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기업들이 급증하는 설비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차입을 확대하고 있음에도, 주식시장 내 극도로 낮은 상관관계가 VIX를 억누르고 있다.

미국 대형주 지수에 포함된 종목들의 상관관계는 사상 최저치를 계속 경신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개별 기업별 투자 기회가 풍부한 이른바 ‘종목 선별 장세’를 의미한다기보다, 상당한 규모의 단일 요인 리스크를 가리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공통 요인 리스크를 감안하면, 지수의 내재변동성을 나타내는 VIX는 이미 상당 폭 상승했어야 한다.

파란색선: S&P500 종목 간 12개월 내재 상관관계

검은색선: S&P500 종목 간 12개월 실현 상관관계

→ 실현, 내재 상관관계가 모두 사상 최저권까지 떨어지면서 지수 변동성과 VIX가 낮게 보이지만,

이는 시장의 공통 위험이 작다는 뜻이라기보다 개별 종목 움직임이 엇갈리며 위험이 가려지고 있음.

이 같은 공통 거시 위험 가운데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금리 상승으로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돈을 빌리기도 어려워지는 것이다. 특히 하이퍼스케일러를 중심으로 한 기술기업들이 수요가 사실상 무한할 것으로 예상되는 GPU 기반 컴퓨팅 설비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 발행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홍색: 마이크로소프트

검은색: 애플

청록색: 아마존

하늘색: 구글

연갈색: 메타

파란색: 오라클

→ 지난 10년간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발행한 총 부채가 5,000억 달러를 넘어섰음.

특히 2025년부터 차입 증가 속도가 급격히 빨라짐.

하이퍼스케일러의 레버리지는

기업가치(EV: 부채+시가총액-현금)를 시가총액으로 나눈 비율

을 기준으로 볼 때 사상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 지출은 현재 시장을 지배하는 단일 테마인 AI 연산 인프라 구축의 대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종목 간 상관관계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와중에도 AI 컴퓨팅 투자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검은색선: S&P500 기술주 종목 간 100일 실현 상관관계

파란색선: 명목 GDP 대비 AI 투자 기여도로, 소프트웨어·IT 장비·연구개발·데이터센터 지출을 합산한 수치

→ 기술주 간 상관관계가 크게 떨어지고 있지만, AI 관련 투자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빠르게 높아지고 있음.

즉, 시장이 분산돼 보이는 것과 달리, 실제로는 AI라는 단일 테마에 대한 의존도와 잠재 위험이 커지고 있음.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지난 10여 년 동안 총액 기준으로 5,000억 달러가 넘는 부채를 발행했으며, 최근 몇 년 사이 그 증가 속도가 빠르게 늘었다. 이제 엔비디아와 같은 하드웨어 기업들까지 이러한 차입 확대 흐름에 가세하기 시작했다.

부채가 늘고 그 반대편에 자산이 쌓일수록, 대차대조표 사이에 놓인 자기자본은 상대적으로 얇아진다. 부채가 더 많이 발행될수록 이 얇은 자기자본이 더욱 압박받는 구조가 된다.

그 결과 기업의 자산이나 부채가 조금만 변해도 자기자본 가치에는 훨씬 큰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다시 말해 주가의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재 VIX가 비교적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이러한 위험은 아직 지수 차원의 변동성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낮은 종목 간 상관관계가 일종의 ‘역레버리지’처럼 작용하면서, AI라는 단일 테마가 만들어내는 대차대조표 위험에 비해 지수 변동성을 지나치게 낮게 유지하고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개의 식이 필요하다.

VIX ≈ √상관관계 × 개별 종목의 평균 변동성 (1)

개별 종목 변동성 ≈ 레버리지 × 기업 자산가치의 변동성 (2)

두 번째 식은 머튼 모형에서 나온다. 기업의 자기자본을 회사가 계속 지급 능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영구 옵션으로 간주하면, 블랙-숄즈 모형을 통해 위 식을 도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레버리지가 높아질수록 자기자본, 즉 주가의 변동성도 커진다는 관계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두 식을 결합하면 다음과 같다.

VIX ≈ √상관관계 × 지수 구성 기업의 평균 레버리지 × 기업 자산가치의 평균 변동성 (3)

따라서 레버리지가 상승하더라도 종목 간 상관관계가 낮아지면, 그 효과를 상쇄해 VIX를 낮은 수준에 머물게 할 수 있다.

여기에 실제 수치를 대입하고 상관관계가 상승하는 충격을 가정하면, 현재 누적되고 있는 레버리지 수준을 고려할 때 지수 변동성이 얼마나 높아질 수 있는지 추정할 수 있다.

아래 차트의 점선은 다른 조건이 모두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내재 상관관계가 현재의 15% 미만에서 2010년대 전반 평균 수준인 60%까지 상승하면 나스닥 VIX가 크게 뛰어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검은색선: 나스닥 변동성지수 VXN의 1개월 이동평균

파란색선: 머튼 모형을 이용해 기업들의 레버리지를 반영해 추정한 나스닥 내재 변동성

→ 현재 실제 VXN은 20%대에 머물고 있지만, 상관관계가 과거 평균 수준으로 정상화될 경우 레버리지 위험을 반영한 변동성은

약 40%까지 급등할 수 있음. 즉, 낮은 종목 간 상관관계가 기업들의 대차대조표 레버리지 위험을 가리고 있음.

기업 자산가치의 변동성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단순화된 가정이 필요하다. 여기서는 자산가치 대신 기업가치(EV)를 사용했고, 레버리지 계산에는 운용리스 부채를 포함하지 않았다. 또한 나스닥의 상관관계를 직접 사용하지 않고 S&P500의 내재 상관관계를 대리변수로 활용했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모형의 설명력은 양호한 편이다.

