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은 앞으로 닥칠 문제를 알리는 신호다. 이를 인위적으로 억누를수록 위험은 더 커진다.
- Stanley F. Druckenmiller
재무부는 8월 19일 장기 국채 바이백 규모를 기존 회당 20억 달러에서 최소 40억 달러로 두 배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대상은 10년물에서 30년물 구간이며, 9월 9일부터 11월 4일까지 진행된다. 이 발표는 30년물 국채금리가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직후 나왔다. 발표 후 몇 분 만에 금리는 하락했다. 그러나 다음 날 오후가 되자 금리는 다시 상승해 발표 전 수준을 넘어섰다. 시장의 평가는 신속했고 옳았다. 이것은 유동성 관리가 아니라 가격 관리였고, 40억 달러라는 숫자가 시사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실수였다.
재무부의 발표문 자체가 의도를 드러냈다. 재무부는 “시장 참가자들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탄탄한 구간”의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바이백 규모를 확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한 수요가 존재한다는 것은 오히려 시장이 건강하고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입찰 실패도 없었고, 딜러들의 대차대조표가 마비된 것도 아니었으며, 강제적인 포지션 청산도 없었다. 2020년 3월 미 국채시장이나 2022년 9월 영국 국채시장처럼 정부 개입을 정당화할 만한 진짜 시장 기능 장애는 전혀 없었다. 변동성은 통제된 수준이었고 거래도 질서 있게 이뤄졌다. 이것은 시장의 오작동이 아니라, 시장이라는 '기계’가 제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 ‘기계’가 무엇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었는지 생각해보자.
물가상승률은 3~4% 수준이며 2021년 이후 계속 연준의 목표치를 웃돌고 있다. 실업률은 4.1%로,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사실상 완전고용이다.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6%에 달하고 있는데, 미국이 평시이면서 완전고용 상태에서 이런 수준의 적자를 기록한 적은 이전에 없었다. 재무부가 개입한 바로 그 주에 미국 국가부채는 40조 달러를 넘어섰다. 이번 회계연도 순이자비용은 1조1천억 달러를 넘어 국방예산보다 많아질 전망이다. 그럼에도 여름철 채권 매도세 이후에도 10년물 국채금리는 명목 경제성장률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즉, 완전고용 상태에서 GDP의 6%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내고 있고 물가상승률도 목표치를 웃도는 차입자, 곧 미국 연방정부가 여전히 자국 경제의 명목 성장률과 대략 비슷한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는 뜻이다.
역사적으로 이런 조합은 금융여건을 긴축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화적으로 만드는 조건에 가깝다.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듯 채권시장이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처럼 행동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동안 지나치게 순응적이었던 시장이 이제야 겨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는데, 재무부는 그마저도 잠재우려 한 것이다.
나는 지난 50년 동안 하나의 단순한 전제를 바탕으로 거래해왔다. 시장은 어떤 집단도 갖고 있지 못한 정보를 집약하며, 그 정보가 의사결정자들에게 전달되는 방식은 바로 가격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장기 국채 금리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가격이다. 동시에 미국에 남아 있는 유일한 재정 규율 장치이기도 하다. 어느 정당도 연금이나 복지 같은 의무지출 개혁을 공약으로 내걸지 않는다. 양당 모두 지난 10년 동안 재정 산술은 외면한 채 지출 약속만 계속 확대해왔다.
민주주의 국가는 예산 당국이 표 하나를 발표했다고 해서 재정을 바로잡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 치러야 할 비용이 눈앞에 보이고 즉각적으로 체감될 때에야 움직인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가계에 부담을 주고, 국채 입찰에서 테일이 발생하고, 장기금리 상승이 초래하는 정치적 비용이 정부 지출을 손대는 정치적 비용보다 커질 때 비로소 재정 문제를 고치기 시작한다.
