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은 이제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정치적으로 치명적이거나, 경제적으로 파괴적이거나, 혹은 둘 다인 지점에 빠르게 다가가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CPI 기준 약 3.8%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이는 연준이 제시한 2% 목표를 크게 상회한다. 이 숫자만 보더라도 공격적인 금리 인하 논의는 사실상 불가능해야 한다. 국채 투자자들은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통제되지 않는 재정적자, 그리고 미국의 부채 부담이 점점 더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하며 더 높은 보상을 요구하고 있고, 그 결과 국채 금리는 상승하고 있다.

한편 미국 소비자는 분명 한계 상황에 몰리고 있다. 신용카드 잔액은 계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연체율은 상승 중이며, 저축 여력은 이미 상당 부분 소진됐다. 임금 상승률 역시 수백만 가구가 체감하는 실제 생활비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표면 아래의 압박과는 별개로, 주식시장은 마치 금리 인하가 반드시 올 것이고, 경제 성장은 유지될 것이며, 변동성이 커지는 순간 연준이 다시 투자자들을 구제해줄 것처럼 거래되고 있다. 이는 정책 결정자들이 경제적 결과를 무기한으로 유예할 수 있다는 가정 위에 세워진 환상에 불과하다.

내가 계속 써왔듯, 연준의 딜레마는 이제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추가 금리 인상은 가계, 기업, 지방은행, 상업용 부동산, 그리고 무엇보다도 막대한 차환 발행을 앞두고 있는 미국 정부 자체에 더 큰 압박을 가하게 된다. 특히 정부는 훨씬 높은 차입 비용으로 막대한 규모의 부채를 다시 발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반대로 금리를 동결하면 신용시장 내부의 취약성이 점점 확산되다가 결국 어딘가에서 문제가 터질 위험이 커진다. 하지만 금리 인하는 또 다른 재앙 시나리오를 만든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지나치게 높은 상황에서 의미 있는 통화 완화를 정당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준은 과거 인플레이션이 일시적(transitory)이라고 주장하다가 결국 수십 년 만에 가장 공격적인 긴축 사이클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상황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연준이 남아 있는 신뢰마저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시장이 무너지기 시작한다면 연준은 결국 다시 움직일 수도 있다. 이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표지를 기억하는가?

우리가 지난주에 목격했듯, 진짜 위험은 채권시장에서 시작된다. 주식시장이 헤드라인을 장식하긴 하지만, 시스템 전체의 압박이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수준으로 드러나는 곳은 미국 국채시장이다. 만약 국채 금리가 계속 상승한다면, 워싱턴의 재정 상황은 점점 더 지속 불가능해진다. 현재 수준의 재정적자는 결국 “정부가 싸게 빚을 낼 수 있다”는 전제 위에서만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채권 투자자들이 계속 금리를 밀어 올린다면, 정책당국은 결국 직접 개입할 수밖에 없게 된다. 마이클 그린이 최근 인터뷰에서 언급했듯, 그 개입은 거의 확실하게 수익률곡선통제(Yield Curve Control, YCC)의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즉, 연준이 국채시장에서 직접 장기채를 매입해 장기 금리를 사실상 상한선 아래로 묶어두는 방식이다. 쉽게 말하면, 조금 더 세련된 이름을 붙인 ‘돈 찍기’가 다시 돌아오는 셈이다. 그 순간이 오면, 주식시장은 다음 희생양이 되는 동시에 결국 다음 구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개입이 시작되기 전에 금리가 충분히 급등한다면, 주식 밸류에이션은 매우 가혹한 재조정을 겪게 된다. 지금 성장주에 극단적인 멀티플을 지불하는 투자자들, 그리고 시장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감마 스퀴즈에 올라타고 있는 투자자들은 “곧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가정 위에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그 가정이 틀린 것으로 드러난다면, 주식시장은 빠르고 강하게 무너질 수 있다. 그리고 시장이 충분한 고통을 겪게 되면, 연준을 향한 정치적 압박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질 것이다. 정책당국은 다시 한번 “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 “연금을 보호해야 한다”, “신뢰를 유지해야 한다”, “전염(contagion)을 막아야 한다”는 요구를 받게 될 것이다.

바로 그 지점에서 상황은 단순히 무모한 수준을 넘어, 위험한 단계로, 그리고 결국 “더 이상 남은 해법이 없는 상태”로 이동하게 된다.

만약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3.8%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도 연준이 돈을 찍고, 금리를 억누르고, 시장을 구제하기 위한 정치적 명분을 원한다면 결국 필요한 것은 ‘정당화 논리’다. 그리고 그 정당화를 만들어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인플레이션 측정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최근 Reuters 보도에 따르면, 연준 의장인 Kevin Warsh 는 자신이 추진할 첫 번째 과제 중 하나로 “데이터 프로젝트(data project)”를 언급했는데, 이는 그가 말하는 “기초적인 인플레이션(underlying inflation)”을 더 잘 측정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한다.

