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초기, 40년 전 사우디아라비아를 가로질러 건설된 뒤 오랫동안 잊혔던 송유관이 세계 경제의 구명줄로 떠올랐다. ‘동서 송유관’ 덕분에 사우디는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해 원유 수출의 일부를 계속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예멘 후티 반군이 이 우회로의 핵심 길목마저 봉쇄하려 하면서, 사우디는 ‘우회로를 다시 우회하는 길’을 찾아야 할 수도 있다.

홍해 남단의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피해 새로운 우회로를 구축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한 개, 어쩌면 두 개의 추가 송유관과 상당수의 유조선이 필요하며, 미사일과 드론의 위협 속에서도 모든 흐름을 유지하려면 중동 특유의 은밀하고 복잡한 외교전도 뒷받침돼야 한다. 쉽지도, 저렴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현재 사우디는 페르시아만보다 동서 우회 송유관을 통해 홍해에서 대부분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는데, 다행히 해협을 피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경로가 있다. 원유를 남쪽의 병목 해협으로 보내는 대신 북쪽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말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점이다. 더구나 새로운 우회로를 마련하는 일은 시급하다. 후티 반군은 지난주 초 해협을 봉쇄하겠다는 위협을 실제 행동으로 옮겨, 홍해 남부에서 사우디 국적 유조선 두 척을 공격했다.

호르무즈·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우회하는 송유관

→ 우회 송유관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발생한 원유 공급 차질의 약 20%를 상쇄해왔다.

그러나 이제 예멘 후티 반군의 위협으로 이 우회로들마저 위험에 처했다.

북쪽으로 향한다는 것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 지중해로 진입한 뒤, 그곳에서 대양으로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로를 이용하면 아시아로 향하는 선박이 지도상 엉뚱한 방향으로 나오게 된다는 점은 일단 제쳐두더라도, 여전히 수심 문제가 남는다. 수에즈 운하는 중형 유조선만 이용할 수 있다. ‘초대형 원유운반선’, 즉 VLCC라고 불리는 최대급 유조선은 200만 배럴을 실을 수 있지만, 원유를 가득 적재한 상태로는 운하를 통과할 수 없다.

이는 문제가 된다. VLCC는 석유산업의 핵심 운송 수단으로, 사우디 원유 대부분을 운반하기 때문이다. 유일한 해결책은 초대형 유조선의 화물을 일부 덜어내 흘수를 낮추는 것이다.

여기서 새로운 우회로가 등장한다. 건설된 지 50년 된 수에즈-지중해 송유관, 이른바 수메드(Sumed)다. 총연장 320㎞의 복선 송유관으로, 홍해 북단에 있는 이집트 도시 아인 수크나와 지중해 연안 알렉산드리아 인근 항구 시디 케리르를 연결한다.

두 번째 선택지는 이스라엘이 소유한 에일라트-아슈켈론 송유관이다. 역시 홍해와 지중해를 잇는다. 이 송유관은 더 이른 1960년대에 이스라엘과 훗날 이스라엘에 가장 적대적인 국가가 되는 이란의 합작사업으로 건설됐다.

이 송유관은 1973~1974년 1차 석유위기 당시 역사상 가장 뛰어난 원자재 트레이더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마크 리치에게 막대한 수익을 안겨주는 현금창출원이 됐다.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이스라엘은 이란을 사업에서 배제했다.

그렇다면 사우디는 후티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 에일라트-아슈켈론 노선을 이용할 수 있을까. 과거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리야드가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절박한 상황에서는 절박한 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다.

사우디와 이스라엘 어느 쪽도 이를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겠지만, 나는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에일라트-아슈켈론 송유관의 운영이 지금까지도 극비에 부쳐져 있다는 점도 이러한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이다.

이번 분쟁과 관련된 모든 당사자에게는 막대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후티가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위협하면서 홍해를 통과하는 하루 500만 배럴 이상의 사우디 원유 흐름이 위험에 처하고 있다. 원자재 시장에서는 이 공급이 유지됐기 때문에 일부에서 우려했던 배럴당 200달러까지 유가가 치솟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얀부(Yanbu) 원유 수출

페르시아만을 통한 원유 수출이 중단된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홍해 연안 석유 터미널의 원유 수출량이 다시 증가했다.

주황색: 수메드 송유관 및 요르단행

검은색: 아시아행

파란색: 사우디 국내 항구행

회색 구간: 페르시아만 원유 수출이 잠시 재개된 기간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 수출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두 가지 방식을 아마도 동시에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먼저 홍해의 원유 수출항에서 수메드 송유관까지 원유를 실어 나를 소형 유조선 선단을 투입할 수 있다. 일종의 유조선 컨베이어벨트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아시아 정유사들은 자사 유조선을 수에즈 운하까지 통과시킬 필요 없이 송유관 반대편에서 원유를 인수하면 된다.

