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분기에도 미 재무부의 분기별 국채 발행 계획은 별다른 이변 없이 발표됐다. 현재 미국 채권시장의 상황을 고려하면, 오히려 놀랄 만한 내용이 없었다는 점이 나쁘지만은 않다.
미 동부시간 오전 8시 30분에 발표된 보고서에서 미 재무부는 향후 국채 발행과 관련한 기존 지침을 그대로 유지했다. 연방정부의 차입 수요가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나고 있음에도, 2027년까지 중기·장기 국채 입찰 규모를 변경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특히 AI 버블이 붕괴하면 정부의 자금조달 수요가 더욱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회사채 시장에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온 결정이다.
8월 분기 리펀딩에서도 기존 발행 규모를 그대로 유지
다음 주 미 재무부는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총 1,250억 달러 규모의 차환 국채 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며, 구성은 다음과 같다.
8월 11일: 3년물 국채 580억 달러
8월 12일: 10년물 국채 420억 달러
8월 13일: 30년물 국채 250억 달러
미 재무부는 이번 차환 발행(만기가 돌아온 기존 국채를 갚기 위해 새 국채를 다시 발행하는 것)을 통해 약 287억 달러의 신규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전망을 기준으로 재무부 당국자들은 명목 이표채와 변동금리채의 현행 발행 규모를 “적어도 향후 몇 분기 동안”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24년 초 재닛 옐런의 이른바 ‘행동주의적 국채 발행’ 시기 이후 재무부가 분기별 국채 발행 전략 발표에서 계속 사용해 온, 시장을 안심시키는 동일한 표현이다.
단기 재정증권과 관련해서는 “현재 전망을 바탕으로 재무부는 향후 몇 주 동안 벤치마크 단기채의 현행 입찰 규모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또한 “8월 말에는 단기 현금관리용 국채를 발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문구와 발행 일정은 다수 프라이머리 딜러들의 예상과 일치한다. 이들은 최근 장기물 금리가 상승한 만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그의 팀이 발행 계획을 조정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기준물인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주 베선트 취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이에 따라 정부의 장기 자금조달 비용도 더욱 높아졌다.
재무부는 향후 이표채 입찰 규모를 늘리게 될 경우 수익률곡선의 단기 구간을 선호한다는 지난 5월의 입장도 유지했다. 재무부는 단기 재정증권에 대한 수요 증가를 주시하고 있으며, “구조적 수요의 추세와 다양한 발행 구조가 가져올 잠재적 비용 및 위험에 초점을 맞춰” 상황을 계속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이표채 발행을 확대하지 않는다는 것은 만기가 1년 이하인 T-bill과 기타 단기 증권에 대한 재무부의 의존도가 더욱 심화된다는 의미다. 시장 딜러들은 이러한 전략을 두고
“T-bill and chill”
, 즉 ‘단기채를 발행하며 일단 버티기’라고 부르고 있다.
위 차트: 만기 1년 이하의 단기채 발행 규모
아래 차트: 2년물 이상 중장기채 발행 규모
→ 재정적자와 차입수요는 계속 늘고 있지만, 재무부는 중장기 국채 발행 규모를 크게 늘리지 않고
부족한 자금을 단기채로만 채우고 있음.
현재 전체 미 국채 잔액에서 단기 재정증권(T-bill)이 차지하는 비중은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는 향후 충격이 발생할 경우 정부의 이자 비용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위험을 키운다.
특히 시장에서는 앞으로 몇 달 안에 연준이 통화정책을 다시 긴축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단기금리가 상승하고, 만기가 짧은 T-bill을 계속 차환해야 하는 재무부의 이자 부담도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
전체 시장성 국채 잔액 중 만기 1년 이하의 T-bill이 차지하는 비중
→ 정부 부채의 평균 만기가 짧아지고 있음
문제는 현재의 중·장기 국채 입찰 규모만으로는 시간이 갈수록 재무부가 필요한 신규 자금을 충분히 조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발행 계획을 바꾸지 않는다면 전체 국채에서 T-bill이 차지하는 비중은 구조적으로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 사이 정부의 차입 수요는 계속 불어나고 있다. 미 재무부는 월요일 이번 분기 차입 예상치를 7,390억 달러로 상향했다. 이는 지난 5월 전망보다 680억 달러 증가한 규모로, 주된 이유는 예상보다 세입과 기타 현금 유입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의 국가부채는 앞으로 2주 안에 40조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40조 달러에 다가선 미국 국가부채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부 전략가들은 베선트가 향후 국채 발행 지침을 바꾸지 않으려는 태도를 오는 11월 의회 중간선거와 연결해 해석하고 있다. 국채 발행 계획을 조정했다가 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을 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물론 재무부가 변화 가능성을 알리는 시점을 오래 미룰수록, 실제 조정이 필요해졌을 때는 변화의 폭이 더 크고 갑작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중간선거 전까지 시장 상승세를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며, 선거 이후에는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미 재무부 차입자문위원회는 과거 전체 시장성 국채에서 T-bill이 차지하는 비중을 평균 약 20% 수준으로 관리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재무부 당국은 어느 수준까지 단기채 비중 상승을 감내할 것인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T-bill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 머니마켓펀드뿐 아니라 연준도 만기가 돌아오는 주택저당증권의 원금을 T-bill에 재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Treasury Refunding: No Change To Auction Sizes As Bessent Deepens Reliance On Short-Term Debt - Tyler Durd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