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베센트가 채권시장과 벌이고 있는 지속적인 싸움은 점점 그의 상관인 트럼프가 이란에서 벌인 전쟁과 닮아가고 있다. 스스로 시작한 싸움이라는 점, 서로 뒤엉킨 여러 목표를 안고 있다는 점, 상대를 과소평가했다는 점, 그리고 승리에 이르는 현실적인 경로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리고 중동의 분쟁과 마찬가지로, 그 여파는 결국 우리 모두가 감당하게 될 것이다.

가장 최근의 충돌은 수요일에 벌어졌다. 베센트가 이끄는 미국 재무부가 예정에 없던 발표를 통해 장기 국채를 재매입하는 속도를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밝힌 것이다. 바이백 자체는 꽤 일반적인 재무 관리 수단이지만, 채권시장 전문가들의 눈에는 몇 가지가 유독 눈에 띄었다.

그중 하나는 이번 조치가 예정에 없었다는 점이다. 32조 달러 규모에 이르는 미국 국채라는 거대한 시장을 다룰 때는 철저한 예측 가능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장기물 시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채권 투자자들은 깜짝 조치를 좋아하지 않는다. 시장을 지원하는 조치가 갑자기 나오면,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망가졌다는 사실을 당국이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문제는 이번 조치가 나온 맥락이다. 이번 발표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금융시장인 미국 국채시장에서 베센트가 연이어 던지고 있는 여러 ‘깜짝 조치’ 가운데 가장 최근 사례일 뿐이기 때문이다.

물론 3주 전에도 그는 느닷없이 일본 엔화 시장에 직접 뛰어들었다. 엔화 가치를 떠받치기 위해 직접 엔화를 매입했는데, 당시에는 어려움에 처한 동맹국을 지원하기 위한 우호적인 연대의 행동으로 포장됐다.

미국 국채와의 연결고리는 당장 명확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채권시장 내부자들은 이를 단순히 “친구가 친구를 돕는” 차원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일본이 엔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들이 보유한 막대한 미국 국채를 팔아치우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한다.

여기에 결정적인 대목이 하나 더 있다. 베센트는 앞으로 엔화 개입이 필요할 경우 매우 이례적인 수단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는데, 핵심은 그 수단이 미국 국채를 즉시 매도하지 않아도 되도록 명시적으로 설계된 장치라는 점이다.

결국 이제 불과 3주 사이에 최소 세 차례나 베센트는 투자자들에게 사실상 “미국 국채를 그만 팔아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미국 국채를 팔고 있다. 그 결과 미국의 차입 비용은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고, 공교롭게도 같은 주 미국 국가부채는 사상 처음으로 40조 달러를 넘어섰다. 더 나쁜 점은 이제 투자자들이 통화까지 팔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바이백 발표 이후 달러는 큰 폭으로 하락했고, 아직 그 낙폭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베센트의 대응은 장기채에 대한 추가 지원책을 내놓고, 폭발적인 경제성장이 결국 막대한 부채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주장하며, 채권시장이 틀렸고 경제의 펀더멘털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시장을 설득하는 것이었다. 투자자들은 그가 약속한 재정지출 억제가 얼마나 빨리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지 예의주시할 것이다.

다만 8월 특유의 부진한 거래 여건이 여러 시장 스트레스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몇 가지 이례적인 시장 왜곡도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장기채 발행이다. 이들의 막대한 회사채 발행이 원래 글로벌 국채시장으로 향하던 자금을 끌어가고 있다.

투자자들에 따르면 유럽의 일부 정부 차입자들은 이런 대규모 기술기업 채권 발행의 영향을 피하기 위해 자국 국채 발행 시점까지 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매년 9월이면 신규 채권 발행이 한꺼번에 몰리는데, 올해 9월은 상당히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

물론 이런 자잘한 요인들을 제쳐두더라도, 투자자들은 채권과 통화가 동시에 약세를 보이는 시장은 매우 곤란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 두 가지 현상이 동시에 나타난다는 것은 전반적인 신뢰가 약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베센트에게 다행인 점은 지금까지는 미국 기업들의 강력한 실적 덕분에 주식시장이 이러한 충격으로부터 비교적 보호받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국채와 달러는 세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으로 시장이 불안해질 때 투자자들이 피신하는 도피처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이제는 오히려 시장의 스트레스가 미국 국채와 달러의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고, 투자자들이 다른 곳에서 피난처를 찾으면서 금과 스위스 프랑이 상승하고 있다.

미국 핵심 자산들의 위상을 둘러싸고 오랫동안 존재해왔던 균열이 점점 더 벌어지고 있으며, 이들 자산이 안전한 피난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신뢰 역시 약화되고 있다.

점선: 바이백 규모를 두 배로 늘리겠다는 계획 발표 시점

미 30년 국채금리: 발표 직후 5.27% → 5.19% 급락, 다만 이후 5.25% 수준으로 반등

달러 인덱스: 발표 직후 99.4 부근 → 98.9 급락

금 가격: 발표 직후 4,360달러 → 4,480달러 급등, 이후 4,600대까지 상승

스위스 프랑: 1.233달러 → 1.25달러 급등

신흥시장 전문가들은 거의 10년 전 터키가 채권시장과 외환시장에서 벌였던 충돌의 상처가 아직 남아 있는 만큼, 지금 상황을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다. 2022년 리즈 트러스 사태의 악몽을 기억하는 영국 국채시장 베테랑들에게는 미국 국채가 이제 “비싼 정장을 입고 치아까지 가지런한 영국 길트채”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미국 정부가 보여준 강경한 대응과 자신감의 표현은 오히려 시장에서 약함의 신호로 해석됐다. 이는 좋지 않은 일이다. 미국 국채금리가 계속 상승한다면 다른 국가들도 결국 더 높은 금리를 지불하고 돈을 빌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시장을 진정시키는 역할은 며칠 뒤 잭슨홀 경제 심포지엄에 나설 연준 의장 케빈 워시에게 넘어가게 됐다.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겠지만, 특히 워시에게는 더 까다롭다. 그는 원래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말을 아끼고 시장이 스스로 작동하도록 두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밝혀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베센트의 주장대로라면 지금 바로 그 시장이 잘못 작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현재 미국 국채가 초강대국의 견고한 안전자산이라기보다 영국 길트채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든다. 일반적으로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면 국채 가격에 호재가 되지만, 현재와 같은 새로운 시장 환경에서는 오히려 미국 국채를 더 약하게 만들 수도 있다. 물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신호를 반길 수 있겠지만 말이다.

지금처럼 시장을 억지로 통제하려 하고, 시장을 향해 “너희가 틀렸다”고 말하는 방식은 원하는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실 이런 방식은 원래 잘 통하지 않는다.

지금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시장의 신뢰를 다시 세울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수정하는 것이다.

Bossing the bond market around never works - Katie Mart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