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Section 1. 사모자산

Section 2. 패시브 투자

Section 3. 멀티전략 펀드

Section 4. 유동성 공급자

Section 5. 개인투자자

Section 6. 정부와 중앙은행

Section 7. 레버리지

결론

서론

지난 5년 동안 전례 없는 일곱 가지 추세가 나타났으며, 이들이 결합해 글로벌 시장의 모습을 극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 보고서에서는 이러한 추세를 확인하고, 그것이 시장 구조에 미친 영향을 살펴볼 것이다.

ADAPT IM이 시장 구조를 분석할 때 언제나 가장 중요하게 살펴보는 요소 가운데 하나는

유동성

이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 이 순간 거래할 수 있는 현물 유동성이 가장 중요한 개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유동성은 변덕스럽다. 우산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은 햇빛이 비칠 때 갖고 있는지가 아니라, 실제로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다.

따라서 우리는 시장이나 변동성 국면에 충격과 변화가 발생했을 때 유동성이 어떻게 달라지고 반응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이를 우리는

유동성 역학

이라고 부른다.

우리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의 변화는 앞서 언급한 일곱 가지 추세 모두에서 유동성 역학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는 극도로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그 결과에 대한 우리의 분석은 자체적인 판단이므로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현재의 금융 시스템은 5년 전과 완전히 달라졌으며, 10년 전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크다. 우리는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경계할 이유가 된다.

우리의 분석에서는 시장 참여자를

안정화 주체(Stabilizers)​

취약화 주체(Fragilizers)​

라는 두 가지 범주로 구분한다. 안정화 주체는 건전하고 견고한 시장 구조를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이들은 대체로 경기나 시장 흐름에 역행하는 방식으로 행동하고, 장기적인 투자 시계를 갖고 있거나, 당장의 수익성을 넘어서는 책임을 부담한다. 그 결과 시장이 필요로 하는 시기에 유동성을 공급하며, 유동성 역학에 긍정적으로 기여한다. 이 범주에는 펀더멘털 기반의 자산운용사, 은행, 그리고 정부와 중앙은행 같은 주권기관이 포함된다.

반면 취약화 주체는 집중 위험을 높이고 투기적 행동에 참여한다. 이들은 자산 버블로 이어지는 선순환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시장이 하락할 때는 악순환을 전달하고 증폭시키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일부 취약화 주체는 저가 매수 전략을 통해 국지적인 균형에 기여하거나, 시장조성 활동을 통해 특정 시장의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시장 흐름에 순응하는 경기순응적 성향을 갖고 있고, 투자 시계가 짧거나, 오직 단기적인 수익성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는 유동성 공급을 중단한다. 심지어 오히려 유동성을 필요로 하는 주체로 바뀔 수도 있다.

취약화 주체는 모두 유동성 역학에 부정적으로 기여한다. 이 범주에는 사모자산, 패시브 투자, 멀티전략 펀드, 지속적인 유동성 공급을 약속하지 않은 유동성 공급자, 개인투자자가 포함된다. 이러한 취약화 주체 가운데 어느 하나가 독립적으로 시장 구조에 본질적으로 부정적인 존재라거나,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오히려 우리는 더 큰 공동의 이익을 위해 시장과 자유가 제공하는 혜택을 확고하게 믿는다. 또한 투기적 투자자들이 시장을 공정하고 투명하며 유동적이고 효율적으로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확신한다.

건강한 시장에는 투기적 투자자와 장기적인 펀더멘털 투자자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 우리가 오늘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바로 이 균형이다. 지난 10년 동안, 특히 최근 5년 사이에 취약화 주체의 중요성은 크게 확대됐다. 동시에 안정화 주체의 대응 능력은 꾸준히 약화됐다. 이는 상당 부분 이 보고서에서 살펴보는 일곱 가지 추세를 통해 진행됐다.

이 두 범주 사이에 형성된 현재의 불균형에서 비롯되는 위험이 바로 이 보고서의 핵심 주제다.

Section 1.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한 사모자산

지난 10년간의 유동성을 연구하려면 누구나 먼저 가장 분명하지만 외면하기 어려운 문제, 즉

사모자산

을 다뤄야 한다. 최근 역사상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에서 이처럼 큰 비중을 사모시장에 배분한 적은 없었으며, 동시에 유동성 프리미엄을 이처럼 낮은 가격에 매도한 적도 없었다. 이번 연구에서 살펴보는 첫 번째 추세는 유동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며, 그 영향은 사모자산 자체의 움직임을 훨씬 넘어선다.

그림 1.1과 1.2는 사모자산이 광범위한 영역에서 놀라운 속도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전통적인 사모펀드 배분은 여전히 견조하지만, 새로운 성장 동력도 등장했다.

그림 1.1

파란색: 사모주식

빨간색: 사모신용

그림 1.2

짙은 녹색: 기관투자자

주황색: 개인투자자

공급 측면에서는 사모신용이 성장을 이끌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더 위험한 자산이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사모신용 업체들이 2025년에 매입한 소비자 부채는 2024년보다 약 14배 증가했다. 여기에는 일반적으로 담보가 없는 신용카드 대출과 ‘선구매 후결제’ 대출도 포함됐다.

수요 측면에서는 개인투자자가 현재 사모신용 펀드 투자자 기반의 최대 15%를 차지하고 있다.

더 높은 베타와 기술주 노출 확대

사모자산의 확대는 포트폴리오의 분산 효과와 복원력을 높이기보다는, 자산의 실질적인 질에 대해 동일한 수준의 확신을 갖지 못한 채 베타 노출을 이중으로 늘리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자산 배분자는 업종 배분을 포함해 상장시장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경제성장 노출을 확보하지만, 투명성과 검증 수준, 유동성은 훨씬 낮다.

또한 사모시장은 상장시장과 유사한 업종 집중도를 보이며, 특히 정보기술 부문에 대한 집중이 두드러진다. 자산 배분자 입장에서는 전체 포트폴리오의 업종 위험이 더욱 커진다는 의미다. ECB의 2025년 금융안정보고서는 사모시장에서 정보기술 관련 거래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그림 1.3).

그 결과 투자자들은 상장자산과 사모자산을 통해 동일한 업종에 이중으로 노출될 수 있으며, 이는 실질적인 분산 효과를 높이기보다 오히려 집중 위험을 증폭시킬 수 있다.

그림1.3: 글로벌 사모시장 거래에서 IT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

파란색 선: 전체 거래 중 IT 업종 비중, 왼쪽 축

주황색 막대: IT업종 거래 건수, 오른쪽 축

구분: (왼쪽부터) 사모주식, 사모대출, 벤처캐피털

불투명성 확대와 위험한 거래 증가

사모자산은 상장시장에 비해 훨씬 적은 감시를 받으며, 투명성 관련 요구사항도 적다. 이러한 불투명성은 사모자산의 본질적인 특성이지만, 최근 거래 활동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실사 기준까지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의 존 그레이엄 CEO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사모신용 거래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체결되면서 투자자들이 적절한 실사를 수행할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CB 감독위원회 위원인 엘리자베스 매콜도 “우리는 속도를 얻는 대신 투명성을 포기하고 있다. 호황기에는 괜찮을 수 있지만, 경기 하강기에는 정책당국이 앞을 보지 못한 채 대응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투자자들은 기초자산의 실제 위험 노출을 충분히 파악하기 어려워지고, 포트폴리오 내 신용위험이 잘못 평가될 가능성도 커진다.

그림 1.4: 신용등급이 부여된 사모자산 중 90%는 ‘전문 신용평가사’가 평가

보라색: 3대 신용평가사

노란색: 전문 신용평가사

세로축: 평가된 증권 수

→ 사모자산은 대부분 3대 신용평가사가 아닌 전문 평가사가 담당하고 있고, 2019년 이후 평가 건수도 빠르게 증가함.

이는 사모자산의 신용평가가 상대적으로 덜 표준화된 체계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줌.

그림 1.5: 미국 은행의 사모신용 관련 익스포저(비중), 약 3000억 달러

→ 미국 대형 은행들도 사모신용 시장에 상당한 대출 익스포저를 보유하고 있음. 따라서 사모신용 부실이 발생할 경우

리스크가 은행권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존재함.