사우디는 이미 일부 아시아 정유사와 원유 인도 지점을 얀부에서 시디 케리르로 변경하는 방안을 협의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수메드 송유관의 수송 능력이 하루 약 250만 배럴로, 현재 얀부에서 나오는 물량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스라엘 송유관까지 추가하면 하루 120만 배럴의 수송 능력을 더 확보할 수 있어 격차를 줄일 수는 있지만,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다.

여기서 사우디 계획의 두 번째 부분이 활용될 수 있다. 초대형 유조선이 수메드 송유관 입구에서 화물 일부를 내려놓으면 흘수가 낮아져, 나머지 원유를 실은 채 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다. 이후 지중해로 나온 뒤 송유관 반대편에서 내려놓았던 원유를 다시 선적하는 방식이다.

사우디는 이와 함께 수에즈막스라고 불리는 중형 유조선도 일부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수에즈막스는 약 100만 배럴을 실을 수 있으며, 화물을 덜어내지 않고도 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다.

송유관과 유조선을 결합하면 우회 수송은 가능하다. 다만 이 과정은 비용이 많이 들고 물류 운영도 복잡하다. 결과적으로 운송비가 크게 상승하게 된다. 아시아로 향하는 유조선은 인도양 인근이 아니라 지중해 동부에서 항해를 시작해야 하므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본까지 가는 데 약 25일이 추가된다. 귀항에도 같은 기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막대한 수의 유조선이 장기간 묶이게 된다.

사우디가 이 ‘우회로의 우회로’를 전면적으로 가동해야 할지, 아니면 일부 물량만 다른 경로로 돌리면 될지는 후티 반군의 행동에 달려 있다.

공격 이후 첫 주말 동안, 사우디가 해협을 통해 수출하는 물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파키스탄·인도행 유조선 여러 척이 아무 문제 없이 이 병목 구간을 통과했으며, 월요일 아침에도 몇 척이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유조선들은 보통 선박 위치 시스템을 통해 자국 국적을 알리는 메시지를 송출한다. 예를 들어 한 유조선은 “중국/국기/선주/선원”이라고 표시했다.

또 다른 여러 척은 위치 신호를 끈 채 해협을 통과했다. 다만 일부 유조선은 항로를 되돌려 홍해 북쪽으로 향했다. 어쨌든 지리적 여건상 이 해협을 봉쇄하는 것은 쉽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아라비아반도의 내전 중인 예멘과 아프리카의 빈곤국인 지부티·에리트레아 사이에 있으며, 폭은 약 14해리에 불과하다. 이는 폭 21해리인 호르무즈 해협보다도 좁다. 바브엘만데브라는 이름은 험난한 항해 여건을 반영해 대략 ‘눈물의 문’이라는 뜻이다.

동서 송유관(East-West Pipeline)을 통해 수출되는 사우디 원유의 주요 행선지

중국: 하루 77만 4,000배럴

한국: 하루 64만 5,000배럴

기타 국가: 하루 58만 1,000배럴

일본: 하루 45만 2,000배럴

인도: 하루 38만 7,000배럴

→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거쳐 수출되는 사우디 원유의 대부분은 중국·한국·일본·인도 등 4개국이 구매한다.

이란으로부터 오랫동안 무기와 훈련을 지원받고 육성돼 온 후티 반군은 과거에도 이 해협을 봉쇄한 적이 있으며, 2023년부터 2025년 사이 여러 척의 상선을 침몰시켰다. 당시에는 호르무즈 해협이 열려 있었기 때문에 봉쇄가 원유 수송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지난 1년 동안에는 불안정한 휴전이 유지되면서 유조선과 다른 상선들이 해협을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주 초 후티 반군은 성명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해 해상 봉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으며, 여기에는 사우디의 홍해 원유 항구에 기항하는 외국 선박도 포함됐다. 이 봉쇄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 수도 사나의 공항을 폭격한 지 며칠 뒤 발표됐다.

후티 반군이 수요일 밤 실제로 위협을 실행에 옮긴 이후 유가는 다시 배럴당 100달러까지 상승했다. 석유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가운데, 이번 차질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가능성이 높은 국가는 얀부에서 상당량의 사우디 원유를 선적해온 인도·한국·중국·일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00일 넘게 동서 송유관을 이용해 호르무즈 해협을 성공적으로 우회해왔다. 그러나 이제 그 우회로마저 위협받으면서 새로운 경로가 필요해졌다. 대체 경로는 존재하지만, 기존 우회로보다 훨씬 복잡하다. 임시방편이 하나씩 추가될수록 위험과 비용도 커진다.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재개방하는 것만큼 확실한 해결책은 없다.

Saudi Oil Can Still Get Out — But It Won’t Be Cheap or Easy - Javier Bl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