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4월 인플레이션은 3.8%까지 급등하며 최근 3년 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전쟁으로 인해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미국의 생활비 위기를 더욱 악화시킨 결과다.

미 노동통계국(BLS)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이번 분쟁이 시작된 이후 가파르게 상승해왔다. 이미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 2월 2.4%였던 물가상승률은 3월 3.3%까지 올라간 상태였다.

화요일 발표된 수치는 월가 예상치를 웃돌았으며, 인플레이션이 임금 상승률을 넘어선 것은 3년 만에 처음이다.

이처럼 물가가 빠르게 상승했던 마지막 시기는 2023년으로, 당시 미국 경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이 촉발한 에너지 충격의 여파를 겪고 있었다. 이번 보고서는 이란 분쟁이 미국 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최신 지표다. 특히 높아진 연료비가 다른 산업으로까지 점점 확산되고 있다. 이는 이미 전쟁으로 인한 가계 부담 증가로 지지율이 역대 최저 수준에 근접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추가 압박이 될 전망이다.

KPMG U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다이앤 스웽크는 “이란 전쟁의 영향은 현실화되고 있다”며 “주유소 가격뿐 아니라 디젤 가격 상승이 이제 식료품점 물가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이건 단순한 에너지 쇼크가 아니라 공급망 쇼크”라며 “팬데믹 당시 우리가 겪었던 공급망 교란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이런 충격은 매우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는 미국에서도 점점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분쟁 발발 이후 미국의 휘발유 가격은 50% 이상 급등했으며, AAA에 따르면 화요일 기준 갤런당 4.50달러까지 상승했다. 미국 산업 전반의 핵심 투입재인 디젤 가격 역시 비슷한 폭으로 올라 갤런당 5.64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도 부담을 안게 됐다. 최근 FT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약 58%가 인플레이션과 생활비 문제에 대한 그의 대응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월요일, 운전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연방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조기 평화 협상에 대한 기대가 약해지면서 최근 며칠 사이 유가도 다시 상승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월요일 “한 달간의 휴전은 현재 생명 유지 장치에 의존한 상태(life support)”라고 경고한 이후,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화요일 뉴욕 장 초반 3.7% 상승한 배럴당 108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도매 휘발유 가격 역시 전쟁 이후 최고 수준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화요일, 이번 인플레이션 상승을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대가로 정당화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이번 분쟁의 핵심 목표 중 하나다.

그는 기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이란 문제에 대해 생각할 때 중요한 건 단 하나다. 그들이 핵무기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나는 미국인들의 재정 상황을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의 경제 상황도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건 오직 하나, 이란이 핵무기를 갖게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게 전부다. 그것만이 나를 움직이는 유일한 이유다.”

화요일 발표된 미 노동통계국(BLS)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휘발유 가격은 전년 대비 28.4% 상승했다. 제트연료 가격 급등의 영향을 받은 항공료 역시 20.7% 상승했다.

에너지 비용 상승이 다른 산업으로 확산되면서 식품 가격도 크게 올랐다. 식료품점 식품 가격은 전년 대비 2.9% 상승해 202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며, 과일과 채소 가격은 6.1% 상승했다.

또한 여러 고가 소비재 품목들의 가격도 상승했는데, 이는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 영향이 점차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경제학자들은 분석했다.

무디스의 최고신용책임자(CCO) 아치 셰스는 “이번 데이터에서 우리가 확인하려 했던 것은 높은 에너지 비용이 다른 산업의 가격 상승으로 전이되고 있는지 여부였다”며 “실제로 음식료와 항공료가 상승했고, 의류와 가정용품 같은 일부 소비재 가격도 올랐다”고 말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Core inflation)은 전월 2.6%에서 2.8%로 상승했다. 이는 부분적으로 지난해 미국 정부 셧다운과 관련된 통계적 왜곡 영향도 반영된 결과다.

국채 금리 역시 유가 상승 흐름을 따라 함께 올랐다. 통화정책 기대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0.04%포인트 상승한 3.99%를 기록했으며, 장중에는 6주 만에 처음으로 4%를 넘어서기도 했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 산하 Innovator ETFs의 최고투자전략가 팀 어바노비츠는 “시장은 이미 이번 보고서 이전부터 2026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상당 부분 제거한 상태였다”며 “다만 이번 데이터가 금리 인상이 다시 논의될 수준이라는 신호를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경제학자들은 케빈 워시가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 사이에서 싸워야 하는 “불가능한” 상황 속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의 후임으로 지명한 워시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중앙은행 수장 자리에 오르게 된다.