보다 엄밀하게 검증하기 위해 2018년 이후 데이터를 기준으로 나스닥 VIX를 종목 간 상관관계와 ‘레버리지×자산 변동성’의 함수로 회귀분석할 수 있다. 그 결과 결정계수(R²)는 34%로 나타났으며, 상관관계가 60%까지 상승할 경우 현재 약 28인 나스닥 VIX는 36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는 보수적인 추정치다. 과거 나스닥 VIX가 급등했던 국면에서는 실제 변동성이 모형이 산출한 수준을 크게 웃돈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검은색선: 실제 나스닥 변동성지수(VXN)

파란색선: 내재 상관관계와 기술주 레버리지를 이용한 회귀모형으로 추정한 나스닥 VXN

내재변동성이 급등할 때 실제 VXN은 모형의 추정치를 크게 웃도는 경우가 많았음.

마지막 추정치는 종목 간 상관관계가 60%까지 상승한다고 가정한 값임.

→  상관관계가 60%로 정상화될 경우 모형상 VXN은 30대 중반까지 상승하며,

과거 사례를 보면 실제 급등 폭은 이보다 더 클 수 있음.

하지만 여기에는 한층 더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기업의 자기자본 변동성과 레버리지의 관계를 나타낸 식 (2)로 다시 돌아가 보자. 기업의 자기자본 가치가 하락하면 레버리지는 상승하고, 그 결과 주가 변동성도 커진다.

옵션시장에서 변동성 스큐가 나타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반적으로 동일한 정도로 외가격인 옵션을 비교하면, 외가격 풋옵션이 외가격 콜옵션보다 더 비싸게 거래된다.

*프루츠 주석

스큐(skew)란 옵션의 행사가격에 따라 내재변동성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옵션시장에서는 주가 급락에 대비하려는 수요가 강하기 때문에, 상승에 베팅하는 콜옵션보다 하락에 대비하는 풋옵션이 더 비싸게 거래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변동성 스큐라고 합니다. 이 칼럼에서는 주가가 하락하면 자기자본은 줄어드는 반면 부채는 그대로 남아 기업의 레버리지가 높아지고, 그만큼 주가 변동성도 커질 수 있기 때문에 하락 위험에 더 높은 가격이 붙는다고 설명합니다.

상관관계 가격 역시 이러한 위험을 반영한다. 상관관계에도 스큐가 존재하며, 시장은 주가가 더 크게 하락하는 상황을 가정한 외가격 옵션일수록 종목 간 상관관계가 더 높아질 것으로 가격에 반영한다.

파란색선: 옵션 행사가격별 S&P500의 3개월 내재 상관관계

시장은 주가가 더 낮아질 수록 종목 간 상관관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함.

→ 현재 가격에서 멀리 떨어진 하락 구간을 가정할수록 내재 상관관계가 크게 높아짐.

이는 시장이 급락 시 개별 종목들이 따로 움직이기보다 동시에 하락할 가능성을 더 크게 반영하고 있음을 의미함.

‘급락 위험’을 반영한 상관관계는 등가격 옵션 기준 상관관계보다 상당히 높다. 주가가 하락할수록 종목 간 상관관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급락 위험을 반영한 상관관계조차 현재는 역사적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상관관계 곡면 전체가 평평해지고 있는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지수 집중도의 상승이고, 다른 하나는 디스퍼전 매도다. 소수의 초대형주가 지수를 주도하면서, 시가총액 가중 방식상 나머지 작은 종목들의 기여도는 매우 미미해지고 서로 상쇄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지수에 포함된 다수 종목의 상관관계가 낮기 때문에 전체 평균 상관관계도 낮아진다. 여기에 디스퍼전 매도가 더해지면서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디스퍼전 매도는 일반적으로 내재 상관관계가 실현 상관관계보다 높게 형성되는 구조적 프리미엄을 활용하는 전략이다. 이는 최종 투자자들의 상관관계 위험 수요가 대체로 매수 쪽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프루츠 주석

디스퍼전 매도(dispersion selling)란 지수 옵션의 변동성을 매도하고, 지수를 구성하는 개별 종목의 변동성을 매수하는 전략을 말합니다. 개별 종목들은 크게 움직이더라도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 지수에서는 변동이 상쇄될 수 있기 때문에, 지수 변동성은 낮고 개별 종목 변동성은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되는 구조를 이용합니다. 이 칼럼에서는 헤지펀드와 은행들의 디스퍼전 매도가 지수 변동성과 종목 간 내재 상관관계를 낮게 누르면서, 실제 시장에 쌓이고 있는 공통 위험을 가리고 있다는 의미로 쓰였습니다.

헤지펀드와 은행들은 이 프리미엄을 얻기 위해 개별 종목 변동성 대비 지수 변동성을 매도한다. 그 결과 지수 움직임이 눌리면서, 극소수 대형주를 제외한 대부분 종목의 순변동도 제한된다.

현재의 낮은 상관관계가 실제 거시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는 많을 수 있다. 그러나 상관관계가 언제 정상화될지 알기 어렵고, 반대 포지션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단도 마땅치 않다. 이 때문에 위험에 비해 지나치게 낮아 보이는 내재 상관관계가 시장에서 계속 유지될 수 있다.

상관관계와 내재변동성은 결국 기초 위험 수준에 맞춰 다시 조정될 것이다.

다만 그 과정이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Record Low Correlation Is Masking AI Leverage Boom - Simon White, Bloombe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