 중요한 곳이 아니다.
Points of Return가 이전에 지적했듯, 원유 공급 차질에만 집중하는 것은 이미 진행 중인 또 다른 중요한 위협, 즉 식량 안보 문제를 간과하게 만들 수 있다. 곡물 생산에 필수적인 걸프 지역의 비료 공급이 거의 나오지 않으면서, 농부들은 더 비싼 대체재에 의존하거나 전체 사용량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그 영향은 빠르면 수개월 내에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가격이 얼마나 상승할지는 알 수 없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상황은 암울한 가능성을 시사한다. 참고로, 다음은 블룸버그 농산물 서브지수의 움직임이다:
에너지보다 식량 리스크가 뒤늦게 올라오고 있다.
1~2월:
→ 농산물 가격 비교적 안정 (횡보)
3월 이후:
→ 가격이 계단식으로 상승
→ 특히 중동 리스크 본격화 이후 상승 추세 뚜렷
현재:
→ 고점 부근 유지
시장은 겉으로는 “괜찮다”고 하지만
실물 쪽(식량, 비료)은 이미 압박이 시작된 상태
▶ 주식은 무시하고 있지만, 식량 인플레이션은 조용히 올라오고 있다
이는 여러 측면에서 우려를 낳는다. 이 지수는 기초 식량(staples)을 추적하기 때문에, 가격 상승의 부담이 광범위하게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전쟁이 시작된 이후 밀과 쌀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옥수수·대두·밀·쌀 모두 우상향
단순한 특정 품목 문제가 아니라 농산물 전반 상승
특히 밀(회색)과 쌀(빨간색)의 상승폭 큼
▶ 곡물 가격이 구조적으로 올라가기 시작
→ 공급망 붕괴로 인한 식량 인플레이션 초입 신호일 수 있음
2022년과 비교해 상승폭이 제한적이라는 점은, 아직 시장이 전쟁의 영향을 완전히 가격에 반영하지 않았거나, 이번 분쟁이 단기간에 끝날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의 휴전 연장은 이러한 기대를 강화할 수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계속 막혀 있다는 점은 그와는 반대되는 신호다. 만약 시장의 판단이 틀리고 공급 차질이 지속된다면, 전 세계적으로 식량 가격이 급등해 식탁 물가 부담이 크게 증가할 위험이 있다. 또한 거래 흐름은 농업과 에너지 사이의 불가분의 관계를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 상승이 생산 비용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전략가 다리나 코발스카는 만약 전쟁이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면 다음과 같은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본다:
가장 큰 상승 리스크는 옥수수에 있다. 질소 비료 시장의 압박이 커지면서 주요 수출국들의 옥수수 생산이 감소할 위험이 있으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은 새로운 강세장(bull cycle)을 촉발할 수 있으며,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나 2012년 미국 가뭄 이후의 상승장과 유사한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이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행정부에 결코 유리하지 않은 상황이다. 생활비 문제는 트럼프가 다시 백악관에 복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만약 생활비가 더 상승한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특히 그것이 그의 정책 때문이라면 유권자들의 반응은 좋지 않을 것이다.
한편 제조업 혼란이 확대되면서 산업금속 가격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의 산업금속 지수는 3월 중순 이후 10% 이상 상승했으며, 공급망 문제가 지속될 경우 추가 상승 여력도 남아 있다:
산업금속 역시 구조적 상승 국면
구리(검정), 알루미늄(회색), 산업금속 지수(파랑) 모두 중기적으로 명확한 우상향 추세
→AI 수요 + 전쟁(공급 차질)이 동시에 작용한 상승
▶ 실물 가격은 이미 ‘상승 사이클’
알루미늄과 구리의 강한 상승세(각각 11% 이상 상승)가 이 서브지수의 랠리를 주도했다.
높아진 지정학적 변동성은 기업들에게 불확실성을 키워주며, 매출 전망, 지불 가격, 자본 비용 등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Oxford Economics의 버나드 야로스는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자들이 설비 투자 결정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결국 투자 위축으로 이어진다. 한편 구리와 알루미늄은 구조적인 수요 증가의 수혜도 받고 있다. 과거에는 중국이 주택 건설을 확대하면서 구리 수요를 주도했지만, 이제는 수요 기반이 더욱 확대됐다. Longview의 왓링은 데이터센터 구축 확대가 이 추세를 더 길게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한다.
귀금속에서 산업금속으로의 전환이 이미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구리는 그야말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금속’이다. AI와 전력화(electrification) 모두와 연결되어 있다.
알루미늄은 구리의 대체재 역할을 한다. 이제 이는 전형적인 산업재 플레이이며, 더 이상 단순한 중국 주택 시장 이야기만은 아니다.
서방 국가들의 전력망은 대대적인 보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2001년 중국의 WTO 가입 이후 나타난 성장세는 마지막 대규모 원자재 슈퍼사이클을 이끌었고,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정점을 찍고 붕괴했다. 시장에서 널리 주목하는 구리/금 비율은 최근 40년 만의 저점 수준까지 하락했으며, 이는 새로운 사이클의 도래 가능성을 시사한다.
구리/금 비
‘금(안전자산)’이 과도하게 강하고, ‘구리(경기/산업)’는 역사적으로 저평가 상태
즉, 시장은 여전히 ‘불안/방어’에 치우쳐 있음
AI / 전력망 / 공급망 → 구리 수요 구조적 증가
펀더멘털 vs 시장 인식 괴리 발생
▶ 지금은 금이 아니라 구리를 봐야 하는 구간일 수 있다
산업금속의 장기 상승을 위협하는 요인은, 높은 에너지 가격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증가하는 수요를 억누를 수 있다는 점이다.
Oxford Economics는 2026년 남은 기간 동안 산업생산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했지만, 여전히 전분기 대비 감소(마이너스 성장)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전쟁 한 달 이후에도 기업 심리가 크게 훼손되지 않았음을 보여준 ISM 제조업 지표는 이러한 전망을 어느 정도 뒷받침하고 있다:
제조업은 무너지지 않았고, 다시 확장 국면으로 올라오는 중
전쟁 상황에도
시장은 리스크룰 무시하고 있고
기업들은 아직 생산 축소로 들어가지 않음
▶ 산업금속 상승 논리 유지됨
하지만 향후 상황이 저강도 분쟁이 장기화되고,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차질이 계속되는 형태로 전개된다면, 이는 농산물과 산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주식 투자자들은 이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The TACO That Ate Market Strategy - John Authers, Bloombe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