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리포트의 매크로 섹션은 호르무즈 해협, 미국 경제, 그리고 유동성 환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투자 분석 섹션에서는 최근 돌파 흐름을 보이고 있는 신흥시장에 대한 업데이트와 여러 비율 차트(ratio charts), 그리고 비트코인의 새로운 사이클 고점에 대한 코멘트를 제공한다.
Macro View
The Strait of Hormuz
2020~2021년 리포트 당시에는 매크로 섹션 안에 코로나19 업데이트를 반복적으로 포함시켰었다. 각종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과 이에 따른 봉쇄 조치, 혹은 반대로 확산세 둔화와 봉쇄 완화 상황 등을 계속 추적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그 이유는 이런 요소들이 글로벌 매크로 환경과 여러 투자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호르무즈 해협 이슈를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 계속해서 추적해야 하는 장기적인 배경 리스크가 되었기 때문이다. 분쟁이 11주차에 접어든 현재까지도 전 세계 원유, LNG, 비료, 헬륨 공급의 상당 부분이 차질을 겪고 있다. 게다가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미국과 이란이 서로 번갈아 가며 해협 통과를 막고 있다는 점이다.
좋은 소식은, 많은 에너지 전문가들이 5월까지 봉쇄가 이어질 경우 지금보다 훨씬 심각한 결과를 우려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일부 수요 파괴(demand destruction)와 전략 비축유 방출이 맞물리면서 전체적인 가격 충격은 어느 정도 완화되었다. 또한 심각한 에너지·식량 위기로 이어지는 대규모 인도주의적 재난도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에너지·식량·비료 가격은 전반적으로 상승해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는 있지만, 대부분의 지표 기준으로 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였던 2022년 봄만큼 상황이 악화되지는 않은 상태다.
반면 나쁜 소식은 이 문제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기존 비축물량에도 한계가 있으며, 상황이 지속될 경우 2022년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 수준의 충격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공급 부족은 시간이 갈수록 누적된다. 만약 장기화된다면 더 심각한 수요 파괴가 발생하기 전까지 또 한 번의 대규모 가격 급등 위험이 커질 수 있다. 특히 그 부담은 개발도상국과 항공업계 전반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 여름철로 접어들면서 계절적으로 항공 수요가 증가하고, 더운 지역에서는 냉방 사용 증가로 전력 수요(즉 천연가스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 이는 현재의 수급 불균형에서 수요 측 압박을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다.
US Economic Conditions
미국의 2분기 GDP 성장률 추정치는 견조한 편이다. 지난 몇 개 분기 동안 다소 부진한 수치를 보였던 이후, 다시 안정적인 성장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2026년 2분기 GDP 성장률 전망이 최근 들어 다시 상향 조정되고 있는 중
애틀랜타 연은의 GDPNow 추정치(초록색) : 5월 들어 급격히 상승해 연율 기준 약 3.6~3.7% 수준까지 올라감
시장 컨센서스(파란색, 약 1.5% 수준)를 크게 웃도는 수치
반면 블루칩 컨센서스(월가 평균 전망)는 3월 이후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되며 성장률 둔화를 예상
▶ 시장은 비교적 보수적으로 보고 있는데, 실시간 경제 데이터를 반영하는 GDPNow 모델은 예상보다 미국 경제가 훨씬 강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상황
미국 경제는 계속해서 “두 개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 헤드라인 경제지표는 막대한 재정적자와 AI 관련 자본지출(AI capex)이 크게 견인하고 있다. 이러한 거대한 흐름의 수혜를 받는 산업들은 매우 좋은 상황에 있으며, 전반적으로 많은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 역시 양호한 상태다.
- 반면, 소비자 심리는 역사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인구 하위 75% 계층에서는 여러 경제지표들이 정체되어 있다. 높은 유가와 높은 모기지 금리의 부담을 직접적으로 받는 사람들은 여전히 생활비 부담과 구매력 문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노동시장은 흥미로운 상황이다. 한편으로는 2025년 4월 이후 비농업 고용이 1년 동안 사실상 정체되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실업률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신규 채용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대규모 해고를 하는 것도 아니다. 대신 AI를 활용해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일을 처리하려 하고 있다.
나의 기본 시나리오는 앞으로 미국 경제가 어느 정도 “일본화(Japanification)” 경로를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즉, 강세론자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폭발적인 호황이 나타나지도 않고, 반대로 약세론자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대규모 실업이나 신용위기가 발생하지도 않는다는 의미다.
대신 대규모 재정적자가 경제 일부를 지속적으로 부양하는 가운데, AI가 기업들에게 생산성 향상을 제공하면서 신용 사이클과 고용·해고 사이클은 전반적으로 이전보다 완만하고 둔화된 형태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Liquidity Check-Up
2025년 말 정책 전환 이후, 연준은 계속해서 은행 시스템에 새로운 본원통화(base money)를 점진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연준의 레포(repo) 창구 사용 급증이나 SOFR-IORB 스프레드의 비정상적 확대 같은 형태의 심각한 유동성 스트레스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근 미국 재무부는 향후 국채 발행 계획과 관련된 분기 보고서를 공개했다. 핵심 내용은 현재의 운영 기조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즉, 단기 국채(T-bill) 발행 비중이 높은 현재의 구조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코로나 이전에는 미국 재무부가 전체 부채의 약 15% 정도만 T-bill(단기 국채)로 조달했고, 나머지는 만기가 더 긴 T-note와 T-bond로 조달했다. 이는 역사적으로 일반적인 비율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시기에는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스티브 므누신이 초기 경기부양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T-bill 발행을 급격히 늘렸다. 위기 상황에서는 흔히 나타나는 방식이다.
이후 2021년 초 재닛 옐런이 재무장관직을 이어받았다. 그런데 경제 상황이 상당 부분 정상화된 이후인 2023~2024년 후반기에도 그녀는 여전히 평소보다 높은 수준의 T-bill 발행(전체 부채의 약 22%)에 의존해 정부 재정적자를 조달했다. 당시 스콧 베센트는 이러한 접근 방식을 비판했었다.
T-bill 발행 비중을 높이는 방식은 일반적으로 유동성에 우호적인(pro-liquidity) 정책으로 간주된다. 왜냐하면 금융 시스템에 장기채 공급을 덜 늘리게 되고, 결과적으로 장기금리에 하방 압력을 가하기 때문이다. 즉, 장기채 공급을 제한함으로써 장기금리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방식의 “대가(cost)”도 존재한다. 정부가 금리 변화에 훨씬 민감해진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장기 고정금리 부채를 충분히 잠가(lock-in) 두지 않았다는 뜻이며, 이는 고정금리 모기지 대신 변동금리 모기지에 의존하는 것과 비슷하다. 또한 끊임없이 만기가 돌아오는 T-bill을 차환(refinancing)하기 위해 더 큰 규모의 현금 계정을 유지해야 한다.