국채금리를 인위적으로 1bp라도 낮추는 것은 결국 문제 해결을 미루는 데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과 같다. 억눌린 장기금리는 이자비용 전망을 실제보다 덜 심각하게 보이게 하고, 문제의 시급성을 축소하며, 현직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에게 부채 문제는 다른 누군가가 해결할 일이라고 말할 수 있게 해준다.
의회와 행정부가 시장의 경고 신호가 있는 상황에서도 의무지출 개혁에 손댈 가능성이 낮다면, 그 신호마저 사라진 상황에서는 손댈 가능성이 사실상 더 없어진다. 이번 개입으로 국채금리를 몇 bp 낮출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대가로 재정개혁이 늦어지면서 치러야 할 비용은 그 몇 배에 달할 것이다.
수익률 관리는 언제나 기술적 조치로 시작하지만 결국 정책적 약속으로 끝난다. 1942년부터 1951년까지 연준은 제2차 세계대전의 전비 조달을 위해 장기 미 국채금리에 상한을 설정했다. 그러나 이 상한은 전쟁이 끝난 뒤에도 유지됐고, 재정적자를 화폐 발행으로 메우게 만들면서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을 부추겼다. 이 상한을 철폐하기 위해서는 1951년 ‘재무부-연준 협정(Treasury-Fed Accord)’이 필요했고, 그 뒤로도 수년간 금융억압이 이어지면서 한 세대의 저축자들에게 사실상 보이지 않는 세금이 부과됐다. 미국 정책당국이 부채 관리와 가격 관리를 구분하는 벽을 세운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번 개입은 그 벽을 허물기 시작하는 조치다.
발표 하루 만에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바이백 규모가 40억 달러를 넘어 더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했고, 시장 분석가들은 재무부가 이를 계속해서 두 배씩 늘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채권시장이 이런 위협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재무부 고위 관계자들은 기자들에게 재무부 일반계정(TGA)을 이용해 시장에 개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장이 재무부가 특정 가격 수준을 방어하고 있다고 믿기 시작하는 순간, 금리가 오를 때마다 정부의 개입 의지를 시험하는 상황이 된다. 그리고 그 시험을 버텨내기 위해서는 개입 규모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더 조용하지만 중요한 비용도 있다. 장기국채를 바이백하면서 그 재원을 단기국채로 조달하면, 듀레이션, 즉 장기 금리 위험이 민간의 손에서 빠져나가게 된다. 경제적으로 보면 이는 연준이 아니라 재무부가 시행하는 소규모 양적완화(QE)와 비슷하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치를 웃도는 상황에서 금융여건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렇게 확대된 바이백은 공교롭게도 중간선거 캠페인의 막바지 기간에 집중돼 있다. 부채 관리가 정치 일정에 맞춰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기만 해도, 미국은 지난 200년 동안 쌓아온 가장 중요한 자산 하나를 소모하게 된다. 바로 미 국채시장에 대한 신뢰다. 그리고 한 번 훼손된 그 신뢰는 쉽게 되찾을 수 없다.
2011년 부채한도 협상 당시 나는 일시적인 기술적 지급 지연도 끔찍한 일이지만, 아무런 개혁 없이 또다시 10년 동안 문제를 미루는 것보다는 덜 끔찍하다고 말했다. 2013년에는 제프리 캐나다와 함께 대학 캠퍼스를 돌며 현재의 의무지출 경로를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바로 ‘세대 간 도둑질’이라고 했다. 1960년에는 연방정부 지출의 약 4분의 1을 차지했던 이전지출이 오늘날에는 70%를 차지한다. 나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의무지출 제도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65세가 되었을 때도 그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내 세대만 여러분의 희생 위에서 혜택을 누리는 것은 원하지 않습니다.”
2023년에는 워싱턴이 술 취한 선원들처럼 돈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전 GDP의 20% 수준이던 연방정부 지출이 이후 25%까지 늘었기 때문이다. 또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세대적 저금리 수준에서 부채의 만기를 장기화하지 않은 것을 재무부 역사상 가장 큰 실책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모든 가계와 기업은 낮은 금리를 장기로 고정했는데, 정작 누구보다 그렇게 해야 했던 차입자, 즉 연방정부만 그러지 않았다.
