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Fed) 위원들은 수요일 금리를 동결했다.

다만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 3명은 금리 인상을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다. 이는 물가상승률이 5년째 연준의 목표치를 웃도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압력이 연준 내부에서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준은 9대 3의 표결로 기준금리를 3.5~3.75% 범위에서 유지했다. 통화정책 결정기구는 지난 6월 금리를 동결했을 때와 동일한 정책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결정으로 목표치를 웃도는 인플레이션 흐름을 끝내겠다는 케빈 워시 의장의 약속은 두 회의 연속 실제 행동이 아닌 발언에 머물게 됐다.

0.25%포인트 금리 인상에 표를 던진 인사는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였다. 이들은 지난 4월에도 금리 인상보다 인하 가능성이 더 크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하는 데 반대했다. 정책 변경을 둘러싸고 같은 방향으로 세 명의 위원이 반대표를 던진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회의 후 워시 의장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빠르게 낮출 수 있는 마법 같은 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한 기자에게 “가계와 기업들로부터 전반적으로 듣는 것과 같은 이야기를 기자님에게서도 듣고 있다. 바로 조급함이다. ‘이제는 결과를 내놓으라’는 것이다”라며 “우리가 마법 지팡이를 휘둘러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기자님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버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회의에서는 위원 절반가량이 올해 후반 금리 인상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 2주 전 발표된 인플레이션 지표가 비교적 완만하게 나오면서 이번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압력은 다소 낮아졌다. 그러나 지난주 미국과 이란의 교전이 다시 격화되면서 에너지 가격이 재차 상승했다.

이번 충돌은 연준 위원들이 또 다른 물가 충격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넘겨 버리는 데 점점 인내심을 잃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에 이어 또다시 비용 충격이 발생한 데다, 인공지능 투자 확대에서 비롯된 강한 수요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 입장에서 이번 결정이 주는 메시지는 차입 비용이 조만간 낮아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연준의 기준금리는 신용카드와 자동차 대출 같은 단기 차입 비용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포함해 많은 기업과 가계에 더 중요한 자금조달 비용은 장기 국채금리를 따라 움직이며, 최근 이 금리는 상승하고 있다.

미국 모기지은행협회가 수요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주 6.76%까지 올라 약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워시 의장은 지난 회의 이후 시장에서 결정되는 금리가 명목 기준과 물가 조정 기준 모두 상승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연준이 직접 금리를 올리지 않았음에도 금융 여건은 이미 긴축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점이 어느 정도 안도감을 줬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워시 의장의 발언을 금리 인상 시점이 더 늦춰질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정책금리 전망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기자회견 이후 하락했다.

반면 장기물 금리는 상승했다. 툴렛 프레본 자료에 따르면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하루 동안 약 0.136%포인트 올라 5.228%를 기록했다. 이는 1년여 만에 가장 큰 하루 상승폭이자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100포인트 넘게 하락하며 2.2% 떨어졌다.

연준이 금리를 동결했는데도 장기금리가 상승한 것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당초 연준 위원들이 예상했던 경로에서 얼마나 멀어졌는지를 보여준다.

3년 전 연준은 훨씬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빠르게 끌어올리는 과정을 마무리했다. 이후 2년 전 물가상승률이 2% 목표에 가까워지자 금리 인하를 시작했다. 지난해 초에는 관세가 물가를 다시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하를 중단했지만, 지난해 가을 고용 증가세가 둔화되자 노동시장 침체에 대비하기 위해 다시 금리를 내렸다.

그러나 우려했던 경기 급락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이란 전쟁과 인공지능 투자 확대에서 비롯된 물가 압력이 부상했다. 그 결과 연준은 견조한 경제와 함께, 측정 지표에 따라 3% 안팎 또는 그 이상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인플레이션을 마주하게 됐다.