흥미롭게도 스콧 베센트가 재무장관에 취임한 지 15개월이 넘은 현재,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재닛 옐런의 방식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즉, 여전히 전체 부채의 약 22%를 T-bill 발행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는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최근 재무부 자금조달 업데이트에서도 이러한 접근 방식을 당분간 계속 유지할 계획임이 드러났다.
베센트는 장기금리를 낮추는 것이 자신의 핵심 목표 중 하나라고 여러 차례 언급해왔다. 따라서 장기채 발행을 늘리는 것은 그의 정책 방향과 다소 충돌하는 측면이 있다. 이상적으로는, 그는 T-bill 발행 비중을 정상화하면서도 디스인플레이션적인 경제 정책—예를 들어 충분한 원유 생산, 제조업 공급병목 해소, 재정적자 축소 등을 통해—장기금리를 낮추고 싶어 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오랫동안 예상해왔던 것처럼 여전히 막대한 재정적자가 지속되고 있고, 여기에 이란과의 전쟁까지 더해지면서 그런 기대는 흔들리고 있다.
최근 인터뷰들에서 나는 차기 연준 의장으로 거론되는 케빈 워시가 자신이 주장해온 것처럼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축소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았다. 내 입장은, 그가 실제로는 대차대조표를 크게 축소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 조정 수단(levers)은 존재하지만, 현실적으로 큰 폭의 축소는 쉽지 않다고 본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수단 중 하나는 바로 베센트 재무부가 T-bill 발행을 줄이고 더 많은 장기물(T-note·T-bond)을 발행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재무부가 연준에 보유하고 있는 현금 계정(TGA)을 수천억 달러 규모로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그런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나는 이 부분을 지난 2월 뉴스레터에서도 설명한 바 있다:
기준 시나리오보다 더 약세인 경우들 (Below-Baseline Scenarios)
트럼프 대통령은 차기 연준 의장(2026년 5월 임기 시작) 후보로 케빈 워시를 지명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공식 취임을 위해서는 그 시점에 미국 상원의 인준 절차가 필요하다. 워시는 연준의 대차대조표를 더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온 인물이며, 이는 현재 연준의 기존 전망과는 상반되는 방향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제기된다. “연준 리더십 교체가 실제로 연준의 대차대조표 구성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답은 아마도 “큰 변화는 어렵다”에 가깝지만, 몇 가지 단서는 존재한다.
- 연준 의장은 강력한 권한을 가진 자리이긴 하지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내 12명의 투표권자 중 한 명일 뿐이다. 즉, 의장 혼자 정책을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
- 연준과 다른 연방 기관들이 은행 규제를 추가로 완화할 가능성은 있다. 그렇게 되면 은행들은 규제상 레버리지 비율에 불이익을 크게 받지 않으면서도 더 많은 국채를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반대로 연준이 보유해야 하는 국채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 또한 연준은 은행 시스템 내 초과지준(excess reserves)이 과도하게 특정 은행들에 쌓이는 현상을 억제하는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현재 시스템에 존재하는 지급준비금이 보다 균등하게 분산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연준은 대차대조표를 수천억 달러 정도 추가로 축소할 여지를 확보할 수도 있다.
- 재무부가 평균 부채 만기를 더 장기로 늘리고, 평균 현금 계정 규모(Treasury General Account, TGA)를 축소할 수도 있다. TGA 규모가 줄어들면 그만큼 유동성이 다시 은행 시스템으로 돌아가게 되며, 결과적으로 연준은 대차대조표를 수천억 달러 정도 더 줄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정부는 일반적으로 장기금리가 상승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장기채 공급을 얼마나 늘릴지에 대해서는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론적으로는, 이러한 조치들이 모두 동시에 실행된다면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약 1조 달러 정도 축소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은 낮다.
그리고 중요한 점은, 이러한 조치들은 결국 유동성을 “이동시키는 것”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은행들이 부분지급준비(fractioinal reserve) 체계 아래에서 더 많은 국채를 매입하는 것은 기능적으로 보면 연준이 새로운 지급준비금을 만들어 국채를 매입하는 것과 상당히 유사하다.
또한 지급준비금을 시스템 내에서 재배치하고 TGA를 축소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에 가깝다. 즉,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결국 연준은 다음 세 가지 목표를 최우선으로 최적화하려 할 것이다.
- 은행 대출과 광의통화(broad money) 증가가 적당한 속도로 유지되도록 하는 것
- 미국 국채 시장의 유동성이 충분히 유지되도록 하는 것
- 레포 시장의 유동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혹시 발생하는 유동성 스트레스가 오래 심각한 상태로 지속되지 않도록 하는 것
— 2026년 2월 8일 공개 뉴스레터 중
전반적으로 보면, 행동으로 옮기는 것보다 말하는 것이 훨씬 쉽다. 나는 계속해서 재무부와 연준의 조합이 유동성 환경을 “운영 가능한 수준(workable levels)”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만약 한쪽이 조금 더 매파적으로 움직이면, 다른 한쪽은 이를 상쇄하기 위해 조금 더 비둘기파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들은 매우 섬세한 균형 조정을 이어가면서 미국 국채 시장의 유동성을 유지하고, 장기금리를 지나치게 높지 않은 수준에서 관리하려 할 것이다.
이른바 “재정 우위(fiscal dominance)” 체제의 핵심은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다.
- 지속적으로 큰 재정적자를 유지하는 것
- 약하지만 꾸준한 금융 억압(financial repression)을 시행하는 것
- 그리고 어떤 행정부가 집권하든 관계없이, 왜 재정·통화정책을 완전히 정상화할 수 없는지에 대한 새로운 이유들을 계속 제시하는 것
즉, 결국 이 열차를 멈출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의미다.
Emerging Markets' Breakout
나는 이 리포트와 앞으로 몇 달간의 리포트들을 이집트에서 작성하고 있다. 오래된 독자들은 알겠지만, 이집트는 내게 두 번째 집 같은 곳이며 나는 매년 일정 기간을 이곳에서 생활한다. 흥미롭지만 어쩌면 불운한 시점이기도 하다. 이집트는 4월 내내 에너지 사용 제한(curfew) 조치를 시행했는데, 이는 천연가스 월간 수입 비용이 세 배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상점과 식당들은 전력 소비(그리고 결국 천연가스 소비)를 줄이기 위해 매일 평소보다 일찍 문을 닫아야 했고, 심지어 가로등까지 꺼지면서 원래라면 경제 활동이 활발했을 도시 지역 상당 부분이 어둠에 잠기기도 했다.
현재 5월 들어서는 상황이 다소 완화되었지만, 여전히 조명 축소나 원격근무 확대 같은 전력 절감 조치들은 계속 시행되고 있다.
