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달러시스템 이란과의 전쟁은 글로벌 무역 시스템에 잠재적으로 되돌릴 수 없는 긴장을 가했으며, 브레튼우즈 II 시대 이후 처음으로 평가 조정 기준 달러 자산보다 금 보유량이 더 커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미국과 이란 간 휴전 발표 이후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그러나 휴전이 유지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팍스 아메리카나’를 흔들면서 달러 시스템에 구조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과거에도 달러의 몰락은 여러 차례 과장되어 왔다. 하지만 이는 특정 시점에서 급격히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이다. 영국 파운드화 역시 기축통화 지위를 잃는 과정에서 1차 세계대전, 금본위제 이탈, 브레튼우즈 체제, 수에즈 위기 등 여러 사건을 거치며 서서히 약화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자산 동결로 정점에 달한 달러의 ‘무기화’, 그리고 이른바 ‘마라라고 협정’ 논의까지 이어지면서, 달러는 지배력 약화 과정에서 또 하나의 이정표를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 평가 효과를 반영한 달러 표시 외환보유액은 이제 IMF가 해당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 즉 비공식적인 브레튼우즈 II 체제가 형성된 이후 처음으로 금 보유량보다 낮아졌다.

검은선: 평가조정된 달러 외환보유액 갈색선: 글로벌 금 보유자산 → 처음으로 역전 발생 (IMF 데이터 기준, 1990년대 이후 처음)

달러 = “신뢰 기반 자산” 금 = “비정치적 중립 자산” ▶ 지금은“신뢰 → 헤지”로 이동 중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금과 단순 달러 수치를 그대로 비교하는 것은 공정한 비교가 아니다. 보다 적절한 비교는 위 차트처럼, 달러에서 이자 수익 효과를 제거한 수치와 금을 비교하는 것이다.

이렇게 조정하면, 달러 외환보유액은 약 4조 달러 수준으로 나타나며, 이는 IMF가 보고한 비조정 기준 약 7.5조 달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IMF 수치에는 해당 자산에서 발생한 이자 수익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여기서는 Bloomberg US Treasury Index를 사용해 그 수익률을 제거함). IMF가 발표하는 수치는 실제로 존재하는 금액이지만, 중앙은행들의 ‘실질적인 수요’까지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검은선: IMF 기준 달러 외환보유액 (이자 포함)

갈색선: 이자 제거한 ‘실질 달러 수요’

파란선: 금 보유액 달러의 ‘상승 착시’는 실제 매수 때문이 아니라 미국 국채 이자(수익률) 때문

▶ 실제 달러 수요(갈색선)는 정체

같은 논리는 금에도 적용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금 가격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금 보유액 증가가 단순히 가격 상승의 수혜일 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달러 외환보유액에서 평가 효과를 제거한 ‘실질 규모’를 달러의 “무게”로 본다면, 그 규모는 약 2014년 정점을 찍은 이후 약 15% 감소했다. 반면 (거의 대부분 신흥국 중앙은행이) 금의 실물 보유량을 톤 기준으로 약 15% 증가시켰다. 따라서 달러에 대한 실제 수요가 의미 있게 약화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중앙은행의 실제 매수 흐름은 달러에서 금으로 이동

검은선 : 평가조정된 ‘실제 달러 매수 흐름

금색선 : 금 실물 매수 흐름 (온스 기준)

(2014년 = 기준 100으로 동일 비교)

시장은 점점 달러 체제에 대한 신뢰를 잃고, 금융 시스템과 독립적인 대안 자산이 부족한 상황 속에서, 다시금 금을 ‘의심할 여지가 없는 글로벌 담보 자산’으로 재평가하고 있다.