이러한 우려는 IMF도 제기하고 있다. IMF에 따르면 민간 신용평가를 받은 증권의 수는 2019년 이후 거의 세 배로 증가했다. 반면 주요 신용평가사들의 평가 건수는 대체로 일정하게 유지됐기 때문에, 증가분의 거의 전부가 사모자산을 전문으로 다루는 신생 평가사에서 발생했다. 그림 1.4에서 보듯 이러한 변화는 사모시장의 위험 평가가 얼마나 일관되고 비교 가능하며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키운다.

사모시장으로의 이동은 데이터 가용성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금융시스템 전체의 불투명성도 높인다. 규제당국이 위기 가능성을 조기에 파악하기 위해 활용하는 과도한 레버리지나 담보의 질과 같은 지표는 비은행 부문의 일부 영역에서는 항상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IMF는 비은행 금융기관 전반에 광범위한 정보 공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비은행 금융기관은 일반적으로 은행보다 규제가 약하고 공시 기준도 다르다. ECB 역시 비은행 부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부족으로 분석에 제약을 받은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의 확산될 위험

사모신용은 다른 금융주체들과의 연결을 통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위험을 전달하는 경로가 될 수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은행들은 사모대출을 실행하는 사모신용 펀드와 기타 투자기구에 약 3,000억 달러를 대출했다. 전체 관련 대출 규모는 약 5,000억 달러로 추정된다(그림 1.5).

그림 1.6: 사모자본 투자의 자금 조달 통로로 활용되는 생명보험사

가로축: 보험사 총 투자자산 중 계열사 관련 투자 비중

막대높이: 각 보험사의 현금 및 투자자산 규모

괄호 안 회사명: 해당 보험사와 연결된 사모자본 운용사

→ 일부 생명보험사는 투자자산의 상당 부분을 계열 사모자본 그룹과 연계된 자산과 배분하고 있음.

사모신용 부문의 위험이 보험사를 통해 금융시스템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보여줌.

미국 금융연구국은 대부분의 사모신용 펀드가 중간 수준의 레버리지만 사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전체의 5%는 레버리지 비율이 3.5배를 넘는다고 지적했다.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경우 이처럼 레버리지가 높은 일부 펀드가 사모신용 업계 전체에 위험을 유발하고, 그 충격이 다시 은행권으로 번질 수 있다.

생명보험사도 위험의 전달 경로가 될 수 있다. 사모자본 그룹들이 대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생명보험사를 점점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림 1.6).

일부 사모자본 그룹은 보험사를 아예 인수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아폴로는 아테네를 지배하고 있고, KKR은 글로벌 애틀랜틱을 보유하고 있으며, 아쿠아리안은 브라이트하우스를 인수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와 함께 생명보험사의 레벨 3 자산 익스포저도 확대됐다. 레벨 3 자산은 관찰 가능한 시장가격이 아니라 평가모형에 의존해 가치를 산정하는 자산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2025년 3분기 기준 레벨 3 자산은 아테네 전체 자산의 36%, 글로벌 애틀랜틱 전체 자산의 30%를 차지했다. 이는 2021년 각각 12%와 10%에서 크게 증가한 수준이다.

종합하면 사모신용은 사모시장 내부에 고립된 독립적 영역이 아니다. 다른 금융기관과의 연결성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으며, 사모신용 부문의 위험이 은행과 보험사 등 다른 금융주체로 전이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사상 최고 수준의 사모자산: 시장 유동성의 새로운 취약 지점

지난 5년 동안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에서 사모자산의 비중을 계속 확대해 왔고, 그 과정에서 가장 가치 있는 프리미엄 중 하나인 유동성 프리미엄을 사실상 포기했다. 시중에 현금이 넘쳐날 때는 자금을 수년간 묶어두는 것이 아무런 대가가 없는 선택처럼 보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금융 여건이 긴축적으로 바뀌면 그 비용은 분명해진다. 사모자산은 쉽게 매도하거나 비중을 줄이거나 다른 자산으로 재배분할 수 없다. 위험을 축소할 수도 없고, 자금을 다른 기회로 이동시킬 수도 없으며, 정작 유연성이 가장 필요한 순간에 대응 능력이 사라진다.

이러한 구조는 포트폴리오의 유동자산 부문에도 상당한 부담을 준다. 이른바 ‘유동적인 절반’이 자기 자신뿐 아니라 전체 포트폴리오의 유동성 수요까지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상장시장에 가해지는 매도 압력이 커지고, 금융시장 전반의 유동성도 더욱 약화될 수 있다.

Section 2.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한 패시브 투자

지난 10년간 패시브 투자는 꾸준히 성장한 반면, 액티브 운용은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5년까지 액티브 주식형 뮤추얼펀드에서만 누적 1조 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그림 2.1).

골드만삭스의 『2026 글로벌 매크로 전망』에 담긴 보다 광범위한 업계 분석에 따르면, 2007년 이후 투자자들은 액티브 펀드에서 약 4조 달러를 회수한 반면 패시브 상품에는 약 6조 달러를 배분했다(그림 2.2).

ECB도 비슷한 흐름을 지적했다. 2024년 기준 패시브 주식형 펀드는 전체 운용자산의 약 60%를 차지했다.

그림 2.1: 액티브 주식형 뮤추얼펀드의 누적 자금 유출입(조 달러)

그림 2.2: 신흥국, 선진국 펀드의 누적 자금 흐름(십억 달러)

빨간색 막대: 패시브 펀드

파란색 막대: 액티브 펀드

노란색 선: 전체 순자금 흐름

→ 액티브 펀드에서는 자금 유출이 지속된 반면, 패시브 펀드로는 대규모 자금이 꾸준히 유입됨.

2025년 기준 액티브 펀드의 누적 유출은 약 4조 달러, 패시브 펀드의 누적 유입은 약 6조 달러에 달함.

기술적 요인이 주도하는 밸류에이션과 집중도 심화

패시브 투자로의 전환은 시장의 기술적 구조와 펀더멘털 모두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개별 기업의 가치를 분석해 주식을 보유하는 방식이 약해지고, 단순히 시장에 투자하고 지수를 추종하기 위해 주식을 보유하는 방식이 확대된다. 특히 S&P 500을 기준으로 한 과도한 벤치마크 추종은 투자자가 자신이 보유한 개별 종목과 점점 더 멀어지게 만든다.

패시브 투자의 성공은 낮은 비용, 높은 성과, 손쉬운 분산투자라는 장점에 기반해 왔다. 비용 측면에서는 앞으로도 큰 변화가 없을 수 있지만, 지난 10년간 이어진 장기 강세장과 같은 성과가 향후에도 반복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현재 주가지수의 종목 집중도가 매우 높은 만큼, 패시브 투자가 제공하는 분산 효과도 이전보다 약해졌다고 판단한다.

앞서 언급한 ECB 보고서는 패시브 펀드가 벤치마크를 복제할 때 추적오차를 줄이기 위해 대형주 비중을 크게 가져가면서 주식시장의 집중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다시 말해 패시브 투자는 이미 극단적으로 높아진 일부 대형주 쏠림을 기계적으로 강화한다.

액티브 운용의 위축은 이러한 악순환을 교정하는 힘도 약화시킨다. 액티브 운용의 영향력이 클 때는 한계가격이 기업가치에 민감하게 형성되고, 자금도 과도하게 오른 대형주에서 저평가된 기업으로 경기역행적으로 이동한다. 그러나 패시브 투자의 비중이 커질수록 이러한 안정화 장치는 약해지고, 시장의 종목 집중은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집중도 상승은 변동성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ECB의 연구에서는 패시브 투자 비중이 확대될수록 주식 수익률 간 동조화가 높아질 수 있으며, 이는 잠재적으로 더 큰 변동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구체적으로 ECB는 패시브 보유 비중이 1%포인트 늘어날 때마다 EURO STOXX 지수 내 종목 간 수익률 상관관계가 0.45% 상승한다고 추정한다(그림 2.3).

그림 2.3: 패시브 보유 비중 1%포인트 증가가 종목 수익률 상관관계에 미치는 영향

점: 평균 추정치 약 0.45%

세로선: 추정치의 신뢰구간

→ 패시브 투자 비중이 1%포인트 늘어날 때 EURO STOXX 종목 간 수익률 상관관계가 평균 약 0.45%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됨.

즉, 패시브 투자가 확대될수록 종목들이 서로 비슷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커짐.

