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가 다음 달 OPEC을 탈퇴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대규모 공급 차질 속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원유 시장 상황에서 OPEC에 상당한 타격이 될 뿐 아니라, OPEC의 미래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하고 있다. UAE의 탈퇴는 60년간의 회원국 지위를 끝내는 것으로, 오는 5월 1일 공식 발효된다.
아랍에미리트(UAE)가 OPEC을 탈퇴하기로 한 충격적인 결정은 60년 동안 함께해온 파트너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이제 OPEC은 급변하는 글로벌 원유 시장 속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싸움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다른 회원국 관계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오랫동안 이어져온 아부다비와 사실상 OPEC의 리더 역할을 해온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갈등이 결국 폭발하며, OPEC 내 세 번째 규모의 산유국인 UAE가 불과 며칠 안에 탈퇴하겠다고 전격 발표했기 때문이다.
OPEC과 그 협력국들에게 UAE의 탈퇴는 공급 조절을 통해 유가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동시에 UAE는 글로벌 원유 시장이 전례 없는 격변을 겪는 시점에서, OPEC의 생산 쿼터 제약에 오랫동안 불만을 품어온 ‘변수적 존재(wild-card player)’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가장 직접적으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UAE와 다른 걸프 산유국들의 원유 생산이 심각하게 제약받고 있다. 그 결과 전 세계는 원유 공급 부족에 허덕이고 있으며, OPEC의 생산 쿼터는 사실상 의미를 잃은 상태다. 하지만 원유 수출이 다시 정상화되기 시작하면, UAE의 탈퇴는 결국 시장 점유율 확보 경쟁과 새로운 유가 전쟁의 발판이 될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이미 UAE 당국자들은 생산 확대 의사를 내비친 상태다.
다른 OPEC+ 회원국 관계자들 몇몇은 UAE의 탈퇴 이후 곧바로 연쇄 탈퇴가 이어질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룹 내 가장 영향력 있는 회원국 중 하나의 이탈은 여전히 더 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특히 미국 셰일 생산 증가로 새로운 공급이 시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OPEC의 영향력은 약화돼 왔다. 글로벌 원유 시장의 ‘관리자’를 자처해온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생산량을 초과하는 회원국들을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으며, 지난 10여 년 동안 이미 일부 소규모 회원국들의 탈퇴도 이어져 왔다.
컨설팅업체 Eurasia Group의 애널리스트 그렉 브루는 “OPEC의 시장 지배력은 약화될 것”이라며 “UAE의 탈퇴는 OPEC 전체 생산능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던 국가의 이탈이라는 점에서 그룹의 신뢰성을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UAE는 OPEC 전체 생산량의 10%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이 내용은 사안에 정통한 약 12명의 관계자들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이들 대부분은 비공개 정보를 논의하고 있다는 이유로 익명을 요구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UAE의 OPEC 탈퇴 결정은 수년에 걸쳐 준비되어 온 것이었다. 그 배경은 202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가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시장 혼란이 오랜 동맹국인 아부다비와 리야드 간의 원유 정책 갈등을 심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 갈등은 서로 다른 비전의 충돌을 반영하고 있었다. UAE는 에너지 전환이 본격적인 전환점에 도달하기 전에 자국의 풍부한 탄화수소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려 했던 반면, 사우디는 원유 생산과 유가를 보다 신중하게 관리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이러한 갈등은 중동의 비즈니스 허브 지위를 둘러싼 경쟁, 그리고 지역 내 정치적 영향력 확대 경쟁과도 맞물려 진행됐다.
UAE의 입장은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인 Abu Dhabi National Oil Co.(ADNOC)의 CEO 술탄 알 자베르의 영향이 컸다. 그는 OPEC+의 생산 쿼터 제약에 대해 자주 불만을 드러내온 인물이다. UAE는 신규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 만큼, 이를 회수하기 위해 생산 확대를 원했다. 실제로 UAE는 할당된 생산 한도를 초과해 증산했고, 이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이례적으로 공개적인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당시 아부다비는 OPEC+ 탈퇴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었다.