이는 미국 달러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이 변화는 외환보유를 관리하는 중앙은행들의 행동에서도 확인된다. 러시아 자산이 동결되기 전까지 이들은 달러를 기회적으로 매매해 왔다. 즉, 달러가 약세일 때는 매수하고 강세일 때는 매도하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몇 년간 달러 가치가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매수로 대응하는 의미 있는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검은선 : 달러 가치 (역방향, 떨어질수록 수치 상승)

갈색선 : 달러 외환보유액 증가율 (YoY)

과거 패턴: 달러 약세 → 중앙은행 달러 매수 증가 (검은선 상승 → 갈색선 상승)

최근 달러 약세 → 중앙은행 달러 매수 증가 X (검은선 상승 → 갈색선 정체)

“Dog is not barking” : 원래 나와야 할 반응이 안 나옴

하지만 이는 단순히 외환보유 관리자들의 선호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달러 시스템에 대한 압력은 높은 에너지 가격과 지속적인 공급 제약에서도 비롯되고 있다. 휴전 발표 이후 유가와 가스 가격은 상당히 하락했지만, 여전히 전쟁 이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는 에너지 수입국들이 달러를 확보하기 위해 자산을 매각해야 하는 부담을 더욱 키우고 있다.

유가는 떨어졌지만, 전쟁 이전보다 여전히 높음

검은선: 현재 유가 커브 갈색선: 휴전 직전 커브

파란선: 전쟁 이전 커브 에너지 수입국 입장 에서는 달러 필요량 상승, 무역적자 압박 상승

▶ 자산 매도 → 달러 확보 → 글로벌 유동성 압박

또한, 자국의 에너지를 제대로 판매하지 못하는 수출국들 역시 현금흐름 압박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맞물리면서, 전쟁 기간 동안 금과 미국 국채는 오히려 ‘Risk on 자산’처럼 움직였다. 긴장이 완화되면 상승하고, 긴장이 고조되면 하락하는 양상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더 깊고 장기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팍스 아메리카나의 핵심 구조인 ‘교환 관계(quid pro quo)’, 즉, 무역으로 벌어들인 달러가 다시 미국 자산으로 재투자되면서 미국은 저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그 대가로 미국은 안보와 글로벌 시스템의 안정성을 제공하는 구조는 이제 더 이상 당연한 것으로 간주될 수 없다. 일반적으로는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재개방되면 달러가 다시 원유 수출국으로 흘러가고, 이들이 다시 미국 국채나 기타 미국 자산을 매입하는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마찬가지로 유가가 정상화되고 수입국들의 상황이 회복되면, 이들 역시 잉여 달러를 미국에 재투자할 여력이 생긴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흐름을 당연하게 가정할 수 없다. 첫째,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중동 산유국들은 경제 다각화와 국내 투자 확대로 인해 재투자 가능한 잉여 자금이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사우디의 경상수지는 유가에 대한 민감도가 낮아진 상태다.

유가가 올라도, 산유국은 더 이상 달러를 쌓지 않는다

검은선: 유가 (브렌트) 갈색선: 사우디 경상수지

과거 관계: 유가 상승 → 경상수지 흑자 확대 → 달러 축적 → 미국 자산 재투자

현재 변화: 유가 상승 → 경상수지 개선 X → 민감도 붕괴 ▶ Petrodollar 시스템이 약해지고 있음

하지만 문제는 그보다 더 심각하다. 만약 미국이 더 이상 안정성과 안보를 보장하는 신뢰할 수 있는 존재로 인식되지 않는다면, 달러로 거래하고 이를 다시 미국으로 재투자할 유인은 점점 약해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통화 시스템을 지탱해온 ‘달러 순환 구조(dollar carousel)’는 점점 더 큰 압박을 받고 있다.