AI 관련 기업들이 실제 사업 구조상 긴밀하게 연결돼 있음에도, 이들 종목 간 실현 상관관계는 낮게 나타나는 불일치도 지적했다. 이후 두 지표 모두 더 악화됐다.

그림 2.6에서 보듯 AI 관련 기업군의 시가총액은 기존 보고서 발표 이후 7조 달러 증가했다.

이처럼 전례 없는 집중도는 여전히 시장의 핵심 취약 요인이다(그림 2.4). 특히 종목 간 실현 상관관계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하면(그림 2.5), 향후 상관관계가 급격히 상승할 경우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그림 2.4: S&P 500에서 상위 10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

→ S&P 500 상위 10개 기업의 비중은 최근 40.7%까지 상승해 역사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에 도달함.

지수 성과가 소수 초대형주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줌.

그림 2.5: 그림 2.5. AI 관련 상위 10개 종목의 5년 실현 상관관계

AI 관련 대형주들의 실현 상관관계는 최근 약

0.4 수준

으로 낮아짐.

그러나 기업 간 사업 연계성이 높은 만큼, 향후 상관관계가 다시 급등할 경우 여러 종목이 동시에 움직이며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음.

그림 2.6: AI 생태계의 시가총액은 이전 보고서 이후 22조 달러에서 29조 달러로 증가

사상 최고 수준의 패시브 투자: 군집행동과 시장 집중이 유동성을 약화시킨다

패시브 투자가 액티브 운용을 앞지르면서, 펀더멘털에 기반한 자금 흐름보다 기술적·기계적 자금 흐름이 시장을 점점 더 지배하고 있다. 즉, 안정화 주체가 약해지고 취약화 주체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이다.

자금은 자산의 가치가 매력적이어서 배분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시장을 매수하는 전략이 과거에 효과적이었다는 이유로 유입된다. 그 결과 펀더멘털 분석 기능은 약화되고, 시장 집중도와 안도감은 커지며, 변동성 충격 위험도 높아진다.

Section 3.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한 멀티전략 펀드

*프루츠 주석

멀티전략 펀드: 멀티전략 펀드는 하나의 대형 운용 플랫폼 안에 여러 투자팀과 전략을 두고, 중앙에서 자금 배분과 위험관리를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헤지펀드를 의미합니다. 각 운용팀은 주식 롱·숏, 채권, 원자재, 퀀트, 차익거래 등 서로 다른 전략을 운용하지만, 손실 한도와 위험 기준은 플랫폼 차원에서 공통으로 관리됩니다.

골드만삭스는 2025년 멀티매니저 헤지펀드 시장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대형 멀티전략 플랫폼의 운용자산, 투입 위험 규모, 거래량, 인력 모두가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15년 동안 멀티전략 펀드의 성장 속도는 전체 헤지펀드 업계를 크게 앞질렀다. 멀티전략 펀드의 운용자산은 나머지 헤지펀드 업계보다 약 두 배 빠르게 증가했다. 이러한 성장세는 둔화되기는커녕 2025년에 더욱 가속됐으며, 투자자 선호가 높은 멀티전략 펀드는 나머지 업계보다 약 네 배 더 빠르게 성장했다(그림 3.1 및 3.2).

그림 3.1: 멀티전략 펀드 운용자산 증가 (십억 달러)

보라색 막대: 멀티전략 펀드의 운용자산

그림 3.2: 멀티전략을 제외한 헤지펀드 업계 운용자산 증가(조 달러)

파란색 막대: 나머지 헤지펀드 업계의 운용자산

→ 멀티전략 펀드의 운용자산은 2010년 이후 약 4.7배 늘어나, 나머지 헤지펀드 업계보다 두 배가량 빠르게 성장함.

특히 2020년 이후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지며 대형 멀티전략 플랫폼으로 자금이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줌.

현재 멀티매니저 펀드는 미국 주식시장에 투입된 헤지펀드의 총 익스포저 가운데 약 3분의 1을 차지하며, 일평균 거래량의 37%를 담당하고 있다(그림 3.3 및 3.4).

이처럼 막대한 운용 규모는 대규모 인력을 기반으로 한다. 현재 헤지펀드 업계 종사자의 약 3분의 1이 멀티전략 플랫폼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이들 플랫폼의 전체 고용 인원은 약 2만4,000명에 달한다.

그림 3.3. 미국 주식에 투입된 헤지펀드 총 익스포저 구성

보라색: 멀티매니저

주황색: 펀더멘털 전략

파란색: 퀀트 전략

그림 3.4. 미국 주식시장의 일평균 거래량 구성

보라색: 멀티매니저

주황색: 펀더멘털 전략

파란색: 퀀트 전략

→ 멀티매니저의 비중은 총 익스포저 기준 약 3분의 1, 일평균 거래량 기준 약 37%까지 확대됨.

반면 펀더멘털 전략의 비중은 장기적으로 줄어들어, 시장 거래가 소수 대형 멀티전략 플랫폼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줌.

멀티매니저 펀드는 안정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헤지펀드에 자금을 배분하는 투자자와 실제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매니저 사이의 중개자로 자리 잡았다. 자금 배분자에게는 개별 운용사에 대한 실사와 전략 분석, 포트폴리오 구성의 부담을 덜어주고, 운용 매니저에게는 조직과 인프라를 구축하고 회사를 운영하며 전략을 마케팅해야 하는 부담을 줄여준다. 그 결과 멀티매니저 플랫폼은 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적 주체로 성장했다.

이들 플랫폼의 핵심 강점은 엄격하고 효율적인 위험관리다. 성과가 부진한 매니저의 익스포저를 신속히 줄일 수 있고, 다양한 전략을 폭넓게 운용하기 때문에 전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손실을 제한할 수 있다.

이러한 규율 덕분에 지난 10년간 큰 혼란 없이 운용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처럼 규모가 커진 상황에서는 과거 성공의 기반이었던 위험관리 체계가 심각하거나 장기적인 시장 하락 국면에서 오히려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바뀔 수 있다.

여러 전략에 공통으로 적용하려면 위험관리 체계가 상당히 표준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자연스럽게 포지션 집중과 쏠림을 유발한다. 업계 자산의 더 많은 부분이 유사한 모델과 목표함수, 위험 한도 아래 운용될수록 유동성이 한쪽으로 치우칠 가능성도 커진다. 하락 국면에서는 다수의 매니저가 비슷한 포지션에서 동시에 빠져나가려 할 수 있으며, 이는 시장 움직임과 충격을 더욱 확대한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주식시장이 반전될 때 대규모 멀티전략 포드가 동시에 손실을 입고 청산 압력에 놓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BNP의 ‘2026 헤지펀드 전망’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MSCI 월드지수와 헤지펀드 성과의 1년 상관계수는 92%에 달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멀티전략 펀드의 주식시장 상관계수는 2021~2025년 평균 28%에서 2025년 88%로 급등했다. 이는 명시적·암묵적으로 주식 베타에 크게 노출된 자산 배분자의 포트폴리오에 최악의 상황을 만들 수 있다.

멀티전략 펀드의 부상은 시장의 대규모 가격 왜곡 위험을 높이고 시장을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

멀티전략 플랫폼은 독립계 헤지펀드를 점차 대체하며, 자금 배분자와 포트폴리오 매니저를 연결하는 새로운 시스템적 중개자로 자리 잡았다. 분산투자, 효율적인 증거금 활용, 엄격한 위험관리를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그 대가로 시장의 복원력은 약해졌다.

과거에는 각기 다른 위험 선호와 대응 방식을 가진 독립 운용사들이 시장을 구성했지만, 이제는 손실 한도에 따라 움직이는 유사한 위험관리 체계가 확산되고 있다. 그 결과 멀티전략 펀드들이 동시에 포지션을 청산할 위험이 크게 높아졌으며, 이러한 연쇄 청산 가능성은 더 이상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고 있다.

Section 4. 비의무적 유동성 공급자는 사상 최고, 의무적 유동성 공급자는 사상 최저

*프루츠 주석

여기서 ‘비의무적 유동성 공급자’는 주로 시장조성자(market maker)와 퀀트 펀드를, ‘의무적 유동성 공급자’는 주로 은행을 의미합니다.

시장조성자(market maker)란, 특정 금융상품에 대해 매수호가와 매도호가를 지속적으로 제시하며 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유동성 공급을 돕는 참여자를 말합니다.