이집트는 원래도 여름철이면 정전이나 부분 단전(brown-out)이 자주 발생하는 국가다. 여름에는 에어컨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막대한 전력 소비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 재정은 원자력 발전 확대보다는 신행정수도 건설에 더 우선순위를 두어 왔다. 따라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여름까지 이어진다면, 이집트는 추가적인 전력 제한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어쨌든 이런 배경 속에서 지금은 신흥시장에 대한 업데이트를 다루기에 적절한 시점처럼 보인다. 그리고 과거로 조금 돌아가, 내가 제시했던 신흥시장 전망 가운데 어떤 것들이 예상대로 흘러갔고 어떤 것들이 그렇지 않았는지 살펴보려 한다.
나는 오랫동안 구조적인 관점에서 포트폴리오 내 신흥시장 비중을 유지해왔지만, 보다 전술적인 관점에서 “향후 몇 년간 신흥시장이 초과성과를 낼 수 있는 촉매들”을 보기 시작한 것은 2024년 중반부터였다.
24년 8월 4일 리포트 中
■ 심층 분석: 자금 순환(Rotation) 분석:
미국은 구조적으로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국가다. 그리고 기축통화국이자 세계에서 가장 크고 깊은 자본시장을 보유한 나라로서, 세계 각국은 자신들의 흑자를 미국 금융자산(주식, 채권, 부동산, 사모펀드 등)에 투자해왔다.
특히 지난 15년 동안 이러한 흐름은 상당히 불균형적인 수준까지 누적되었다. 일본과 중국 같은 국가들은 막대한 규모의 미국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다른 많은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미국 대형주에는 거의 자동적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거대한 엔진이 존재한다. 해외 자본이 계속해서 미국으로 들어오고, 미국 내 근로자들의 401(k) 연금 자금도 꾸준히 시장으로 유입된다.
게다가 그 상당 부분은 시가총액 비중 기준으로 패시브 운용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금이 상위 대형주로 집중되는 구조다.
사실상 미국 경제 구조는 이런 방식으로 작동해왔다. 미국은 해외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소비재를 수입하고, 대신 가치가 상승하는 자본자산의 소유권 일부를 해외에 판매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은 적어도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에게는 꽤 기분 좋은 일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런 구조가 자산 가격 상승에는 매우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여오고 있으며, 일본 역시 엔화 약세를 방어하기 위해 보유 자산 일부를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일본은 기준금리를 0.25%까지 인상했다. 숫자만 보면 높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일본 기준으로는 15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일본의 구조적인 경상수지 흑자, 해외시장에 대규모로 배치된 자본, 그리고 높은 생산성을 함께 고려하면, 일본이 비교적 작은 수준의 매파적 정책 변화만 취하더라도 약세였던 엔화에는 상당한 지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달러/엔(USDJPY) 환율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는 미국 경제지표가 점차 둔화되고 있는 동시에, 일본이 엔화 약세를 지나치게 방치하지 않기 위해 점진적으로 다양한 통화 방어 조치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러한 요소들은 엄청난 규모의 자본을 한쪽으로 과도하게 쏠리게 만들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은 자산 배분의 매우 높은 비중을 미국 자산에 두고 있으며, 이는 미국 증시 밸류에이션과 달러 가치를 지지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어떤 면에서는 미국에 유리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부작용도 낳는다. 그리고 그 흐름은 다시 자기강화적으로 반복된다.
많은 신흥국들은 달러 표시 부채(dollar-denominated debt)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강달러는 그들의 금융 시스템과 경제에 상당한 압박을 가한다. 자본이 계속 미국으로 유입될수록 달러 강세가 유지되고, 이는 달러 부채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 경제적·금융적 하방 압력을 지속적으로 가하게 된다.
그 압박이 커질수록 글로벌 자금은 신흥시장을 떠나 미국 시장으로 이동하려는 유인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되고, 이는 다시 신흥국 통화를 약세로 만들고 달러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미국도 무적은 아니다. 미국은 막대한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연준은 유동성 유지를 위해 2025년 말쯤 다시 이를 사실상 지원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미국은 구조적인 무역적자도 안고 있는데, 그 배경 중 하나는 인위적으로 강한 달러다. 그리고 이 문제는 점점 미국 내부의 정치적 이슈로까지 번지고 있다.
현재처럼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재정적자까지 거대한 수준으로 유지되면, 이미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과 사실상 자산 시장에 진입조차 못하는 사람들 사이의 격차는 점점 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
■ 잠재적 촉매(The Potential Catalyst)
글로벌 거시경제 시스템은 매우 복잡하다. 어떤 하나의 프레임워크나 모델로도 모든 변수를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을 정도다.
그래서 나는 리스크를 관리하고 투자 기회를 찾을 때, 우선 기본 시나리오(base case)를 설정한 뒤 새로운 데이터와 변화가 나올 때마다 그 시나리오를 수정하거나 분기시키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두 달 전 트위터에서는 금융 전문가 마이클 아루에(Michael Arouet)와 패트릭 츠바이펠(Patrick Zweifel)이 과거처럼 미국 시장에서 해외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순환(rotation)하게 만들 촉매가 무엇일지에 대해 논의하는 스레드가 있었다.
신흥시장 주식 / 선진국 주식”의 상대 강도를 보여주는 장기 비교 차트
이에 대해 나는 다음과 같은 사고 과정을 제시했다.
Lyn Alden :
"이런 시나리오는 어떨까?
미국 경제가 결국 둔화되고, 연준은 금리를 인하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모기지 금리가 이전 사이클처럼 더 낮은 저점(lower-low)까지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기지 재융자를 하지 않는다.
재정적자는 계속 높게 유지되고, 결국 연준은 다시 화폐화(monetization)/양적완화(QE)로 돌아간다.
그 결과 자본이 다른 지역으로 순환(rotation)하기 시작하고, 선순환(virtuous cycle)이 만들어진다.”
Patrick Zweifel :
“당신의 기본 논지에는 동의한다.
미국 경제가 둔화되고 연준이 금리를 인하한다는 점은 맞지만, 이번에는 전달 경로(path)가 다르다.
이번에는 달러를 통해 영향이 전달될 것이고, 달러 약세는 원자재 가격을 상승시키고 달러 부채가 많은 국가들의 이자 부담을 줄여준다.
그 시점에서 신흥시장(EMs)이 강세를 보이게 된다.”
Lyn Alden :
“동의한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언급한 ‘선순환’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 주식과 채권에서 자본이 빠져나갈수록 달러는 약세를 보이게 되고, 이는 신흥국들의 부채 부담을 완화시킨다.