워시는 전통적인 물가 지표 대신, 일부 극단적인 가격 변동을 제외하는 절사평균 인플레이션(trimmed-mean inflation) 지표에 관심을 보였다. 즉 정책당국이 “예외적”이라고 판단한 가격 움직임을 제거함으로써, 보다 깔끔한 인플레이션 흐름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겉으로 들으면 무해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의미를 이해하면 전혀 다르게 보인다. 만약 실제 인플레이션이 3.8% 수준이고, 소비자들이 이미 임대료·식료품·보험·의료비·공공요금 상승에 짓눌리고 있는 상황이라면, 공식 인플레이션 수치를 인위적으로 낮춰서 다시 돈을 찍기 위한 명분으로 활용하는 것은 이미 불이 난 집에 휘발유를 붓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것은 이미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구매력을 갉아먹고 있는 인플레이션 문제를, 자산 가격과 정부의 자금조달을 보호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더 악화시키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자산을 많이 보유한 부유층은 완화적인 통화정책과 주가 상승을 반길 수 있겠지만, 일반 가계는 결국 더 높은 생활비라는 형태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임금은 물가 상승을 더욱 따라가지 못하게 되고, 저축의 구매력은 추가로 훼손될 것이다. 내 집 마련의 길은 더 좁아질 것이며, 일상적인 물가 충격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 역시 더욱 약화될 것이다.

바로 이것이 이 모든 발상이 위험한 이유다. 미국인들은 “절사평균 인플레이션(trimmed mean inflation)”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실제 경제 속에서 살아간다. 실제 가격으로 장을 보고, 실제 월세를 낸다. 급등한 보험료를 부담하고, 의료비·보육비·공공요금·학비처럼 공식 통계가 말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상승하는 비용을 직접 감당한다.

Reuters 역시 유사한 인플레이션 지표들이 2021년 당시 정책당국으로 하여금 물가 급등의 경고 신호를 과소평가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즉, 인플레이션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수준으로 번질 때까지 위험 신호를 걸러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다시 같은 사고방식이 등장하고 있다. 그것도 정책당국이 시장 개입을 재개할 명분이 필요해질 수 있는 바로 그 시점에서 말이다.

X(구 트위터)의 Kurt Altrichter 는 이러한 변화 가능성을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연준은 2000년 이후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Core PCE를 기준 지표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워시는 Trimmed Mean PCE를 선호한다. 이는 특정 품목 전체를 제외하는 대신, 매달 가장 극단적인 가격 변동만 제거하는 방식이다.”

그는 이어, “실질적인 차이는 이것이다. 현재 Trimmed Mean PCE는 2.36%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Core PCE의 3.20%보다 훨씬 낮다. 연준이 어떤 지표를 따라가느냐에 따라 금리 인하의 명분은 완전히 달라진다. 이것은 단순한 절차상의 작은 변화가 아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경제가 목표 수준에 도달했다고 언제 판단할지를 직접 결정하기 때문이다.” 라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변화의 목적에 대해서는 “만약 워시가 FOMC를 Trimmed Mean PCE 쪽으로 이동시킨다면, 그는 수학적으로 연준을 ‘인플레이션 승리 선언’에 더 가까운 위치로 옮기는 셈이다. 그렇게 되면 헤드라인 물가 지표가 여전히 높게 유지되더라도, 금리 인하를 위한 공간(runway)을 만들어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알트리처는 “사람들은 연준이 400명이 넘는 경제학 박사들과 500명이 넘는 연구원들을 거느리고 있으니, 지구상에서 가장 정교한 거시경제 예측 시스템을 운영할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블룸버그나 대형 헤지펀드들을 압도할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데이터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오지 않으면, 그냥 데이터를 바꿔버리면 된다. 군대에서도 똑같은 걸 봤다. 시간이나 날씨 같은 조건 때문에 상부가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지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는 대신 조용히 골대(goalposts)를 옮겨버리곤 했다. 왜 내가 군에서 20년을 채우지 않고 나왔는지 이제 이해가 가는가?” 라며 결론지었다.

파란색: 기존 연준이 주로 참고해온 Core PCE(식품·에너지 제외)

주황색: 최근 케빈 워시가 관심을 보인 Trimmed Mean PCE

현재 수치:

Core PCE: 3.20%

Trimmed Mean PCE: 2.36%

▶ 어떤 방식으로 계산하느냐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아직 높다” 혹은 “거의 목표에 도달했다”로 완전히 다르게 보인다는 의미

그리고 그는 맞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것이 진짜 엔드게임일 수 있다. 채권시장이 무너지면 수익률곡선통제(YCC)를 도입하고, 주식시장이 무너지면 시장에 유동성을 쏟아붓는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너무 높아서 이런 조치를 정당화할 수 없다면? 그때는 정책당국이 원하는 숫자가 나오도록 인플레이션의 정의 자체를 바꿔버리면 된다. 처음에는 헤도닉 조정(hedonic adjustments)이 있었고, 그 다음은 대체효과(substitution effects), 이후에는 근원 인플레이션(core inflation), 이제는 “기조 인플레이션(underlying inflation)”이다. 매 단계마다 지표는 사람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물가에서 더 멀어지고, 대신 정책당국이 부채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통계에 더 가까워진다.

어쩌면 월가는 또 한 번의 인위적인 안정에 환호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정치인들은 수정된 계산식이 그렇게 말해준다는 이유만으로 인플레이션이 잡혔다고 선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책당국이 여전히 실제 인플레이션 압력이 존재하는 환경에서 공격적으로 돈을 찍어낸다면, 그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속화하는 것이다. 결국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구매력을 희생시켜 금융자산 가격과 정부의 지급능력을 지키는 셈이 된다. 그리고 나서 그들은 아마 연단에 서서 “인플레이션은 통제되고 있다”고 설명할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가정들은 왜 식료품비와 임대료, 보험료가 공식 물가 지표보다 훨씬 빠르게 오르는 것처럼 느껴지는지 의아해할 것이다. 그 시점이 되면, 물가보다 더 부풀려진 것은 아마 그것을 발표하는 사람들의 신뢰도일지도 모른다.

The Fed Will Invent New Inflation Numbers Out Of Thin Air - Quoth the Raven, QTR’s Fringe Fin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