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은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간소화된 소통 방식이 “이미 역효과를 내고 있으며”, 31조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시장에 대한 중앙은행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했음에도 목요일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워시는 수요일 금리 결정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연준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향후 금리 방향에 대한 가이던스 없었고,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면 연준이 왜 금리를 인상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설명도 부족해 시장이 불안해졌다고 지적했다.

채권시장이 보낸 메시지는 분명했다.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인플레이션을 잡겠다고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실제 행동에 나서는 속도는 충분히 빠르지 않다는 것이다.

연준이 수요일 7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투자자들은 30년물 미국 국채를 대거 매도했다. 이에 따라 30년물 금리는 장중 최대 14bp 급등해 약 5.23%를 기록하며 19년 만의 최고치에 근접했다. 시장의 기대인플레이션 지표는 상승했고, 달러는 약세를 보였으며, 주식시장마저 하락했다. 투자자들이 워시가 결국 피할 수 없는 금리 인상을 단지 미루고 있을 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미국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이러한 시장 움직임은 워시가 5년 연속 연준의 목표치를 웃돌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억제하지 못할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그 결과 채권 투자자들은 당장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베팅을 빠르게 줄이면서 초단기 국채금리를 끌어내렸다. 반면 앞으로 수년간 이어질 인플레이션 위험을 보상받기 위해 장기 국채에는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했다. 2년물 금리 하락과 30년물 금리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연준 회의 이후 미국 국채 수익률곡선은 가파르게 스티프닝됐다.

에이곤자산운용의 스티븐 존스 최고투자책임자는 “의도했든 실수였든, 워시는 국채시장을 통제하고 있다는 인상을 사실상 포기했다”며 “이는 과거 연준 의장들이 추구해온 방향이나 운영 방식과는 상당히 다른 변화”라고 말했다.

장기 차입비용 상승은 미국의 재정과 기업에 대한 부담을 더욱 키우는 동시에, 대표적인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끌어올려 가계의 금융 여건도 긴축시키게 된다.

ING의 프란체스코 페솔레 전략가는 “워시의 무가이던스 접근법은 이미 역효과를 내고 있다”며, 수요일 기자회견 이후 나타난 국채 수익률곡선의 스티프닝은 “신뢰 상실에 베팅하는 거래로 보였다”고 말했다.

미국 30년물과 2년물 국채금리 차이는 약 0.8%포인트에서 0.97%포인트로 확대되며, 거의 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미국 30년물 - 2년물 국채 금리차

이번 회의를 앞두고 시장의 전망은 이례적으로 크게 엇갈렸다. 투자자들은 새 연준 의장이 최근 유가 급등과 회의 전 연준이 선호하는 미국 물가지표가 목표치 2%를 크게 웃도는 4.1%를 기록한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 가늠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파생상품시장에 반영된 가격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회의 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약 30%로 보고 있었다.

워시는 수요일 자신의 말을 아끼는 소통 방식이 지난 6월 연준 회의 이후 시장 금리 형성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이를 “더 나은 방향으로의 변화”라고 평가하며, 연준의 새로운 소통 전략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회의 이후 미국 기업과 가계에 영향을 미치는 채권금리가 상승하면서, 연준이 공식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고도 사실상 통화정책이 이미 긴축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연준이 직접 정책금리를 인상하지 않고 시장이 대신 긴축 역할을 하도록 내버려두는 데 더 만족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것만으로도 연준이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응해 금리를 올리지 않은 이유가 충분히 설명된다고 평가했다.

PGIM의 글로벌 채권 부문 책임자인 로버트 팁은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기자회견에서 워시는 시장 여건이 이미 긴축됐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 상승이 “연준 관계자들이 원하는 것”이라면서도 “그 과정이 고통 없이 진행되지는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워시는 금리 인상에 찬성표를 던진 세 명의 반대 의견을 포함해 연준의 금리결정위원회가 지속적으로 전망과 해설을 내놓기를 바라는 시장의 요구를 이해한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그는 “연준은 시장이 각종 상황 전개에 어떻게 직접적이고 여과 없이 반응하는지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워시의 가이던스 부족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은 9월 중순의 중요한 금리 결정 회의를 앞두고,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다시 목표 경로로 되돌리겠다는 의지를 시장에 확신시켜야 한다는 압박을 더욱 키우고 있다.

워시의 다음 주요 연설은 8월 말 캔자스시티 연은이 주최하는 잭슨홀 회의에서 예정돼 있다. 워시는 수요일 해당 연설 내용에 대해 “현재로서는 아직 백지 상태”라고 말했다.

선물시장의 컨센서스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연준이 다음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거의 3분의 2로 반영하고 있다.

독일 알리안츠의 최고투자책임자인 루도비크 수브란은 현재의 연준 기자회견 형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채권시장의 반응이 연준의 가이던스 폐지가 변동성을 키우고 차입비용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존의 광범위한 경고가 옳았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펀드매니저 마이크 리델은 “이번 사태가 보여주는 교훈은 사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것”이라며 “중앙은행이 더 명확하게 소통할수록 통화정책의 파급 과정도 더 질서 있게 진행된다”고 말했다. 이어 “의도적으로 소통을 줄이면 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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