시장조성자의 성장과 은행의 상대적 쇠퇴는 같은 현상의 양면이다.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규제 변화로 은행들이 일부 사업에서 물러나자, 시장조성자들이 그 공백을 빠르게 채웠다. 그 결과 신·구 월가의 강자들은 대출과 프라임브로커리지 서비스를 통해 긴밀하게 연결됐고, 이 연결망은 위험이 전이될 수 있는 잠재적 통로가 됐다.

이 보고서에서는 시장조성자와 퀀트 펀드를 비의무적 유동성 공급자로 분류한다. 두 집단은 구조적으로 차이가 있다. 시장조성자는 주로 자기자본을 활용하고, 퀀트 펀드는 주로 고객 자금을 운용한다. 그러나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이들이 제공하는 유동성은 지속적으로 보장된 것이 아니라 기회에 따라 제공된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시장에서는 이들이 유동성을 늘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하락이 발생하면 그 유동성은 빠르게 사라질 수 있으며, 이는 은행의 유동성 공급 방식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시장조성자는 현대 금융시장의 핵심 주체로 성장했지만, 투명성과 책임성은 제한적이다. 은행은 대출과 지속적인 중개 기능을 통해 실물경제에 깊이 연결돼 있지만, 시장조성자는 평판이나 규제 측면에서 큰 부담 없이 거의 즉시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

퀀트 펀드는 이러한 구조를 더욱 강화한다. 고빈도·시스템 전략을 통해 일일 거래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만, 은행처럼 중개 기능에서 수익을 얻는 것이 아니라 신호에서 수익을 얻는다. 변동성이 높아지고 신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회수한다.

과거에는 대형 투자은행들이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의 거래 상대방이자 유동성 공급자로서 거래시장을 지배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규제 강화와 거래의 전자화로 전문 전자 시장조성자들이 공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 열렸다.

이들의 수익은 이제 글로벌 대형 은행의 트레이딩 부문과 비교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림 4.1에서 보듯 제인스트리트와 시타델의 합산 수익은 미국 5대 투자은행이 올린 전체 트레이딩 수익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그림 4.1. 제인스트리트·시타델증권과 월가 대형 은행의 트레이딩 수익 비교

파란색 막대: 미국 대형 은행의 트레이딩 수익

주황색 막대: 시타델증권의 수익

노란색 막대: 제인스트리트의 수익

빨간색 선: 제인스트리트·시타델증권 합산 수익이 대형 은행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

그림 4.2. 비은행 시장조성자의 빠른 성장

파란색: 은행

빨간색: 시장조성자

세로축: 시장조성 수익

이러한 변화는 업계 전반의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2024년 및 2025년 ‘자본시장·투자은행 업데이트’에 따르면, 시장조성자와 자기매매회사를 포함하는 비은행 유동성 공급자(NBLP)는 현재 글로벌 시장 관련 수익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이는 2018년 12%에서 크게 높아진 수준이다(그림 4.2).

개인투자자 거래 부문에서는 시장조성자의 지배력이 사실상 절대적이다. 이는 그림 4.3의 주문흐름대가(Payment for Order Flow·PFOF) 공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PFOF는 시장조성자가 개인투자자의 주문을 자신에게 보내주는 대가로 증권사나 브로커에게 수수료를 지급하고, 이후 해당 주문을 시장조성 과정에서 처리해 수익을 얻는 구조다.

이 제도는 브로커가 고객에게 가장 유리한 체결가격을 확보하는 것보다 PFOF 수익을 우선할 수 있다는 이해상충 우려를 불러왔다. 이러한 문제를 반영해 유럽연합에서는 2026년부터 PFOF가 금지될 예정이다.

그림 4.3. 시장조성자가 장악한 주문흐름대가(PFOF) 시장

왼쪽: 주문을 받아 처리하는 시장조성자와 지급한 PFOF 규모

오른쪽: 개인투자자 주문을 전달하는 증권사·브로커

연결선: 각 시장조성자와 브로커 사이의 주문 흐름

→ 시타델증권이 가장 큰 PFOF 지급 주체이며, 슈왑과 로빈후드가 가장 많은 대가를 받은 브로커로 나타남.

개인투자자 주문 체결이 소수 대형 시장조성자에 크게 집중돼 있음을 보여줌.

그림 4.4. 기관투자자 거래에서 퀀트 펀드 비중 확대

빨간색: 퀀트 펀드

파란색: 펀더멘털 펀드

기준: 미국 주식 바이사이드 펀드 거래량 추정치

→ 기관투자자 거래에서 퀀트 펀드 비중은 2010년 약 25%에서 2024년 약 50%까지 상승함.

반면 펀더멘털 펀드 비중은 줄어들어, 시장 거래가 정량적·규칙 기반 전략에 더욱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줌.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퀀트 펀드는 새로운 시장 구조를 규정하는 핵심 세력으로 부상했다. 현재 퀀트 펀드는 바이사이드 펀드의 주식 거래량 가운데 약 절반을 차지하며, 이는 10년 전 약 25%에서 크게 높아진 수준이다(그림 4.4).

퀀트 펀드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시장에는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제공하는 유동성은 조건부이며 매우 경기순응적이다. 따라서 겉으로 드러나는 거래량이 시사하는 것보다 실제 유동성은 훨씬 취약할 수 있다.

사상 최저 수준의 의무적 유동성 공급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은 훨씬 강화된 규제 요건을 적용받았으며, 현재 자본 여력은 20년 전보다 크게 개선됐다. 은행은 여전히 핵심적인 유동성·자금 공급자이지만, 강화된 규제로 인해 일부 거래 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은 제한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비청산 장외파생상품 증거금 규제인 UMR이다. 이 규제는 은행의 장외파생상품 거래 능력에 영향을 미쳤고, 그 틈을 새로운 시장 참여자들이 차지할 수 있게 했다.

전반적으로 비은행 금융기관은 은행이 물러난 영역을 빠르게 메웠으며, 현재 금융시스템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앞서 살펴본 시장조성자와 멀티전략 헤지펀드의 부상은 비은행 금융기관이 과거 은행이 지배하던 영역으로 얼마나 빠르게 확장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림 4.5. 비은행 금융기관의 금융자산이 은행을 추월

초록색 선: 비은행 금융기관(NBFI)의 금융자산, GDP 대비 비중

빨간색 선: 은행의 금융자산, GDP 대비 비중

→ 지난 15년간 비은행 금융기관의 자산은 GDP 대비 약 24% 증가한 반면, 은행 자산은 약 14% 감소함.

금융중개 기능의 중심이 은행에서 비은행 부문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줌.

그림 4.6. 비은행 금융기관의 성장은 투자펀드가 주도

주황색 선: 투자펀드·헤지펀드 자산

파란색 선: 연기금·보험사·금융회사 등 기타 비은행 기관 자산

→ 투자펀드와 헤지펀드의 자산은 2003년 이후 GDP 대비 약 2.4배 확대된 반면, 연기금과 보험사 등 전통적 비은행 기관의 자산은 큰 변화가 없었음.

최근 비은행 금융 부문의 팽창이 주로 투자펀드에서 비롯됐음을 보여줌.

유동성의 착시가 유동성 역학의 중대한 위험을 가린다

비의무적 유동성 공급자들은 서로 다른 이유로 움직이더라도, 시장 위기 국면에서 동시에 유동성을 회수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

겉으로 보면 비은행 유동성 공급자의 증가는 시장 유동성을 개선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일부는 고객이 아니라 거래상대방만을 보유하고 있어, 지속적으로 시장에 남아 유동성을 공급해야 할 의무가 없다. 변동성이 높아질 경우 이들은 그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판단하면, 비록 일시적이라도 시장에서 빠르게 물러날 수 있다.

이들의 목표는 비교적 단순하다. 단기간에 수익을 내는 것이다. 반면 은행은 평판을 유지하고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투자 시계열도 훨씬 길다. 따라서 은행의 의사결정 구조는 더 복합적이고 균형적이다.