급등한 연료 가격으로 인해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PCE 인플레이션은 3.5%까지 상승했으며, 화요일 발표된 별도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역시 4월 기준 3.8%까지 치솟아 최근 3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핵심 경제 참모들은 지속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으며, 미국 대법원은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이사인 리사 쿡을 해임할 수 있도록 허용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현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 재직 중인 전직 연준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윌콕스는 “아주 조심스럽게 표현하더라도, 그는 매우 복잡한 상황 속에서 취임하게 되는 것”이라며 “금리 인하를 강하게 요구하는 대통령과, 동시에 심각한 인플레이션 상황 사이에 갇혀 있는 사실상 불가능한 위치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는 연준이 세 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했는데, 이 과정에서 1992년 이후 가장 많은 반대 의견(dissent)이 나왔다. 세 명의 지역 연은 총재들은 더 이상 연준이 다음 금리 조정 방향을 ‘인하’로 시사하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반대 의견이 단순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급등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연준 고위 인사들이 향후 금리 인하 압박에 저항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케빈 워시에게 보내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당시 금리 인하를 지지하며 동결 결정에 반대표를 던진 유일한 연준 인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연준 이사 스티븐 미란이었다. 워시는 이제 그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또한, 전쟁 이전 기준으로 전 세계 원유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던 호르무즈 해협이 5월과 6월 상반기까지 계속 봉쇄 상태를 유지할 경우, 추가로 더 많은 연준 인사들이 금리 인하 지지 입장을 철회하고 반대파에 합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메리 데일리는 지난 금요일 캘리포니아 스탠퍼드에서 열린 후버연구소 행사에서 “공급망 병목(clogged up supply chains)” 현상이 인플레이션을 연준 목표치인 2%보다 훨씬 오랜 기간 높은 수준에 머물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카고 연은 총재 오스탄 굴스비는 실리콘밸리 중심부에서 열린 같은 행사에서, AI로 인한 생산성 붐이 금리 인하 여력을 만들어줄 것이라는 케빈 워시의 주장에 반박했다. 그는 “소비 지출에 대한 부의 효과(wealth effect) — 아마 이곳 팔로알토 주민들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을 것”이라며 “주식시장 상승으로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토지, 전기 기술자, 반도체 칩 등의 비용이 비AI 산업까지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현상은 생산성 향상이 오히려 적정 금리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더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윌콕스는 워시가 자신의 경제관을 연준 이사회 내에서 설득하는 것보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데 훨씬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례 없는 연준 공격은 전직 연준 의장들과 해외 정책당국자들의 비판을 불러온 바 있다.

현재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서도 활동 중인 윌콕스는 “거시경제 측면에서 그는 몇 가지 비교적 작은 골칫거리를 안고 있다”며 “하지만 진짜 핵심적이고 가장 큰 도전은 대통령과의 외부 관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후버연구소 행사에 참석한 많은 경제학자들은, 연준이 독립성을 유지하려면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금리 정책을 핵심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워시의 견해에 오랫동안 동의해왔다. 또한 이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작됐고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더욱 확대된 대규모 채권 매입 프로그램으로 비대해진 연준의 대차대조표(balance sheet)를 축소해야 한다는 워시의 주장에도 공감하고 있다.

Thematic Markets의 마빈 바스는 이번 행사에서, 연준(Fed) 인사들이 팬데믹 이후 발생한 인플레이션 급등이 자신들의 재임 기간 동안 벌어진 일이며, 이것이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공격에 명분을 제공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스는 “연준 독립성에 대한 공격은 부분적으로 파월 재임 시기의 ‘객관적인 정책 실패(objective policy failures)’ 때문”이라며 “그런데도 연준은 이를 계속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옳든 그르든 결국 모두가 국민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후버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하던 시절 워시 역시 이와 유사한 비판을 자주 제기해왔으며, 이러한 발언들은 일부 연준 내부 인사들에게 새 의장에 대한 경계심을 심어준 상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과 리사 쿡 연준 이사를 공격하면서 형성된 불신은, 워시가 향후 변화를 추진하는 데 있어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미국 대법원은 리사 쿡의 사건을 심리하는 동안 그녀가 연준 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8월, 쿡이 주택담보대출 사기(mortgage fraud)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그녀를 해임하려 했지만, 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트럼프 법무부의 형사 수사 대상이었던 제롬 파월은, 약 80년간 이어져 온 관례를 깨고 현재는 의장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연준 이사(governor) 직책에 남기로 결정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인사들에게 금리 인하 압박을 가하려는 시도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해석된다.

후버연구소의 경제학자 존 코크런은 워시가 연준 의장으로서 맡게 될 “첫 번째 임무”는 자신의 중앙은행 비전을 중심으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하나로 통합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크런은 이어, 연준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존경과 신뢰를 받고 있는 파월의 존재가 “그 일을 결코 쉽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US inflation jumps to 3.8% as Donald Trump’s Iran war sends petrol prices soaring - Myles McCormick, Kate Duguid, Financial Times

Kevin Warsh to face resurgent inflation and an impatient Donald Trump as chair of the Fed - Claire Jones, Lauren Fedor, Financial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