그러면 신흥국 경제가 더 좋아지고 더 많은 자본을 끌어들이게 되며,
결과적으로 달러 자산에서 더 많은 자금이 빠져나오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나는 이후 7월 중순 공개 뉴스레터에서 이 주제에 대해 추가 분석을 제시했다. 그 뉴스레터의 핵심은, 미국 경제가 둔화되고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그것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미국 국내 경제를 강하게 부양하지는 못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미국의 모기지 금리는 지난 40년 동안 계속해서 “더 낮은 저점(lower lows)”과 “더 낮은 고점(lower highs)”을 형성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이클은 처음으로 이전보다 더 높은 고점(higher high)이 나타난 사이클이었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 모기지 금리에서도 “더 높은 저점(higher low)”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즉, 금리가 현재의 고점에서는 내려오겠지만, 이전 사이클에서 기록했던 낮은 수준까지는 다시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2024년 4월, 뉴욕 연은(New York Fed)은 2023년 활동 내용을 검토하고 향후 전망을 담은 연례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 보고서에서 뉴욕 연은은 2025년 말쯤에는 다시 미국 국채(Treasury securities)를 구조적으로 축적하는 방향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반면, 주택저당증권(MBS·Mortgage Backed Securities) 보유량은 계속 줄여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연준은 이러한 전망을 “은행 시스템 내 충분한 지급준비금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대차대조표를 다시 국채 중심 구조로 정상화하려는 것”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것을 조금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싶다. 즉, 앞으로 구조적인 재정적자를 사실상 조용히 지원해야 할 필요가 생길 것이라는 점을 연준 스스로 미리 예상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내가 계산하는 수치들 역시 비슷한 시점에 그런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한편, 만약 모기지 금리가 이전 사이클보다 더 낮은 수준(lower low)으로 내려가지 않는다면, 주택 보유 소비자들이 모기지 재융자(refinancing)를 통해 새롭게 확보할 수 있는 소비 여력에도 한계가 생기게 된다.
물론 중소기업 대출 같은 다른 대출 시장들은 금리 인하의 긍정적 효과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시점의 배경은 소비 둔화와 고용시장 약화라는 다소 불안한 환경일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금리 인하의 가장 큰 수혜자는 신흥국 정부와 기업들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시장 변동성이 큰 초기 국면을 지나야 하겠지만, 달러 금리가 완화되기 시작하면 달러 부채를 많이 안고 있는 수많은 신흥국들이 마치 압축된 스프링처럼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이 점은 여러 면에서 2000년대 초반과 비슷해 보인다. 당시에도 달러 약세와 완화적 환경 속에서 신흥시장은 2003~2007년에 매우 강력한 상승 사이클을 경험했다.
1960년대, 1990년대, 그리고 2010년대처럼 강달러가 지속되던 시기에는 미국과 글로벌 전반에서 디스인플레이션 흐름이 나타났고, 많은 자산들이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미국 성장주들이 매우 강한 성과를 보였다.
1960년대에는 이를 “니프티 피프티(Nifty Fifty)”라고 불렀고,
1990년대에는 “닷컴 버블(Dotcom Bubble)”이라 불렀다.
최근에는 “FAANG” 혹은 “매그니피센트 세븐(Magnificent Seven)”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이들 기업은 실제 펀더멘털도 좋았지만, 동시에 지나치게 높은 밸류에이션까지 부여받는 경우가 많았고 결국 과열 수준에 도달하곤 했다.
반면 같은 시기에는 가치주(value stocks), 해외 주식, 금, 에너지, 원자재 등은 대체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펀더멘털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부진했고, 밸류에이션 역시 낮은 수준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었다. 반대로 1970년대와 2000년대처럼 달러 약세가 나타났던 시기에는 흐름이 뒤집혔다.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글로벌 부채 부담이 완화되고,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와 원자재가 강세를 보였고, 금도 좋은 성과를 냈으며, 가치주 역시 상대적으로 강한 흐름을 나타냈다.
반면 이전 시대를 주도했던 성장주들은 펀더멘털 자체는 여전히 좋았지만, 지나치게 높았던 밸류에이션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주가가 오랜 기간 정체되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카콜라(KO)다. 코카콜라는 1990년대 후반 기술버블 시기에 단순히 탄산음료를 판매하는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주가수익비율(PER)이 56배까지 상승했다. 안정적인 블루칩 성장주였던 만큼 당시 시장 과열 분위기에 함께 휩쓸린 것이다. 그 후 약 10~15년 동안 코카콜라의 순이익은 계속 크게 증가했지만, 밸류에이션은 현실 수준으로 절반 이상 하락했다. 그 결과 주가는 이전 고점을 회복하는 데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와 비슷한 현상은 월마트(WMT)를 포함한 여러 미국의 비(非)기술 성장주들에서도 나타났다.
반면 2020년대에 들어서는 많은 사람들이 엔비디아(NVDA)가 1990년대 후반의 시스코(CSCO)처럼 버블인지 아닌지를 묻고 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코스트코(COST)를 보며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코스트코는 1990년대의 코카콜라처럼 훌륭한 기업이지만, 현재 PER이 50배를 넘는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자금 순환(rotation)이 시작될 촉매가 있다면, 나는 미국이 구조적으로 거의 사상 최고 수준에 가까운 쌍둥이 적자(twin deficits·재정적자와 무역적자)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점진적으로 약화되는 소비를 이유로 금리 인하에 들어가는 순간이 매우 강력한 후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인정해야 할 점은, 나는 2019년에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는 것이다. 당시 역시 미국이 금리 인하 사이클에 들어가기 시작했던 시기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판단은 틀렸다.
2019년 미국 경제는 둔화되기 시작했고, 연준은 그해 중반부터 완만한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그리고 9월이 되자, 대규모 미국 재정적자와 부분적으로 연결된 금융 시스템 내부(plumbing) 문제로 인해 연준은 양적긴축(QT)을 중단하고 다시 대차대조표 확대에 나서야 했다. 실제로 그 시점부터 달러 인덱스도 약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나는 그때가 대규모 자금 순환의 시작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curveball)가 등장했다. 바로 2020년 팬데믹이었다. 나는 2020년 1월 26일, 정기 프리미엄 리포트 사이에 별도의 긴급 노트를 보내며 “과매수된 증시와 중국발 악화되는 바이러스 뉴스가 결합된 평소보다 위험한 환경”이라고 회원들에게 경고했었다.
그 이후 몇 달 동안 전 세계 경제는 봉쇄에 들어갔고, 수조 달러 규모의 통화가 새로 발행되었다. 그 결과 자금 순환 가능성은 몇 년 동안 사실상 사라져버렸다.
유럽은 에너지 위기를 겪었고(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부터 이미 문제가 있었으며, 전쟁이 이를 더욱 악화시켰다), 이후에는 액화천연가스(LNG)를 가능한 한 많이 사들이며 가난한 국가들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해 물량을 흡수했다.