UAE의 탈퇴 준비는 지난해 말 무렵부터 더욱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결정적 전환점이 된 것은 이란 전쟁이었다고 UAE 에너지장관 수하일 알 마즈루이는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전쟁으로 인한 공급 혼란이 이번 결정을 실행하기에 적절한 시점을 만들어줬다. 이번 결정은 우리의 모든 전략을 매우 신중하고 오랜 기간 검토한 끝에 내린 것”이라며 “현재 시장은 공급 부족 상태이기 때문에, 이번 탈퇴가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페르시아만과 국제 시장을 연결하는 핵심 항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UAE·이라크·쿠웨이트 등 역내 산유국들은 하루 최소 1,000만 배럴 규모의 생산을 중단해야 했다. 이는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약 10%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International Energy Agency(IEA)는 추산했다.
UAE는 OPEC에서 3번째로 OIL 생산을 많이 하는 나라이다
생산이 제약받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UAE의 OPEC+ 탈퇴가 시장에 미치는 충격도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것이라고 수하일 알 마즈루이 UAE 에너지장관은 말했다. 또한 OPEC+를 떠남으로써 UAE는 전쟁 이후 연료 수요가 회복될 때, OPEC+ 생산 쿼터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증산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UAE는 앞으로도 “책임 있는 생산국”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UAE는 대규모 유휴 생산능력(spare capacity)을 보유한 몇 안 되는 산유국 중 하나이며, 오랫동안 OPEC의 생산 제한 조치에 불만을 가져온 국가이기도 하다.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CSIS)의 선임연구원 클레이턴 시글은 “생산 능력이 카르텔의 영향권을 벗어나게 된다면, 이는 향후 3~5년 관점에서 유가에 하방 압력(bearish)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것이 OPEC+가 시장 관리에 실패한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모두가 우려하는 가장 큰 시나리오는 도미노 효과다. 즉, 다른 회원국들도 아부다비를 따라 탈퇴에 나서는 상황이다. 그것이 현재 내 머릿속에서 가장 큰 질문”이라고 덧붙였다. OPEC의 핵심 역할은 원유 시장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처럼 원유 수요가 급감했을 때 감산을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는 기능이 중요했다.
이제 앞으로 원유 수급 균형을 맞추는 책임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주도하는 OPEC+ 내부의 점점 더 줄어드는 핵심 국가들에 집중될 전망이다. 리야드는 향후 공급 조절 부담을 사실상 떠안아왔지만, 연합 내 그 다음 규모의 산유국들인 이라크·카자흐스탄·러시아 등은 사우디만큼 일관되고 신뢰할 만한 협조를 보여주지 못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자신들의 시장 점유율이 줄어드는 상황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왔다. 일부 OPEC+ 회원국들이 전 세계 다른 산유국들과 함께 계속 증산에 나섰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해 사우디는 OPEC+ 연합을 이끌고 공급 확대라는 극적인 전략 전환에 나섰으며, 오랫동안 유지해온 ‘유가 방어 중심 전략’을 사실상 포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부다비가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대해왔고 추가 증산 의지도 강하게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얼마나 더 생산을 늘릴 여력이 남아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UAE의 실제 생산량 추정치는 기관마다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많은 애널리스트와 트레이더들은 전쟁 이전 기준으로 이미 UAE가 최대 생산 능력에 가까운 수준까지 원유를 생산하고 있었다고 보고 있다.
International Energy Agency(IEA)에 따르면 UAE는 2월 하루 364만 배럴을 생산했는데, 이는 공식 수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일부 트레이더들은 실제 생산량이 이보다도 더 많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헤지펀드 Black Gold Investors LLC의 매니저이자 베테랑 원유 컨설턴트인 게리 로스는 “UAE는 오랫동안 사실상 생산 능력 한계 수준까지 생산해왔고, OPEC+ 쿼터를 무시해왔다”며 “실질적으로 시장 균형을 맞추는 것은 사우디아라비아다. 결국 OPEC이란 곧 사우디아라비아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다만 UAE의 탈퇴가 곧바로 연합 붕괴로 이어질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OPEC+ 회원국들과 러시아·카자흐스탄 같은 비회원 협력국들로 구성된 연합 내부의 여러 대표들은 자신들이 UAE를 따라 탈퇴할 계획도 없고, UAE의 이탈이 연쇄 탈퇴를 촉발할 것으로도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OPEC의 남은 영향력이 얼마나 강한지는 다음번 시장 개입 시점에서 진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된 이후에도 한동안 시장은 가능한 모든 원유 공급을 필요로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Rapidan Energy Group의 대표이자 전 백악관 관계자인 밥 맥널리는 “문제는 언제 다시 공급 과잉 국면이 오고, 공급 통제가 필요해질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라며 “그 시점은 수년 뒤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