퀀트 전략 역시 위험을 중개하기보다는 정보와 신호에서 수익을 얻기 위해 거래한다. 그 결과 시장이 안정적일 때는 유동성을 공급하지만, 변동성이 높아지면 이를 갑자기 회수하는 비의무적 유동성 공급자로 기능한다. 평상시에는 스프레드가 좁아 유동성이 풍부해 보이지만, 실제 시장의 주문 깊이는 취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취약화 주체로 분류되는 시장조성자와 퀀트 회사의 영향력은 커진 반면, 안정화 주체에 해당하는 은행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축소됐다. 이러한 힘의 이동은 특히 심각한 위기 국면에서 유동성 역학과 시장 안정성에 우려를 키운다. 금융시스템에서 점점 더 크고 복잡한 영역이 시장 안정에 대한 책임이 거의 없으며 필요하면 즉시 철수할 수 있는 회사들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성자가 시스템 위험이 낮다고 보는 것 역시 잘못된 판단일 수 있다. 이들의 사업 모델은 점차 더 복잡한 영역으로 확대됐으며, 대출과 프라임브로커리지 서비스를 통해 은행으로 위험이 전이되는 실질적인 경로가 존재한다. 이후 은행의 자본과 유동성이 훼손되면 대출 여력이 줄어들면서 그 충격이 다시 실물경제로 전달될 수 있다.

Section 5.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한 개인투자자

비의무적 유동성 공급자는 압도적인 규모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반면, 개인투자자는 막대한 참여자 수를 바탕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 두 집단은 함께 시장의 방향을 움직일 만큼 충분한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그림 4.3에서 살펴본 주문흐름대가(PFOF)의 영향력을 더욱 크게 만든다.

개인투자자는 일부 국면에서 저가 매수를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해왔지만, 아래에서는 왜 이 집단이 취약화 주체의 특성을 가진다고 판단하는지 설명한다.

거래량에서 나타나는 증거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개인투자자는 전체 옵션 거래의 29%를 차지했다. 이는 2020년 초 23%에서 높아진 수준이다.

그림 5.1에서 보듯 2025년 미국 가계의 주식 보유 비율은 60%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해 개별 주식과 ETF로 유입된 개인투자자 자금 역시 최근 10년 중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그림 5.2).

그림 5.1. 미국 가계의 주식 보유 비율, 60%로 사상 최고

파란색 막대: 주식을 보유한 미국 가구 수, 백만 가구

빨간색 선: 전체 가구 중 주식 보유 비율

그림 5.2. 개인투자자 주식 자금 흐름에서 ETF가 차지하는 비중 확대

파란색 막대: ETF 자금 유입

빨간색 막대: 개별 종목 자금 유입

세로축: 개인투자자 순매수 규모, 십억 달러

→ 개인투자자 자금 유입은 2024~2025년에 급증했으며, 특히 ETF가 대부분을 차지함.

최근 개인 자금이 개별 종목보다 지수·테마형 상품을 통해 시장에 유입되는 경향이 강해졌음을 보여줌.

개인투자자의 영향력은 옵션시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 5년 동안 개인투자자의 옵션 거래 규모는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특히 콜옵션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그림 5.3).

CBOE에 따르면 전체 옵션 거래량은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한 반면, 건당 평균 체결 규모는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이는 소액 주문을 중심으로 거래하는 개인투자자의 옵션시장 영향력이 확대됐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판단된다(그림 5.4).

그림 5.3. 개인투자자의 옵션 거래량

검은색 선: 개인투자자의 콜옵션 거래량

파란색 선: 개인투자자의 풋옵션 거래량

단위: 백만 계약

→ 개인투자자의 옵션 거래는 2020년 이후 크게 증가했으며, 특히 콜옵션 거래량이 풋옵션보다 빠르게 늘어남.

개인투자자들이 상승 방향에 베팅하는 옵션 거래를 선호했음을 보여줌.

그림 5.4. 옵션 거래량 증가와 평균 체결 규모 감소

빨간색 선: 일평균 옵션 거래량

파란색 선: 건당 평균 체결 규모

→ 전체 옵션 거래량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증가한 반면, 건당 평균 주문 규모는 크게 감소함.

소규모 거래를 주로 하는 개인투자자의 시장 참여가 옵션 거래 확대를 주도하고 있음을 시사함.

저가 매수: 단기적으로는 안정화 요인이지만, 유동성 역학에는 커지는 위험

이제 개인투자자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기술 발전과 낮아진 시장 진입 장벽, 소셜미디어를 통해 강화된 집단적 사고방식은 개인 자금 흐름을 10년 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수준의 시장 영향력으로 키웠다.

이러한 흐름은 코로나19 봉쇄 기간에 가속됐고, 이후 낮은 변동성과 꾸준한 자산가격 상승, 짧고 얕은 조정이 반복되는 환경에서도 이어졌다. 이런 시장에서는 롱 포지션을 유지하고 하락 때마다 매수하는 BTD, 즉 ‘Buy the Dip’ 전략이 지속적으로 보상받았다.

그 결과 개인투자자는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자본을 운용하게 됐고, 저가 매수 전략이 투자 심리에 깊이 자리 잡았다. 그러나, 자금이 계속 공급되는 동안에는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본 한계에 도달하는 순간 결국 실패한다. 충분히 긴 기간으로 보면 기대값은 0에 수렴한다.

중요한 점은 시장 구조가 반전될 때 유동성 역학에 미치는 충격이다. 이전에는 얕은 조정 때마다 꾸준히 매수해 시장을 지지하던 개인투자자들이 갑자기 매수를 멈추거나 강제 매도자로 바뀔 수 있다. 이 경우 유동성은 단순히 줄어드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의 수요가 공급으로 전환되면서 시장의 수급 불균형과 취약성이 크게 확대된다.

월가의 충격이 실물경제로 전이될 위험

JP모건체이스 연구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의 증가는 고소득층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이제는 상당수의 저소득층까지 주식시장에 참여하고 있다(그림 5.8). 팬데믹 당시 일시적인 재정부양 효과를 제외하면, 중위소득 이하 투자자의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들 가구의 투자금액은 개별적으로 크지 않지만, 시장 노출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가계의 재무적 복원력 측면에서 우려를 키운다. 고소득층과 중상위 소득층은 일반적으로 시장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완충 여력을 갖고 있지만, 저소득 투자자는 이러한 보호장치가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시장 하락이 장기 저축자산을 훼손하고 소비를 의미 있게 줄이도록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영향이 누적되면 경기 전반뿐 아니라 사회적 안정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림 5.8. 소득 수준별 개인투자자의 월평균 투자 참여 비중

파란색 선: 중위소득 이하 개인 중 매월 투자계좌로 자금을 이체한 비중, 왼쪽 축

주황색 선: 중위소득 초과 개인 중 매월 투자계좌로 자금을 이체한 비중, 왼쪽 축

검은색 점선: 전체 투자자 중 중위소득 이하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 오른쪽 축

붉은 음영: 팬데믹 재정부양 시기

→ 팬데믹 이후 고소득층뿐 아니라 중위소득 이하 계층의 투자 참여도 크게 늘었으며, 전체 투자자 중 중위소득 이하 투자자 비중은 최근 약 30%까지 상승함.

저소득층의 시장 노출이 확대된 만큼, 주가 하락이 가계 소비와 재무 안정성에 미치는 충격도 커질 수 있음을 보여줌.

개인투자자는 잠재적인 취약화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성과는 인정할 필요가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개인투자자들은 전반적으로 시장에 매우 잘 대응했으며, 때로는 상당수 전문가보다 뛰어난 판단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보고서는 적어도 두 가지 이유에서 개인투자자를 취약화 주체로 분류한다.

첫째, 단순한 기술적 조정이 아니라 펀더멘털 환경 자체가 바뀌면서 시장이 급격하고 장기간 하락할 경우, 이들이 어떻게 행동할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저가 매수 성향은 양날의 검이다. 짧은 조정에서는 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했지만, 더 심각한 시장 붕괴에서는 손실을 키우고 변동성을 억제하기보다 오히려 증폭시킬 수 있다.

둘째, 진정한 약세장에서는 개인투자자의 손실이 실물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강세장이 만들어낸 자산효과는 주가 상승과 소비 확대가 서로를 강화하는 선순환을 형성했다. 가계는 소득뿐 아니라 주식시장 상승으로 늘어난 자산을 바탕으로 생활 수준과 소비를 유지하는 경향이 커졌다.

그러나 주식시장이 급격히 반전하면 이러한 선순환은 월가의 충격을 실물경제로 전달하는 위험한 경로로 바뀔 수 있다. 주가 급락이 소비 감소와 가계 재무 악화로 이어지고, 결국 경제 전반의 리스크를 확대할 수 있다.