결국 여러 사건들이 겹치면서 세계는 기존 흐름이 추가로 5년 정도 더 지속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더욱 확대되었고, 더 많은 자본이 미국으로 유입되었으며, 미국의 초대형 기업들은 시가총액 1조 달러 기업에서 3조 달러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 5년 동안 세계는 상당히 많이 변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이 되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달러 시스템에서 상당 부분 배제되면서 중국과의 금융 연계가 더욱 강화되었다. 중국은 미국 국채 보유 비중을 크게 줄였고, 더 많은 국가들이 BRICS와 상하이협력기구(SCO)에 가입했다. 또한 BRICS 계열 국가들의 중앙은행들은 외환보유고 다변화를 위해 금 매입 속도를 크게 높였고, 중국은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의 일부 화해와 소통을 중재하는 역할까지 수행했다. 한편 미국 내부의 정치적 양극화는 계속 심화되었다. 그리고 미국 원유 생산은 2012~2019년 동안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2024년 현재는 2019년 고점 대비 거의 정체 상태에 있으며, 셰일 유정의 고갈 속도는 더 빨라진 상황이다.
문제는 앞으로 또다시 이전과 비슷한 사이클이 반복될 것이냐는 점이다. 즉, 모든 흐름이 이전보다 더 극단적으로 확대되고, 체스판 위 말들이 더 앞으로 전진한 상태에서 같은 패턴이 반복될 것이냐는 것이다. 물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나는 이번에는 자금 순환(rotation)이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 현재 미국 금융시장으로 쏠린 자본 규모가 이미 지나치게 극단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어서, 이를 한 번 더 완전한 사이클로 밀어붙이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실제로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미국의 초대형 기술주를 모두 팔고 다른 자산으로 옮기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최소한 “매그니피센트 세븐”에만 집중하는 구조를 넘어서, 스타일 팩터 측면과 지역 측면에서 일정 수준의 분산 투자는 분명히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한 자금 순환을 촉발할 수 있는 여러 조건들도 점차 갖춰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 흐름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어떤 변화들이 나타나는지 지켜볼 계획이다.
그 리포트 이후 실제로 미국은 계속해서 막대한 재정적자를 유지해왔다. 또한 연준은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고 결과적으로 재정적자 화폐화(deficit monetization)를 지원하기 위해, 목표치를 웃도는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2025년 말 다시 대차대조표 확대 방향으로 전환했다.
한편 연준이 완만한 금리 인하를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모기지 재융자 규모는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AI 열풍은 계속해서 강해졌고, 그 결과 AI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된 미국 대형주들은 계속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다행히 신흥시장에도 AI 관련 기술 기업들은 상당수 존재한다.
다음은 2024년 리포트의 또 다른 한 부분이다 :
2024년 9월 1일 리포트 中
■ 심층 분석: 신흥시장(Emerging Markets)
8월 4일 리포트에서 나는 앞으로 몇 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자산 순환(asset rotation)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아직 읽지 않았다면 그 리포트를 읽어보길 권한다.
오랜 기간 동안 많은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들이 너무 이른 시점부터 대규모 자산 순환을 예상해왔기 때문에, 우리는 타이밍 문제를 신중하게 봐야 한다.
현재 내가 이 상황을 표현하는 방식은 이렇다 : “이번이 2019년 이후 처음 나타난 의미 있는 자금 순환 촉매일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즉, 실제로 지속적인 후속 흐름(follow-through)이 나타나는지를 계속 확인해야 한다는 의미다.
어떤 시기에는 성장주가 가치주를 outperform(초과성과)하고, 또 어떤 시기에는 반대로 가치주가 성장주를 outperform한다. 그리고 최근 몇 년은 이 측면에서 상당히 변동성이 컸다:
어떤 시기에는 선진국 시장(developed markets)이 신흥시장(emerging markets)을 outperform하고, 또 어떤 시기에는 반대로 신흥시장이 선진국 시장을 outperform하는 흐름이 나타난다:
어떤 시기에는 주식이 전반적으로 금보다 outperform하고, 또 어떤 시기에는 반대로 금이 주식보다 outperform하는 흐름이 나타난다:
어떤 시기에는 달러가 다른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이고, 또 어떤 시기에는 약세를 보이는 흐름이 나타난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들은 대체로 함께 순환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 성장주가 강세를 보이고 달러가 강했던 시기에는, 가치주·신흥시장 주식·금·원자재 등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자산 순환(asset rotation)이 발생하면, 그 시점에서 이미 비싸진 미국 성장주와 강달러는 장기간 정체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동시에 이전까지 소외되었던 자산들이 한동안 초과성과를 내는 국면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자본 흐름과 달러의 강세가 자리 잡고 있다.
신흥시장은 전 세계 인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선진국 대비 1인당 원자재 소비량이 훨씬 낮은 상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세계 경제 성장과 원자재 수요 증가의 대부분을 사실상 신흥시장이 담당하게 된다. 또한 신흥국들은 달러 표시 부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대출기관들이 해외에 자금을 빌려줄 때 현지 통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달러 기준으로 대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달러가 다른 통화 대비 강세를 보이면, 대부분의 신흥국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한다.
달러 표시 부채의 가치가 그들의 자산과 현금흐름 대비 더 빠르게 증가하게 되면서 재무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경제가 위축되면 원자재 수요와 성장 전망도 악화된다. 이는 다시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데, 문제는 많은 신흥국들이 원자재 생산국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원자재 가격 하락은 신흥국에 추가적인 타격을 준다.
그 결과 글로벌 투자자들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 속에서 신흥시장에서 자금을 빼내 미국 자본시장으로 이동시키게 되고, 이는 다시 달러 강세를 심화시키며 신흥국 통화를 더 약세로 만든다. 결국 달러는 더욱 강해지고 미국 증시 밸류에이션은 더욱 높아진다. 신흥시장 입장에서는 매우 악순환적인 구조다.
하지만 결국 그런 흐름도 언젠가는 힘이 약해진다.
1971년에는 미국이 금 태환(gold peg)을 사실상 포기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미국은 달러를 대량 발행하는 동안 금 보유량은 줄어들고 있었고, 결국 금본위 체제를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1985년에는 미국이 플라자 합의(Plaza Accord)를 통해 의도적으로 달러 약세를 유도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미국은 어려움을 겪고 있던 자국 수출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달러 가치를 낮출 필요가 있었다.
2001년에는 미국이 경기침체를 겪으며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 시점에는 이미 전 세계 자본이 미국 주식시장에 매우 높은 밸류에이션 상태로 과도하게 몰려 있던 상황이었다.
브라질을 대표적인 사례로 보면, 달러 인덱스가 크게 급등했던 세 번의 시기마다 브라질의 달러 기준 GDP가 얼마나 큰 타격을 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 현상은 보다 실물적인 지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달러가 크게 급등했던 세 번의 시기 중 두 번에서는, 브라질의 전국 원유 소비량이 수년 동안 감소했다. 이는 브라질 경제가 심각한 침체와 압박을 겪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많은 투자자들이 최근 자산 순환(asset rotation)을 너무 이르게 예상해왔으며, 나 역시 그중 한 명이었다. 이전에 자산 순환 가능성이 열렸던 시점은 2019년이었다.