앞서 말했듯, 이는 하루아침에 일어나는 변화는 아니다. 대체할 만한 준비자산과 금융 자산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미 균열이 생기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바람이 빠지기 시작했다면, 그 흐름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금의 부상은 하나의 경고 신호일 뿐이며, 다른 신호들도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글로벌 무역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몇 년 사이 약 40% 수준으로 낮아졌고, 유로와 위안화 비중은 증가하고 있다. 달러 표시 국제 대출 역시 글로벌 총량 대비 약 60% 수준으로 하락했다. 중앙은행의 미국 국채 보유 규모는 이제 금 보유량보다 낮아졌으며, 외환보유액과 금 보유를 합친 기준에서 달러 비중 역시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글로벌 준비자산에서 달러 비중이 빠르게 줄고 있음

갈색선: 달러 비중 (외환 + 금 포함 기준) → 장기 하락 추세 : 20년 넘게 지속적으로 감소

(특히 2020년 이후 급격한 감소)

상식(common knowledge)은 종종 기존의 질서와 고착된 사고방식을 뒤흔드는 계기가 된다. 이번 이란 전쟁에서 미국이 보여준 일방적인 행동 이후, 이제는 모두가 “게임의 규칙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서로가 알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이제 달러 자산을 덜 보유하는 것이 점점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상식’이 된 이상, 달러의 지배력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진적으로 약화되고, 금의 위상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을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2. 실질금리 한편, 미국의 기대 실질금리는 전쟁으로 유발되고 점점 고착화되는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인해 계속해서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다. 이란과의 평화가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그 경제적 결과 중 하나는 더 높고 더 고착된 인플레이션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기대 실질금리는 낮은 수준에 머물거나, 경우에 따라 상당한 폭으로 마이너스 영역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2026년 금리 기대의 순변화는 3월 말 기준 약 75bp 수준까지 상승했는데(즉, 전쟁 이전 대비 2026년 말 정책금리가 약 75bp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되었음), 이후 이러한 기대는 변화를 겪고 있다.

전쟁 이후에도 금리 상승 기대는 크게 꺾이지 않았다

검은색: 전쟁 초반(2/27~3/26) 금리 상승 기대 변화

갈색: 현재 기준 금리 상승 기대 변화 - 여전히 큰 폭 유지 (~50bp 수준)

전쟁이 끝나도 금리는 빠르게 내려가지 않을 것 그 기대치는 현재 약 50bp 수준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는 점은, 시장이 향후 인플레이션 상승을 인식하고 있으며 연준이 이를 무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베팅을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인플레이션에 강하게 집중하는 다른 중앙은행들의 경우 금리 인상이 매우 유력하지만, 연준에 대해서는 다소 ‘가정’이 깔려 있다. 연준은 이중 책무 (고용과 물가)를 가지고 있고, 차기 의장은 백악관의 통화정책 기조에 우호적일 것 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실질금리”다. 만약 인플레이션이 상승함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해지고(예를 들어 2차 파급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시장이 이를 반영하게 된다면 실질금리는 크게 하락하여 마이너스 영역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명목금리(↑) - 인플레이션(↑↑↑) = 실질금리(↓↓)

향후 1년 구간에서 실질금리에 대한 기대는 전 구간에 걸쳐 하락했으며, 현재는 여전히 소폭의 플러스 영역에 머물러 있다. 이는 시장이 향후 1년간 CPI 상승을 상쇄할 만큼만 연준이 대응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 실질금리는 앞으로 더 낮아지고, 완화적으로 변할 것 갈색선: 전쟁 이전 실질금리 기대 검은선: 현재 실질금리 기대 모든 구간에서 실질금리 기대치 하향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이 ‘앞으로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연준이 긴축을 약하게 할 것)’이라고 보기 시작한다면, CPI 상승은 사실상 이미 예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실질금리는 마이너스 영역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는 기대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것이며, 2차 인플레이션 효과(임금 상승 → 소비자물가 상승 → 임금 상승 루프 촉진)는 사실상 거의 확정적인 수준이 된다.

War Has Caused Lasting Damage To The Dollar System - Simon White, Bloomberg Real Rates Will Tell The True Story Of Postwar Monetary Policy - - Simon White, Bloombe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