Section 6. 사상 최저 수준으로 줄어든 정부와 중앙은행의 대응 여력

일곱 가지 추세 가운데 다섯 가지를 살펴본 결과는 분명하다. 취약화 주체의 영향력은 커진 반면, 전통적인 안정화 주체의 역할은 약해졌다. 이제 마지막 안전판 역할을 하는 안정화 주체, 즉 중앙은행과 정부로 시선을 돌린다.

이들 역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여지는 줄어들었고, 일부 국가에서는 정책 신뢰도까지 약화됐다.

부채 수준의 상승

부채는 사실상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됐다. 재정적자를 줄이려는 정치적 의지도 부족하고, 이를 감당할 경제적 여력도 제한적이다. 경제위기나 전시 상황이 아닌데도 이처럼 큰 폭의 재정적자를 지속하는 것은 전례가 드물다. 그럼에도 미국 저소득층의 경제적 불만은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다.

미시간대학교 소비자심리지수는 이러한 격차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투자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은 경제 상황을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사람들의 심리는 조사가 시작된 199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IMF에 따르면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GDP 대비 정부부채가 경기순환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그림 6.1). 선진국의 부채 수준은 1950년대 이후 가장 높고, 신흥국은 과거 어느 때보다 큰 부채 부담을 안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정부가 성장을 부양하거나 다음 위기에서 최종 안전판 역할을 하기 위해 추가 부채를 활용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시장이 대규모 신규 국채 발행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처방이 문제 자체보다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결국 이러한 부채 구조에서 벗어날 현실적인 경로는 두 가지뿐이다. 인플레이션을 통해 부채의 실질가치를 낮추거나, 정부가 금리와 자금 흐름을 통제해 낮은 비용으로 부채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그림 6.1. 195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한 정부부채

검은색 선: 선진국(AEs)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빨간색 선: 신흥국(EMEs)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 선진국의 정부부채는 GDP 대비 약 110%까지 상승해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수준에 근접했고, 신흥국 부채도 약 70%로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함.

다음 위기에서 정부가 추가 재정지출과 국채 발행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과거보다 크게 줄었음을 보여줌.

미국의 재정적자는 현재 GDP의 약 6%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보기 어려웠던 수준에 도달했다. 고령화, 사회·환경 정책 확대, 국방비 증가가 정부의 자금조달 수요를 크게 늘렸다. 트럼프 행정부의 H.R. 1, 이른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은 정부지출 축소를 목표로 했지만, 향후 수년간 재정적자가 의미 있게 줄어들 가능성은 낮다.

과거 미국의 재정적자는 고용을 비롯한 경기 상황과 밀접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2015년 전후부터 이러한 관계가 약해지기 시작했고, 경제가 견조한 상황에서도 재정적자가 확대되는 구조적 변화가 나타났다(그림 6.2).

부채가 늘어나면서 미국 정부는 민간시장보다 더 많은 거시경제 위험을 떠안고 있다(그림 6.3).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민간 부문의 레버리지는 줄어든 반면 공공부채는 확대됐는데, 이는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30~1940년대 이후 보기 드문 구조다.

그림 6.2. 견조한 경기에도 확대된 미국 재정적자

주황색 선: 미국 실업률, 왼쪽 축

회색 선: 미국 재정적자, GDP 대비 비율, 오른쪽 축

→ 과거에는 실업률이 낮아지면 재정적자도 축소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경기가 양호한 시기에도 적자가 높은 수준을 유지함.

미국의 재정적자가 경기순환적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줌.

그림 6.3. 민간부채 축소와 정부부채 확대

주황색 선: GDP 대비 정부부채

회색 선: GDP 대비 민간부채

→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는 민간부채가 크게 늘었지만, 이후에는 민간 레버리지가 줄어드는 대신 정부부채가 빠르게 증가함.

민간이 부담하던 거시경제 위험을 정부가 점차 떠안고 있는 구조임.

중앙은행 신뢰도의 약화

지난 10년 동안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는 약화됐으며, 특히 최근 5년 사이 그 속도가 빨라졌다. 마이너스 금리와 양적완화를 비롯한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많은 시장 참여자는 이러한 정책이 도덕적 해이를 키웠다고 인식해 왔다.

초저금리와 사실상 무제한에 가까운 국채 수요를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통화정책 환경은 정부가 재정규율과 균형재정을 추구하기보다 재정적자를 확대하고 전례 없는 규모의 부채를 발행하도록 유도했다.

ECB는 2024년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팬데믹 이후 중앙은행의 신뢰가 세 가지 이유로 더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첫째,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크게 웃돌면서 물가안정 책무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했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둘째, 중앙은행들이 물가 상승세를 반복적으로 과소평가하면서 전문성과 예측 능력에 대한 신뢰가 훼손됐다. 셋째, 일부 중앙은행이 자체적으로 제시한 가이던스보다 이르게 금리를 인상하는 등 포워드 가이던스에 일관성이 부족해지면서 정책 소통에 대한 신뢰도 약해졌다.

그럼에도 이후의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은 1970년대보다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이는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여전히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됐고,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도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ECB는 효과적인 통화정책에 필요한 것은 인기보다 신뢰라고 강조한다. 신뢰는 기대를 안정시키고 불확실성을 낮추며 중앙은행을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신뢰는 측정하기 어렵고 쉽게 훼손될 수 있으며, 정치적 양극화와 소셜미디어, 허위정보 확산 같은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점점 더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높은 금리는 신규 국채 발행과 재정적자의 위험을 키운다

높은 정부부채는 수익률곡선에도 영향을 미쳐 장단기 금리차를 확대하고 장기금리를 끌어올렸다. 공공부채가 계속 늘어나면서 장기적으로 부채의 지속가능성을 회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인플레이션이나 금융억압뿐일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달러 가치 희석에 대한 불안을 높였고, 금리가 높은 환경에서도 금과 같은 실물자산 수요를 확대했다. 이는 금리와 금 가격이 전통적으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던 관계가 2022년 이후 구조적으로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IMF가 지적하듯 높은 정부부채는 이른바 ‘은행-정부 연계성’을 더욱 악화시킨다. 이는 한 국가의 은행 시스템과 정부의 재정건전성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구조를 의미한다. 이 연계성이 강할수록 금융안정 위험도 커지며, 특히 정부부채가 많을수록 부실 은행을 지원할 수 있는 정부의 여력이 줄어든다.

크레디트스위스 사례는 건전한 재정이 대형 은행 부실의 충격을 제한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스위스 정부는 탄탄한 재정 여력을 바탕으로 UBS의 크레디트스위스 인수 과정에서 신뢰할 수 있는 보증을 제공했고, 이를 통해 시장 신뢰를 안정시키고 금융시스템 전체로의 충격 확산을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처럼 부채가 이미 많이 쌓였고 금리도 높은 상황에서는 경기침체나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정부가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신규 부채를 발행할 수 있는 여력이 크게 줄어든다. 그 결과 최후의 안정화 주체로서 정부의 역할은 약해지고, 위기 국면에서 유동성을 공급해 시장을 안정시킬 능력도 현저히 제한된다.

정책 여력은 제한적이고 신뢰도까지 낮아지면서, 정부와 중앙은행이 최후의 안정화 주체로 기능할 수 있는 능력은 약해졌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 유동성 역학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앞선 여섯 가지 추세를 종합하면 그림은 명확하다. 취약화 주체의 영향력은 커졌고 안정화 주체의 역할은 줄었다. 이러한 시장 구조의 변화는 유동성 역학을 실질적으로 약화시키고 있다.

위험은 전면적인 위기에서 더욱 커진다. 유동성이 가장 필요한 순간에 최후의 안정화 주체인 정부와 중앙은행마저 제약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책 개입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며 기존 문제를 더 악화시킬 위험도 있다.

Section 7. 경기순환상 고점에 도달한 레버리지

지금까지 살펴본 여섯 가지 추세는 모두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동시에 금융시스템 전반의 레버리지도 최근 경기순환상 고점에 가까워지고 있다.

레버리지가 그 자체만으로 위기를 촉발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위기가 발생했을 때 충격을 키우는 연료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이로 인해 유동성 역학은 더욱 취약해지고, 다음번 중대한 펀더멘털 충격이 단순히 충격에 상응하는 건전한 조정에 그치지 않고 무질서한 시장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금융시스템 전반에서 레버리지가 광범위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증거는 충분하다. 레버리지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지만, 공통적으로 두 가지 특징을 가진다. 첫째, 실제 위험을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작게 보이게 만든다. 둘째, 개별 충격이 대차대조표에 미치는 영향을 증폭시켜 위험의 전염을 유발하고, 특정 자산이나 기관의 문제가 시스템 전체의 충격으로 번질 가능성을 높인다.