당시 미국 경제는 둔화되기 시작했고, 연준은 금리를 인하했다. 그리고 2019년 9월 레포 시장 급등(repo spike)을 통해 미국 금융 시스템의 유동성 한계에 도달하게 되자, 연준은 다시 대차대조표 확대에 나서야 했다. 이런 흐름은 실제로 자산 순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2020년 팬데믹이 발생했다. 전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은 봉쇄와 혼란에 빠졌고, 개발도상국들은 일반적으로 미국보다 이런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부족했다.
게다가 유럽의 에너지 위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더욱 악화되었고, 팬데믹 이후 앞당겨진 원격근무(remote work) 트렌드의 최대 수혜자는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들이었다. 이후 2022년 연준이 인플레이션 대응에 나서면서 달러 인덱스는 급격히 강세를 보였다.
현재 연준은 2024년 9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미국 경제의 의미 있는 둔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혹은 최소한, 미국 경제는 이제 “두 개의 속도(two-speed economy)”로 움직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많은 자산을 보유하지 못한 하위 소득계층의 경제 전망은 상당히 악화되고 있다. 달러 인덱스 역시 고점에서 내려오기 시작했으며, 만약 실제로 본격적인 금리 인하 사이클이 전개된다면 추가 하락 여지도 상당히 클 수 있다.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고 달러가 어느 정도 약세로 돌아서면, 신흥시장에는 상당한 숨통이 트이게 된다. 그리고 신흥시장 성과가 개선되기 시작하면 더 많은 글로벌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게 되고, 그 결과 여러 해에 걸친 선순환(virtuous cycle)과 성장 국면이 형성될 수 있다. 즉, 자본 유입이 펀더멘털 개선에 기여하고, 개선된 펀더멘털이 다시 더 많은 자본 유입을 유도하는 구조다. 따라서 지금은 실제로 자산 순환(rotation)이 이어질지 여부를 집중해서 지켜봐야 하는 시기다.
2024년 후반 현재의 첫 번째 촉매는 미국 경제 둔화와 금리 인하 기대다. 그리고 2025년에는 연준의 양적긴축(QT) 종료가 두 번째 촉매가 되어 추가적인 흐름(follow-through)을 제공할 수도 있다.
나는 이 변화가 한 달이나 한 분기 만에 끝날 이야기라고 보지 않는다. 여러 분기에 걸쳐 실제로 흐름이 이어지는지, 그리고 우리가 그 경로를 계속 유지하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잠재적 순환: 라틴아메리카 주식과 금
총수익 기준(total return basis, 즉 배당 재투자 포함)으로 S&P500과 라틴아메리카 주식을 비교해보면, 라틴아메리카 주식은 2021년 12월 S&P500 대비 저점을 기록한 이후 더 낮은 저점을 만들지 않고 있다. 대신 그 이후 약 3년 가까이 양측은 상대적으로 횡보하면서 변동성이 큰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이 그룹에서 가장 큰 경제권인 브라질을 다시 살펴보면, 현재 물가상승률은 약 4.5% 수준인 반면 기준금리는 무려 10.5%에 달한다. 이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실질금리(real rates) 중 하나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수년 동안 통화 방어(currency protection) 모드에 머물러 있었고, 그 과정에서 경제를 마치 압축된 스프링처럼 강하게 눌러놓은 상태였다. 따라서 연준이 통화정책 완화에 들어가면 브라질은 정책 방향을 조정할 수 있는 여유가 상당히 커지게 된다. 비슷하게, 총수익 기준(total return basis)으로 S&P500과 금을 비교해보면, S&P500은 2021년 12월 금 대비 정점을 기록한 이후 지금까지는 소폭 underperform(상대적 부진)을 이어오고 있다:
■ 지연된 순환: 중국 주식
광범위한 신흥시장 전체로 보면 아직 본격적인 자산 순환(rotation) 신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중국 주식이 신흥시장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이며,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시장 자체가 신흥시장 전체의 발목을 잡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몇 년 전 자국의 기술기업들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를 단행했고, 그 결과 이들 기업의 밸류에이션은 극도로 낮은 수준까지 하락했다. 동시에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에서 순자본 유출(net capital exodus) 현상까지 발생했다.
또한 중국의 부동산 부문은 여전히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과정에 있으며, 중국 정부는 적극적인 재정 부양보다는 채권시장 안정을 우선시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즉, 주식시장보다 채권시장을 보호하는 정책 방향을 선택해온 것이다.
현재 중국의 기술·미디어·전자상거래 기업들은 PER 기준으로 보든 장부가치 기준으로 보든 매우 극단적으로 저평가된 상태다. 하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은 여전히 이들 종목을 “10피트 장대로도 건드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기피하고 있다.
특히 JD닷컴(JD)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몇 년 전과 비교했을 때 지금은: 수익성을 확보했고, 밸류에이션은 매우 저렴하며, 배당까지 지급하고 있고, 공격적으로 자사주 매입(buyback)도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여전히 거의 역사적 저점 수준 근처에 머물러 있다:
투자자들은 이제 중국 주식을 “아무리 싸도 사고 싶지 않은 자산”처럼 바라보고 있다. 왜냐하면 과거 미국 투자자들이 러시아의 우량주에 투자했다가 사실상 투자금이 거의 휴지조각이 된 것처럼, 중국 주식 역시 지정학적 문제로 인해 포지션이 사실상 ‘제로(0)’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는 JD닷컴(JD)을 분석할 때, 향후 3~5년 기준으로는 90% 확률의 기본 시나리오(base case)에서 매우 강세 전망을 갖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약 10% 정도는, 회사 자체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재(sanctions)나 자산 몰수(confiscation) 같은 문제로 인해 투자 자체가 사실상 무가치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글로벌 자본 역시 JD를 포함한 여러 중국 주식들을 비슷한 방식으로 바라보며, 투자 비중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투자하지 않는 선택을 하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중국 주가지수의 바닥은 이미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리고 앞으로 수년 동안 이를 상승시킬 수 있는 촉매도 매우 많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미국과 중국의 긴장 완화(thawing tensions), 혹은 중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 같은 것들이 그 촉매가 될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중국 주식이 미국 주식 대비(relative basis) 바닥을 형성했다는 신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리고 그 비교가 사실 더 중요한 비교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여전히 “지켜보는(wait-and-see)” 단계에 있다고 본다.
그 리포트 이후에도 가치주와 중국 주식은 계속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즉, 아직까지는 이들 자산으로의 본격적인 자금 순환(rotation)은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금과 라틴아메리카 주식은 S&P500을 outperform했으며, 이쪽으로는 의미 있는 수준의 자금 순환이 실제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 역시 메모리 반도체(memory stocks) 강세에 힘입어 매우 강한 초과성과(outperformance)를 보여주는 돌파형 시장(breakout outperformer)이 되었다. 그리고 한국은 MSCI 신흥시장 지수(MSCI Emerging Market Index)에 포함된 국가다.