미국 기준금리 추이

워시 의장은 어떤 신호가 나타나야 연준이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판단할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대신 하나의 원칙을 제시했다. 기조적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중앙은행 관계자는 긴축에 더 기울고, 반대로 하락하고 있다고 보는 관계자는 완화에 더 기울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워시 의장은 자신이 기조적 인플레이션의 방향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연준은 회의 후 발표한 성명에서 경제활동이 “견조한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는 평가를 되풀이했으며, 자본투자와 생산성 증가세도 강하다고 다시 언급했다. 또한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인 2%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위원들은 최근 AI 붐을 경제가 쉽게 감당하기 어려운 수요 증가의 원인으로 더욱 강하게 지목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인프라에 수천억 달러가 투입되면서 경제의 공급 능력을 넘어서는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리로 관세나 유가 상승에 따른 가격 압력을 직접 해소하기는 어렵지만, 전체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는 낼 수 있다. 데이터센터 투자는 이미 상당 부분 자금 집행이 확정돼 있어 금리가 올라도 크게 줄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부문의 수요를 식힘으로써 공급에 가해지는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들 위원은 연준이 더 이상 지원이 필요하지 않은 경제에 여전히 완화적 여건을 제공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연준이 지난해 금리를 내릴 당시에는 올해 인플레이션이 2%를 조금 웃도는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물가상승률이 더 높아지면서 물가를 반영한 실질 정책금리는 당초 예상보다 더 느슨해졌다.

이들은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 부근에 있고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도 여전히 우호적이라는 점을 들어, 경제가 큰 어려움 없이 더 높은 금리를 감당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판단이 복잡한 이유는 연준이 기존의 분석 체계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형태의 인플레이션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연준이 의존하는 경제모형은 인플레이션을 노동시장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본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연준 위원은 노동시장이 물가 압력의 주된 원인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위원들은 현재의 물가 압력이 중앙은행이 통상적으로 일시적이라고 보고 넘겨야 하는 일련의 단발성 충격이라고 말한다. 단, 가계와 기업이 인플레이션이 결국 낮아질 것이라고 계속 기대하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이들이 우려하는 것은 오히려 반대의 실수다. 금리 인상의 효과가 나타날 무렵에는 이미 물가지표에서 사라졌을 가격 상승에 뒤늦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리결정위원회의 부의장인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이달 초 앞으로 몇 분기 동안 인플레이션이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세 효과가 사라지는 과정에서 기조적 인플레이션이 다시 2%로 안정되는지를 판단하려면 월간 물가상승률이 0.2% 이하로 나오는지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연율로 환산하면 연준의 목표치에 가까운 수준이다.

반대로 이보다 높은 수치가 이어진다면 정책 대응이 필요할 수 있다. 이는 일시적인 비용 충격이 가격에 반영되는 과정이 아니라, 수요가 공급 능력을 초과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이 다음 회의를 여는 9월 15~16일 전까지 두 차례의 인플레이션 지표가 발표된다. 현재 파이퍼샌들러에 재직 중인 커트 루이스 전 연준 선임 고문은 “연준이 올해 후반 실제 행동에 나서기 위한 문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말했다.

루이스는 인플레이션이 충분히 개선돼 연준이 금리를 올릴 필요는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그러한 경로가 실현될 가능성은 이전보다 좁아졌다고 덧붙였다. 향후 두 달 동안 물가 압력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면 “연준이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기다려도 된다는 연준의 지배적인 시각이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 연은 임원을 지낸 달립 싱은 지난 2년간의 충격은 연준이 시간이 지나 사라지기를 기다릴 수 있는 서로 독립된 사건들이 아니라고 말했다.

현재 PGIM의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인 싱은 “우리는 각각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여러 문제가 서로 연결된 채 누적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이 저절로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실업률 상승을 막을 만큼 고용이 견조한 현재 상황은, 통상적인 긴축 뒤에 따르는 일자리 감소 없이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이례적인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연준이 더 오래 기다릴수록 결국 금리를 더 높은 수준까지 올려야 할 것이라고 싱은 말했다.

올가을 중간선거 전이든 이후든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경우, 워시가 지난 5월 연준 의장에 취임한 뒤 한동안 잦아들었던 트럼프 행정부와 연준 간 갈등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

백악관은 워시가 금리를 올리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적대적인 성향의 연준 이사회가 그를 금리 인상 쪽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1년 대부분 동안 금리 인하를 요구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6개월 전 퇴임 예정이던 제롬 파월 의장의 후임으로 워시를 지명했다. 당시 트럼프는 강한 경제성장을 우려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인사는 후보로 고려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Fed Holds Rates Steady but Three Officials Vote for Increase - Nick Timiraos, WSJ

Fed Holds Rates, Three Officials Dissent Favoring a Hike - Jonnelle Marte, Bloombe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