전 세계 금융시장의 파생상품화 심화

파생상품 거래는 금융시장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사상 최고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당일 만기 옵션인 0DTE부터 장외파생상품 구조까지, 개인투자자부터 은행과 기관투자자까지 모든 참여자의 거래 활동이 기록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그림 7.1은 최근 3년간 파생상품 거래량이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급증의 주요 배경 가운데 하나는 당일 만기 옵션의 빠른 확산이다(그림 7.2). 지난 5년 동안 0DTE 옵션은 매우 다양한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활용 범위를 넓혀왔다.

그림 7.1. 파생상품 일평균 거래량, 15년 내 최고 수준

누적 막대: 아시아·북미·중남미·유럽·기타 지역의 거래량

검은색 선: 아시아를 제외한 전 세계 거래량, 오른쪽 축

→ 최근 3년간 글로벌 파생상품 거래량이 급증해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함.

특히 아시아가 전체 거래 증가를 주도하는 가운데, 다른 지역의 거래량도 빠르게 확대됨.

그림 7.2. 빠르게 증가하는 당일 만기 옵션(0DTE)

파란색 막대: SPX(S&P500 지수) 0DTE 옵션의 월간 거래 계약 수

빨간색 선: 전체 SPX 옵션 거래 중 0DTE 비중

→ SPX 0DTE 옵션 거래량은 2019년 이후 크게 늘었으며, 전체 SPX 옵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최근 약 60%까지 상승함.

초단기 옵션이 지수 옵션시장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줌.

그림 7.3.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한 장외파생상품

파란색: 금리 파생상품

주황색: 기타 장외파생상품

세로축: 명목잔액, 조 달러

→ 글로벌 장외파생상품 명목잔액은 2016년 저점 이후 약 72%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함.

증가분의 대부분은 금리 파생상품이 차지하고 있음.

장외파생상품 역시 매우 빠르게 확대됐으며, 일부 영역에서는 장내거래 상품보다 더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리스크닷넷에 따르면 미국의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들은 2025년 3분기 CDS 거래량이 20% 증가했고, 매수·매도된 신용보호의 총 명목금액은 10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금리파생상품은 여전히 장외파생상품 거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2025년 2분기 명목거래 규모는 1,235억 달러에 달했다(그림 7.3).

그러나 파생상품의 뚜렷한 성장세가 기초자산의 동일한 증가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많은 경우 이제는 기초자산 자체를 매수하는 것보다 옵션을 매수하는 편이 더 쉬워졌다.

그림 7.4. 선물 대비 옵션 거래와 미결제약정 비율 상승

빨간색 실선: S&P 500 옵션 거래량 ÷ 선물 거래량

빨간색 점선: S&P 500 옵션 미결제약정 ÷ 선물 미결제약정

파란색 실선·점선: EURO STOXX 50의 동일 지표

→ 최근 S&P 500과 EURO STOXX 50 모두 선물보다 옵션 거래가 훨씬 빠르게 늘고 있음.

특히 S&P 500의 옵션 거래량 비율이 급등해 시장의 가격 형성과 위험 노출이 파생상품에 더욱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줌.

갈수록 복잡해지는 ETF

시장 전반의 파생상품화만이 레버리지와 투기적 성향이 다시 높은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금융공학 전문가들은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새로운 상품과 금융 솔루션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는 금융상품의 전반적인 복잡성을 높이고 투기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ETF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금융공학은 대형 은행과 기관투자자의 전유물을 넘어, 더 많은 개인과 기관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역으로 확산됐다. 현재 미국에는 약 5,000개의 ETF가 상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상장된 개별 주식 수보다 약 25% 많은 수준이다.

이러한 변화의 대표적인 사례가 파생상품 인컴 ETF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파생상품 인컴 ETF는 전통적인 배당 ETF보다 더 빠르게 성장했다(그림 7.5 및 7.6).

*프루츠 주석

파생상품 인컴 ETF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국내에도 잘 알려진 JEPI(JPMorgan Equity Premium Income ETF)가 있습니다. JEPI는 주식에 투자하면서 콜옵션을 매도해 얻은 프리미엄을 분배금 재원으로 활용하는 커버드콜형 ETF입니다. 대신 주가가 크게 오를 때는 수익이 일부 제한될 수 있으며, 하락 위험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중에서도 2025년 6월 처음 출시된 오토콜러블 ETF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초 상품인 칼라모스 오토콜러블 인컴 ETF(CAIE)는 출시 후 6개월 만에 5억 달러의 자금을 모았다.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다른 운용사들도 유사 상품을 출시하기 시작했으며, 현재 여러 상품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오토콜러블 전략은 채권과 하락 방향 옵션 매도 구조를 결합한다. 기초자산 가격이 미리 정해진 배리어 위에 머물면 투자자는 쿠폰 수익을 받지만, 가격이 해당 수준을 크게 밑돌면 손실을 부담한다.

이러한 상품은 구조가 복잡하고 비용이 높으며 유동성도 상대적으로 낮아 과거에는 전문투자자 중심으로 판매됐다. 그러나 ETF 형태로 포장되면서 일반 투자자에게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레버리지 ETF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함께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림 7.5. ETF 자산의 가파른 증가

파란색 선: 글로벌 ETF 총자산

세로축: 조 달러

→ 글로벌 ETF 자산은 2010년 약 1조 달러에서 2025년 13조 달러 이상으로 급증함.

특히 2023년 이후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지며, 투자자금이 ETF 구조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줌.

그림 7.6. 파생상품 인컴 ETF의 시장점유율 확대

초록색 막대: 파생상품 인컴 ETF의 자산 비중

노란색 막대: 배당 ETF의 자산 비중

초록색 선: 파생상품 인컴 ETF 누적 자금 유입

주황색 선: 배당 ETF 누적 자금 유입

→ 파생상품 인컴 ETF는 2022년 이후 빠르게 성장하며 배당 ETF 시장의 상당 부분을 잠식함.

누적 자금 유입도 2025년 말 약 1,380억 달러로, 배당 ETF의 약 620억 달러를 크게 웃돌아

옵션을 활용한 인컴 전략에 대한 선호가 빠르게 확대됐음을 보여줌.

사상 최고 수준으로 복잡해진 AI 자금조달 구조

실제 위험을 작아 보이게 만드는 레버리지의 또 다른 사례는 AI 산업에서 확인된다.

최근 AI 부문의 호황은 데이터센터 건설과 컴퓨팅 능력 확대를 위한 막대한 자본지출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이러한 성장은 더욱 복잡해진 공급업체 금융과 순환적 거래 구조, 그리고 높아진 부채 의존도를 기반으로 한다.

장기투자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그림 7.7과 7.8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매그니피센트 4인 알파벳·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의 예상 EBITDA 대비 자본지출 비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이들 기업의 투자 수요가 영업이익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데이터센터와 같은 장기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매그니피센트 7인 알파벳·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애플·테슬라의 잉여현금흐름 수익률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프로젝트를 내부 현금만으로 조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림 7.7. 매그니피센트 4의 향후 12개월 EBITDA 대비 자본지출 비율

대상: 알파벳·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

세로축: 예상 EBITDA ÷ 자본지출

그림 7.8. 매그니피센트 7의 잉여현금흐름 수익률

대상: 알파벳·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애플·테슬라

세로축: 잉여현금흐름 수익률

→ 대규모 자본지출로 인해 내부 현금창출 여력이 약해지고, 외부 자금조달 필요성이 커지고 있음.

그림 7.9. 주요 기술기업의 부채 대비 EBITDA 비율

각 실선: 아마존·알파벳·애플·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오라클·메타

검은색 점선: 전체 평균

→ 주요 기술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최근까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음. 다만 오라클처럼 높은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기업이 존재하며,

단순한 기업부채 비율만으로는 AI 투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급업체 금융과 구조화된 외부부채 위험을 충분히 포착하기 어려움.