2024년 10월 27일 리포트 中
■ 투자 업데이트: 신흥시장(Emerging Markets)
1980년대 후반 “신흥시장(emerging markets)”이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이후, 지금까지 두 번의 큰 신흥시장 사이클이 존재했다.
아래의 선이 상승할 때는 신흥시장이 S&P500을 outperform(초과성과)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반대로 하락할 때는 S&P500이 신흥시장보다 outperform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 이전에도 유사한 사이클들은 존재했지만, 당시에는 지금처럼 명확하게 구분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러한 사이클들은 대체로 달러 강세와 역상관 관계를 보였다: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진영(camp)이 존재한다.
한쪽 진영은 앞으로는 더 이상 의미 있는 자산 순환 사이클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지금은 구조적으로 완전히 다른 시대라는 주장이다. 즉, 미국 기술주가 계속 지배적인 위치를 유지할 것이고, 글로벌 자본 역시 계속 미국으로 집중될 것이며, 신흥시장은 구조적으로 광범위하게 투자하기 어려운 시장이라는 시각이다.
반면 다른 진영은 지금이 오히려 심리적 바닥(sentiment bottom)에 가까운 시점이라고 본다. 신흥시장은 보통 바닥 근처에서 “투자 불가능한 시장”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고, 현재 밸류에이션 역시 매우 저렴하다. 게다가 중국은 점차 경기부양에 나서기 시작했고, 미국은 금리 인하 사이클에 들어가고 있다. 만약 흐름이 반전될 시점이 있다면, 바로 지금이라는 주장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두 번째 진영에 조금 더 가까운 입장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여기에 거는 식으로 공격적으로 베팅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이 상황을 바라보는 방식은 이렇다. 우리는 여러 촉매(catalysts)를 식별할 수는 있지만, 이후 실제로 지속적인 흐름(follow-through)이 나타나는지를 계속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1년과 2024년의 공통점은, 글로벌 자본이 미국 시장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다는 점과 동시에 연준이 금리 인하 사이클을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2007년에도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은 있었지만, 당시에는 글로벌 자본이 미국에 몰려 있지 않았다. 오히려 정반대였다. 그 시기는 신흥시장 사이클의 정점에 가까웠고, 글로벌 자본은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었다. 실제로 BRICS라는 이름 자체도 바로 그 시기에 만들어졌다.
2019년에도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은 존재했다. 당시에도 글로벌 자본은 미국 시장에 상당히 집중되어 있었지만, 지금만큼 극단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후 2020~2022년 전체 기간은 팬데믹, 봉쇄, 그리고 극단적인 재정·통화 정책들로 인해 완전히 왜곡되어버렸다. 따라서 2024년이 실제 반전(reversal)의 시작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그런 변화가 발생할 수 있는 조건들은 현재 존재하고 있다.
물론 또 다른 변수(disruption)가 등장해 반전 흐름 자체를 막아버릴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전쟁으로 인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급등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는 주요 신흥국 지도자들이 전쟁, 반시장적 정책, 혹은 각종 자충수(own-goals)를 통해 스스로 상황을 망칠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현재 나는 실제로 흐름이 이어지는지(follow-through), 혹은 그렇지 않은지를 관찰하는 단계에 있다. 그리고 신흥시장 전체를 하나로 보기보다는, 달러와 글로벌 자본 흐름이라는 공통 연결고리는 존재하더라도 각 국가를 개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신흥시장 주식 및 ETF 사례
중국 주식은 9월 중순 저점 이후 고점까지 거의 50% 가까운 급등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상승분의 절반 정도를 다시 반납했다.
이 상승은 포지션 재조정(re-positioning)과 공매도 청산(short-covering)이 결합된 결과였다.
나는 앞으로 이 새로운 가격대(base)가 실제로 유지되는지를 지켜볼 계획이다. 다시 말해, 더 높은 저점(higher low)이 형성되는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시계를 더 길게 확대해서 보면, 그렇게 컸던 50% 급등조차도 전체 흐름 속에서는 작은 움직임(blip)에 불과했다:
내가 긍정적으로 보는 중국 주식의 한 예시는 JD닷컴(JD)이다.
JD는 중국의 주요 전자상거래 기업이며, 현재 PER이 11배 이하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고 현금 보유액이 부채보다 많은 상태다. 하지만 중국 자체가 “투자 불가능한 시장(uninvestable)”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이 기업 역시 전반적으로 크게 할인받고 있다. 투자자들은 중국 경제 상황 자체를 우려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리스크—특히 전쟁 관련 위험—도 함께 걱정하고 있다. 즉, JD라는 기업 자체는 괜찮게 성장하더라도, 해외 투자자들이 보유한 JD의 소유권(claim of ownership)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중국 정부가 이를 제한할 수도 있고, 반대로 투자자의 본국 정부가 제재(sanctions)를 통해 해당 자산 보유를 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투자자는 기대값(expected value)과 비슷한 방식으로 확률 가중(probability-weighted) 시나리오를 계산해볼 수 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현재 JD ADR 가격이 약 40달러라고 가정하자.
한 투자자는 중국의 경기부양, 글로벌 금리 인하 사이클, 그리고 극도로 낮은 밸류에이션 등을 이유로 앞으로 3년 동안 이 주식이 80달러까지 두 배 상승할 확률이 80%라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남중국해 분쟁 같은 지정학적 충돌로 인해 자신의 투자 가치가 사실상 0이 될 확률도 20% 존재한다고 인정한다.
그렇다면 3년 후 확률 가중 기대가격은 다음과 같이 계산된다.
0.8 × 80 + 0.2 × 0 = 64달러
즉, 기대값 기준으로는 총 60% 수익률이며, 연환산 기준으로 약 17% 수준의 수익률이 된다.
물론 이것은 매우 단순화된 모델일 뿐이다. 실제 투자에서는 훨씬 더 다양한 시나리오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주가가 3배 오를 가능성, 2배 오를 가능성, 50% 상승할 가능성, 횡보할 가능성, 반토막 날 가능성, 완전히 0이 될 가능성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계산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어떤 이유로든 투자자의 자산 소유권 자체가 무효화될 가능성”이다. 어떤 투자자는 향후 3년간 그런 위험을 5%로 볼 수도 있고, 다른 투자자는 50%로 볼 수도 있다. 비슷한 분석은 알리바바(BABA), 텐센트(TCEHY) 등 다른 중국 주식들에도 적용할 수 있다.
한편 브라질로 시선을 돌려보면, 나는 여전히 브라질 은행 시스템을 매우 작은 규모의 가치주(value) 포지션 관점에서 흥미롭게 보고 있다. 브라질 최대 은행은 2002~2007년 BRICS 붐 당시 주가가 8배 이상 폭등했지만, 그 이후 약 15년 넘게 장기간 박스권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만약 2020년대 후반 어느 시점에라도 본격적인 달러 약세 사이클과 신흥시장 강세 사이클이 나타난다면, ITUB 같은 종목이 보여줄 수 있는 상승 폭은 상당히 클 수 있다.
