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전년 대비 상승률
7월 연간 인플레이션율은 소폭 하락했고,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도 지난달 비교적 완만한 수준을 유지했다.
중동 지역의 평화협상이 진전과 교착을 반복하는 가운데 휘발유 가격은 한숨을 돌렸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이른바 근원 물가는 7월 전월 대비 0.2% 상승하는 데 그쳤다.
비교적 완만한 상승폭이다. 이는 특정 품목에 국한되지 않은 광범위한 물가 상승 압력이 점차 약해지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며, 인플레이션 둔화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7월 인플레이션 보고서는 대체로 시장 예상에 부합하면서, 연준이 다음 달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압박을 다소 덜어냈다. 다만 그 이후의 정책 경로를 명확하게 해줄 정도의 신호는 아니었다.
올여름 들어 월별 인플레이션 지표의 중요성은 한층 커지고 있다. 연준은 추가 금리 인상 없이도 인플레이션이 점차 하락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아니면 물가를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해 결국 금리를 더 올려야 할지를 판단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6월과 7월 지표에서는 연준이 기존 전망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가격 상승 압력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긴축 필요성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도 지난주 고용보고서에서는 찾기 어려웠다. 노동 수요가 다시 가속화되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이 예상보다 강했다면 현재 금리 수준이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리기에 충분히 제약적이지 않다는 우려가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2% 상승해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2.5% 상승했다.
르네상스 매크로의 닐 두타는 이번 지표에 대해 “비둘기파보다 매파에게 더 타격이 큰 결과”라고 평가했다. 물가 지표가 금리 인상을 정당화할 만큼 강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다만 향후 회의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두타는 앞으로의 연준 회의가 사실상 반반의 확률에 가까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 지표가 어느 한쪽의 주장을 결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를 동전 던지기에 비유한다. 동전을 계속 던지다 보면 언젠가는 한 번쯤 앞면이 나오는 것처럼, 연준이 당장은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향후 어느 시점에서는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연준이 가을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 경우에는 그때까지 발표된 경제지표가 충분히 안정적이어서 연준이 기존의 금리 동결 및 인플레이션 둔화 전망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연준은 9월 15~16일 회의 전까지 한 달치 인플레이션 지표를 더 확인하게 된다. 연준이 공식적으로 목표로 삼는 물가지표는 CPI와는 별도의 지표로, 이달 말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CPI 결과도 해당 지표 산출에 반영되는데, 최근에는 CPI보다 더 높은 상승률을 보여왔다. 이 지표의 근원 물가는 6월 전년 대비 3.3% 상승했다.
월가는 이번 보고서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했다. 최근 연준 관계자들이 경제가 자신들의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신호에 점점 더 예민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은 지난달 금리를 동결했지만, 투표권을 가진 12명의 위원 가운데 최소 6명이 최근 몇 주 사이 향후 인플레이션 지표에 따라 금리 인상을 지지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7월 회의에서는 세 명이 금리 인상을 주장하며 동결 결정에 반대했다.
다수 위원의 전망은 현재의 금리 수준만으로도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기에 충분히 제약적이라는 판단에 기반해 있다.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 이유 역시 통화정책이 지나치게 완화적이어서라기보다는 일시적인 충격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San Francisco Fed President Mary Daly. David Paul Morris/Bloomberg News
기존의 생각은 관세가 비용을 한 차례 끌어올린 뒤 그 영향이 사라지고, 중동의 적대 행위가 완화되면서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에너지 가격도 함께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러한 충격들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수요 급증까지 겹치면서 기술 장비와 소프트웨어 가격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논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연준 내부에서도 0.25%포인트의 단 한 차례 인상만으로는 경제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금리 인상에 표를 던진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이번 주 0.25%포인트 한 차례 인상은 “경제에 아마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를 얼마나 올려야 하는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여러 차례에 걸친 연속적인 조정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해맥은 이를 정지 표지판 앞에서 브레이크를 밟는 상황에 비유했다. 나중에 급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상황을 피하려면 더 일찍부터 브레이크를 부드럽게 밟아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달 금리 동결을 지지했던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한발 더 나아가 점진적인 금리 조정 자체가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지난주 일본에서 열린 연설에서 두 가지 경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최근의 충격들이 점차 사라지면서 연준이 금리를 계속 동결할 수 있는 경제다. 두 번째는 여러 충격이 서로 겹치면서 인플레이션이 자체적인 상승 동력을 얻기 시작하는 경제다.
데일리는 여전히 첫 번째 시나리오를 기본 전망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지만, 두 시나리오 사이의 격차는 이전보다 좁아졌다고 평가했다.
두 번째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연준이 통상 사용하는 0.25%포인트보다 더 큰 폭의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데일리는 말했다. 연준이 전통적으로 선호해온 이른바 ‘미세 조정’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 경우에는 단순한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정책적으로 대응해야 할 기저의 동학이 형성된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두 번째 시나리오가 실제로 자리 잡고 있다는 판단이 든다면, 그때는 ‘왜 굳이 조금씩 올려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접근은 금리 결정 자체의 부담을 더욱 키운다. 경제 상황을 잘못 판단했을 경우 대응이 최소 0.5%포인트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일부 연준 관계자들은 실제 행동에 나서기 전에 훨씬 더 강한 확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최근 중앙은행의 다음 움직임을 어떤 조건이 촉발할 것인지 시장에 미리 설명하는 방식에서 한발 물러났다. 그는 지난달 중앙은행이 정교한 정책 조정을 통해 경제를 원하는 방향으로 미세하게 유도할 수 있다는 생각에도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워시는 “우리가 미세 조정을 아주 잘하는 조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의장이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발언을 줄이면서 투자자들은 다른 연준 관계자들의 발언에서 단서를 찾고 있다. 이들은 앞서 9월 금리 결정이 인플레이션 지표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왔다.
CME그룹에 따르면 수요일 물가 보고서 발표 이후 9월 금리 인상 확률은 50% 아래로 떨어졌다.
결국 수요일 지표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다음 물가 지표가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 8월 인플레이션 보고서는 9월 11일 발표될 예정이며, 그 다음 주 열리는 연준 회의를 앞두고 위원들이 확인할 수 있는 마지막 주요 물가 지표가 된다.
이 지표가 연준의 기존 인플레이션 전망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아니면 보다 강한 긴축으로 방향을 틀어야 할지를 가르는 마지막 시험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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