그러나 그림 7.9에서 보듯 전통적인 부채는 예상되는 투자 수요에 비례해 증가하지 않았다. 이는 자금조달의 적어도 일부가 대차대조표 밖의 더 복잡한 구조를 통해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메타, 오라클, xAI 같은 주요 기업들은 전통적인 자금조달 방식에서 점차 벗어나, 장기적이고 자본집약적인 AI 인프라의 특성에 맞춘 복잡한 금융공학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의 핵심 목적은 개별 프로젝트의 위험을 회사 전체의 대차대조표로 번지지 않도록 분리하는 데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많은 기술기업은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특수목적기구(SPV)를 활용하고 있다. 기업은 SPV를 통해 자금을 조달함으로써 개별 프로젝트의 위험을 분리하고,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나머지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미래 수익에 대한 높은 기대를 바탕으로 투자자 수요가 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기술기업들이 대형 자산운용사와 미국 은행을 통해 SPV 방식으로 이미 최소 1,200억 달러를 조달했다고 전했다. 한 대형 금융기관의 고위 관계자는 현재 일반화된 이러한 자금조달 방식이 불과 18개월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SPV 금융은 기업이 추가 자금을 더 쉽게 조달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장점도 있다. 관련 부채가 모회사 연결재무제표에 직접 잡히지 않기 때문에, 이후 전통적인 회사채를 추가로 발행할 수 있는 차입 여력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메타는 2025년 10월 자산운용사와 사모시장 기관들로부터 SPV를 통해 약 300억 달러를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채는 모회사 대차대조표 밖에 남았고, 메타는 불과 몇 주 뒤 회사채 시장에서 다시 300억 달러를 조달해 투자계획에 필요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현물지급이자(PIK)

사모시장에서 점점 더 흔해지고 있는 또 다른 금융공학 방식은 부채를 대차대조표 밖으로 옮기는 대신, 현물지급이자(Payment-in-Kind·PIK) 조항을 통해 부채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PIK는 차입자가 이자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대신, 해당 이자를 원금에 더해 나중에 상환하도록 허용한다. 즉, 당장의 현금 부담은 줄지만 부채 원금은 계속 불어난다.

링컨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PIK 조항이 포함된 투자의 비중은 지난 4년 동안 거의 두 배로 늘어 현재 사모시장 투자의 11%를 차지한다. 보고서는 처음부터 PIK 조건으로 설계된 대출과, 이후 상환 여건이 악화돼 PIK 방식으로 전환된 이른바 ‘배드 PIK(Bad PIK)’를 구분하고 있으며, 후자의 비중 역시 증가하고 있다(그림 7.10).

그림 7.10. PIK 투자와 ‘배드 PIK’ 비중 상승

파란색 선: PIK 조항이 포함된 사모시장 투자 비중, 왼쪽 축

빨간색 선: PIK 투자 가운데 이후 PIK로 전환된 ‘배드 PIK’ 비중, 오른쪽 축

→ PIK 투자 비중은 2021년 말 약 6.5%에서 2025년 말 약 11%로 상승함. 특히 ‘배드 PIK’ 비중도 약 33%에서 58% 수준까지 높아져,

차입자의 현금 이자 지급 능력이 악화되면서 이자를 원금에 쌓는 사례가 늘고 있음을 보여줌.

파생상품화는 투기적 성향을 강화하고 시장의 취약성을 높인다

파생상품 의존도의 확대는 시장 구조가 점진적이지만 지속적이고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파생상품 활용이 넓어지는 것 자체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기초 현물시장이 같은 속도로 성장하지 않은 상황에서 파생상품 거래만 급증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이는 펀더멘털에 기반한 투자에서 투기적 거래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자신이 보유한 자산을 깊이 이해하는 투자자는 줄어들고, 추가 상승을 놓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익스포저를 유지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이러한 확신 부족은 시장 분위기가 반전될 때 포지션을 지탱할 힘이 약하다는 의미이며, 수급 불균형과 유동성 역학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ETF 구조의 복잡성 증가는 시장을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

ETF는 개인투자자가 복잡한 금융상품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쉽게 투자하거나 투기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전략의 확대는 시장 국면이 바뀔 때 꼬리위험을 키울 수 있다.

특히 오토콜러블 ETF는 특정 배리어 수준 부근에서 ETF 공급자의 헤지 거래가 집중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여러 자산이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며 상관관계와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불투명한 AI 자금조달 구조는 부채시장의 위험을 높인다

SPV를 통해 발행된 부채는 자산유동화증권(ABS)으로 재포장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를 통해 신용위험이 광범위한 투자자에게 재분배된다. 투자자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금융에 참여할 수 있지만, 구조화신용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면 기초자산의 실제 위험을 파악하기 어렵다.

이러한 자금조달 모델은 투자자에게 매우 이분법적인 위험 구조를 만든다. AI 산업은 수익성보다 규모와 속도가 생존을 좌우하는 승자독식 경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경제성 판단이 뒤로 밀리고, 일반적인 위험·수익 평가의 유효성도 약해지고 있다.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자본이 워낙 크기 때문에 초대형 기술기업조차 이를 전적으로 자체 대차대조표로 조달하기 어렵거나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해당 프로젝트의 장기 수익성은 여전히 불확실해, 투자자는 성공과 실패의 격차가 매우 큰 위험에 노출된다.

PIK는 사모신용 위험을 악화시킨다

PIK는 이자를 원금에 더하는 방식으로 전체 부채를 늘린다. 별도의 차환 없이도 유효 레버리지가 상승하고, 부채의 질도 악화될 수 있다.

또한 현금으로 받지 못한 이자를 장부상 수익으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차입자의 재무상태 악화를 늦게 드러내고, 사실상 지급되지 않은 이자 부담을 가리는 효과가 있다. 그 결과 위험이 갑자기 재평가될 경우 충격이 더 커질 수 있다.

PIK는 기업이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넘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광범위하게 활용되면 대주에게도 향후 유동성 압력을 만든다. 현금 이자 수입이 줄어들면 대주는 자금 확보를 위해 다른 자산을 불리한 시점에 매각해야 할 수 있다.

결론

매우 최근에 형성된 시장 구조

이 보고서에서 분석한 일곱 가지 요소는 지난 경기침체이자 자산시장 급락기였던 2020년 당시에는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이들은 최근 5년 동안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

이는 현재의 시장 구조가 실질적으로 축적한 금융 데이터가 많아야 2년 정도에 불과하며, 그 기간 동안에는 중대한 충격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 새로운 시장 구조는 아직 진정한 위기 상황에서 시험받은 적이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유동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전례 없는 상황

가장 쉽게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은 과거를 기준으로 미래를 판단하는 방식이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과거에 나타났던 충격의 전개 과정과 연쇄 반응이 앞으로도 같은 방식으로 반복될 이유는 거의 없다. 따라서 역사적 데이터와 과거 사례, 백테스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접근은 한계가 있다.

현재 시점에서 각 거래의 위험·수익 구조와 실제 위험 특성을 판단하는 것은 훨씬 어려운 문제다. 이런 환경에서는 엄격한 투자 프로세스와 실시간 시장 구조 분석, 규율 있는 위험관리가 필수적이다.

최근 시장은 비교적 작은 변동성 충격에는 어느 정도 복원력을 보여왔다. 그러나 심각하고 장기적인 위기가 발생했을 때 새로운 시장 구조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예측할 수 없다.

분명한 점은 최근 빠르게 성장한 많은 시장 참여자가 안정화 주체보다는 취약화 주체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위기 상황에서 충격을 흡수하기보다 유동성을 회수할 가능성이 훨씬 높으며, 그 결과 유동성 역학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

최근 나타난 사례도 유동성이 얼마나 쉽게 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1월 일본 국채시장은 비교적 크지 않은 거래량에도 급격한 가격 왜곡과 붕괴 직전의 상황을 겪었다. 은 가격 역시 하루 만에 30% 넘게 폭락하며 역사상 최악의 일일 성과를 기록했다.

이 보고서에 완전히 새롭거나 획기적인 사실이 담긴 것은 아니다. 각각의 현상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중요한 점은 이들을 하나로 묶어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어떤 시장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모든 변화가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는 사실이다. 시장 구조는 더욱 취약해지고 있으며, 유동성 역시 동시에 악화되고 있다.

이 결론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시장 구조가 완전히 새롭고, 아직 시험받지 않았다는 분석 자체는 부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다음 위기가 발생하면 시장은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RISK ACTUALLY - Alexis Maubourguet, Clément Mary-Dauphin, ADAPT Investment Managers 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