그리고 선진국 시장 안에도 사실상 신흥시장 프록시(proxy) 역할을 하는 기업들이 존재한다.
나는 이전에 일본의 중장비 제조업체인 코마츠(KMTUY)를 그 예시로 언급한 적이 있다. 이런 종목들은 일반적으로 “선진국 관할권(developed market jurisdiction)”에 속해 있으면서도, 실제 주가 흐름은 신흥시장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신흥시장 경제가 선진국보다 훨씬 더 “실물 중심의 경제(physical economies)”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흥시장에서 발생하는 추가적인 성장(marginal growth)은 더 많은 원자재 사용, 인프라 개발, 건설 투자 등으로 직접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즉, 신흥국들은 이미 구축된 물리적 자본(installed physical capital)의 출발점 자체가 선진국보다 낮기 때문에, 성장 과정에서 중장비·원자재·산업재 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싱가포르 은행들 역시 동남아 신흥시장 노출을 얻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다만 기반 자체는 싱가포르에 두고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신흥시장 투자보다는 “한 단계 간접적인(one-step removed)” 형태의 노출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이후 신흥시장은 전체적으로 매우 좋은 성과를 보여왔다. 주된 원동력은 기술주 노출이었지만, 라틴아메리카 은행주 같은 자산들도 강한 흐름을 보였다. 또한 싱가포르의 DBS 그룹이나 일본의 코마츠처럼, 신흥시장과 연관된(emerging-markets-adjacent) 종목 추천들도 상당히 견조한 성과를 냈다. 지난 1년 동안, 특히 올해 들어서는 신흥시장이 S&P500을 크게 outperform했다:
그 결과, 신흥시장 주식 대비 S&P500 비율은 여러 해에 걸친 바닥을 형성한 것으로 보이며, 점진적으로 상승 전환(rolling up)하는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S&P500은 금 대비(relative to gold)로는 뚜렷하게 약세 전환(rolled over)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이것은 S&P500이 크게 부진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금이 그보다 훨씬 더 강한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일부 사람들은 최근 신흥시장 랠리가 사실상 대만과 한국의 반도체 주식 덕분이라고 평가절하하려 한다. 하지만 그것은 마치 미국 증시 상승을 두고 “결국 미국도 반도체와 AI 주식만 오른 것 아니냐”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어느 시대든 시장은 보통 가장 강한 성과를 내는 핵심 섹터가 전체 흐름을 이끄는 경우가 많다. 한 달 전 리포트에서 나는 메모리 반도체 주식들이 수개월간의 박스권(consolidation)에서 아래로 이탈하기보다는 위쪽으로 돌파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2026년 4월 12일 리포트 中
마이크론(MU)은 전 세계 램(Random Access Memory) 시장 대부분을 사실상 과점하고 있는 세 기업 중 하나이며, 그중 유일한 미국 기업이다.
AI 사용 방식이 단순 정보 제공형 챗봇에서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트(agent) 형태로 진화하면서, 더 넓게 보면 “지속적인 메모리 저장(persistence of memory)”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그래픽 프로세서(GPU) 수요 증가와 함께 메모리 수요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메모리 반도체 관련 주가도 2025년 내내 급등했으며, 다만 2026년에 들어서는 잠시 숨 고르기(breather) 국면에 들어간 상태다.
- 약세론자들(bears)은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본질적으로 매우 경기순환적인(cyclical) 산업이라고 지적한다. 메모리 시장의 주요 3개 업체가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설비투자(capex)를 진행하면, 결국 공급 과잉이 발생하게 되고 과거 여러 사이클에서 그랬듯 메모리 가격이 급락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 반면 강세론자들(bulls)은 앞으로 3~5년 동안 세계가 필요로 하게 될 메모리 수요 측면에서 아직 초기 단계(early innings)에 불과하다고 본다. 또한 신규 공급이 시장에 빠르게 도달하는 것을 제한하는 공급 제약(supply constraints)도 존재하기 때문에, 메모리 가격은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특히 AI 에이전트 시대의 도래는 과거와 같은 일반적인 메모리 사이클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물론 리스크는 존재하지만, 나는 전반적으로 이 부분에서는 강세론자들 편에 더 가까운 입장이다. 현재 메모리 주식들은 장기간 박스권(consolidation) 이후 하락 돌파보다는 상승 돌파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 있다. 또한 이런 높은 변동성 자체가 리밸런싱 관점에서도 흥미로운 기회를 제공한다고 본다. 따라서 나는 마이크론(Micron) 6월 18일 만기 현금담보 풋옵션(cash-secured puts)을 행사가 380달러에 매도할 계획이다.
이 전략은 만기까지 두 달 동안 괜찮은 옵션 프리미엄 수익을 제공할 것이며, 만약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대략 350달러 수준의 실질 매입단가(cost basis)로 진입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현재 주가는 약 420달러 수준이다.) 다만 이렇게 변동성이 큰 종목에 대해서는 반드시 보수적인 포지션 사이징(position sizing)을 권장한다.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대부분은 사실상 세 기업이 생산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미국의 마이크론(Micron)이고, 나머지 두 기업은 한국의 SK하이닉스(SK Hynix)와 삼성전자(Samsung)다. 그리고 실제로 이 세 기업 모두 최근 수개월간 이어졌던 박스권(consolidation)을 강하게 돌파하며 새로운 고점을 기록했다:
한편, 대만의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는 여전히 글로벌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가장 지배적인 핵심 기업으로 자리하고 있다:
현재 대만은 MSCI 신흥시장 지수에서 중국 전체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 인구가 대만보다 약 60배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또한 한국 역시 인구가 약 27배 더 많은 인도 전체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약세론자들은 대만과 한국의 반도체 주식들이 신흥시장 랠리 대부분을 이끌고 있다는 점 자체를 부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 강세론자인 나는 오히려 반대로 생각한다. 현재 신흥시장 내 다른 대형 섹터들이 아직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점은, 앞으로의 성장 잠재력이 남아 있는 “두터운 후보군(deep bench)”이라고 보는 것이다.
즉, 투자자가 신흥시장 지수를 보유하면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노출을 확보하는 동시에, 향후 다음 성장 국면을 이끌 수 있는 자산들(예를 들어 조정 및 횡보 국면에 있는 인도 은행주나 극도로 저평가된 중국 인터넷 기업들)에도 함께 노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리고 라틴아메리카 주식들 역시 최근 몇 년 동안 이미 좋은 성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밸류에이션은 상당히 저렴한 편이며 추가 상승 여력도 충분히 남아 있다고 본다.
나는 여전히 신흥시장에 대해 긍정적인(constructive)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는 상당한 변동성이 동반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Emerging Markets Breakout - Lyn Ald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