현재 금리가 유지된다면 이자비용은 2033년 GDP의 4.5%에 이르고, 2043년에는 전체 재량지출의 144%에 달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그 경로를 예상보다 빠르게 따라가고 있다. 의무지출은 절대 삭감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다만 거짓말의 핵심은 결과가 아니라 누가 그 결정을 내리느냐에 있다. 우리가 스스로 약속을 재조정해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보호하면서 우리의 조건으로 개혁하든지, 아니면 채권시장이 어느 순간 한꺼번에 자기 조건대로 우리 대신 구조조정을 하게 될 것이다.
바이백을 옹호하는 논리는 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 2024년 유동성과 현금 관리를 위해 도입된 일상적인 수단이고, 거의 30조 달러에 이르는 시장성 국채 규모에 비하면 바이백 규모는 미미하다는 것이다. 모두 사실이다. 하지만 핵심과는 무관하다. 통상적인 조치는 장기국채 금리가 거의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직후, 정례 일정도 아닌 시점에 규모를 두 배로 늘려 발표하면서 필요하면 사실상 무제한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신호까지 보내지는 않는다. 어떤 개입의 성격을 판단하려면 그 개입이 무엇에 반응했는지를 보면 된다. 이번 조치는 시장의 배관, 즉 유동성이나 시장 기능 문제에 대응한 것이 아니라 ‘가격’에 대응한 것이었다. 시장 역시 정확히 그렇게 받아들였고, 그래서 그 효과는 하루 만에 사라졌다.
유동성 관리 수단으로 지급능력, 즉 재정건전성에 대한 논쟁에서 돈으로 빠져나올 수는 없다. 할 수 있는 것은 그 논쟁을 뒤로 미루고, 결국 치러야 할 대가를 더 크게 만드는 것뿐이다.
대신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바이백을 원래의 목적대로 되돌려야 한다. 즉, 분기별 국채 차환 계획 발표 때 사전에 공지되는 소규모의 정기적인 비지표물(off-the-run) 유동성 관리 수단으로만 사용하고, 금리 수준에 대응해 비정례적으로 시행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부채 만기를 솔직하게 장기화하고, 시장이 요구하는 가격을 받아들여야 한다. 30년물 국채가 시장에서 소화되기 위해 5.5% 금리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위기가 아니다. 미국 정부가 받아든 청구서일 뿐이다.
그 다음에는 장기금리를 지속적으로 낮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실행해야 한다. 바로 기초재정수지 적자를 해결하는 것이다. 의무지출 제도는 점진적이고 솔직하게 개혁해야 한다. 소득·자산 수준에 따른 수급 조정, 물가·급여 연동 방식 변경, 수급 자격 조정 등을 수십 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시행함으로써 부담을 가장 젊은 세대에게 떠넘기는 대신 여러 세대가 함께 나눠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그에 따른 보상은 엄청나다. 신뢰할 수 있는 재정개혁 패키지가 마련된다면, 지금보다 1,000배 큰 규모의 바이백 프로그램보다도 장기금리 구간을 낮추는 데 훨씬 더 큰 효과를 낼 것이다.
펀더멘털에 맞서 특정 가격을 방어하려는 정부는 언제나 패배한다. 달라지는 것은 결국 포기하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돈을 쓰느냐뿐이다.
미국은 그런 거래의 잘못된 편에 서서는 안 된다. 특히 그것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가격인 장기 미 국채금리일 때는 더욱 그렇다. 그리고 지금 그 가격이 워싱턴이 가장 들어야 할 한마디를 말하려 하고 있다.
채권시장이 말하게 하라.
Let the Bond Market Speak - Stanley F. Druckenmiller, W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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