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은 열광적인 속도로 주식시장에 몰려들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지표만 놓고 보면, 현재 주식은 닷컴버블 붕괴 직후만큼이나 매력적이지 않아 보인다.
그 지표는 바로
‘주식 위험 프리미엄(Equity Risk Premium)’
이다.
일반적으로 이는 S&P500의 이익수익률(Earnings Yield), 즉 기업들이 주가 대비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내고 있는지를 퍼센트로 나타낸 값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간의 차이를 의미한다. 최근 몇 주 동안 이 격차는 거의 사라졌으며, 새 천년이 시작된 이후 가장 낮은 수준 근처에서 움직이고 있다. 다시말해,
현재 주식의 기대수익률을 대략적으로 나타내는 지표가 초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수익률보다 겨우 조금 높은 수준
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가장 큰 원인은 인플레이션 우려로 촉발된 글로벌 채권시장 급락이다. 이로 인해 미국 국채금리가 크게 상승했다.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올해 유가를 약 60% 끌어올렸고, 투자자들의 금리인하 기대를 완전히 뒤흔들었다. 한때 2026년 금리인하는 거의 기정사실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말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합의에 가까워졌다고 밝혔지만, 중재자들은 월요일 들어 협상 진전 속도가 둔화됐다고 전했다.
금리인하 기대가 약해지자 채권금리는 상승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금요일 4.57%에 마감했는데,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2월 말 이란 공습을 시작하기 직전의 3.96%보다 크게 오른 수준이다.
채권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주식시장 투자자들의 분위기는 오히려 거의 도취 상태에 가까울 정도로 낙관적이다. 이는 역사적으로 봤을 때 여전히 다소 비싸 보이는 주식 밸류에이션에도 불구하고 나타나는 현상이다. 향후 1년 예상 이익 기준으로 계산한 S&P500의 이익수익률은 최근 몇 주 동안 하락했는데, 이는 주가가 급등하고 월가에서 수 주간 이어진 공격적인 주식 매수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머서 어드바이저스(Mercer Advisors)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Don Calcagni 는 “현재 채권시장과 주식시장 사이에는 약간의 괴리가 존재한다”며 “이 상황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고, 동시에 주식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높아졌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여전히 주식시장 위에는 여러 가지 위험요인이 남아 있다. 그중에는 인공지능(AI) 혁명이 약속했던 장밋빛 전망(생산성 폭증과 기업 이익 급증)이 결국 현실화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오래된 우려도 포함된다.
휴일로 인해 거래일이 짧아진 이번 주 동안 투자자들은 미국 경제의 건강 상태를 보여줄 몇 가지 핵심 지표를 확인하게 된다. 여기에는 소비자신뢰지수, Costco 와 Dollar Tree 의 실적 발표, 그리고 연준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인플레이션 지표의 최신 수치가 포함된다.
S&P500의 이익수익률과 채권수익률 간의 차이는 투자자들이 주식이라는 더 위험한 자산을 보유하는 대가로 얼마나 추가 보상을 받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기본 개념은 단순하다. 장기적으로 주식은 채권보다 더 높은 보상을 약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안전성과 예측 가능성이 높은 미국 국채가 원금 일부 혹은 전부를 잃을 수도 있는 주식 투자보다 더 매력적이게 된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 지표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은 확정 수익을 제공하는 채권과, 기업 이익 성장에 따라 사실상 무한한 상승 가능성을 가진 주식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주식 위험 프리미엄 같은 밸류에이션 지표는 단독으로는 주식을 팔거나 매수를 미루는 근거가 되기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과거를 돌아보면, 주요 지수의 이익수익률과 채권금리 간의 관계는 특히 장기적인 시계열에서 꽤 유용한 투자 지표 역할을 해왔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Robert Shiller 역시 자신이 선호하는 위험 프리미엄 지표(과거 기업 이익을 인플레이션 조정한 값 기반)와 향후 주식시장의 초과수익률(채권 대비) 사이에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강조해왔다. 그의 데이터는 100년이 넘는 기간을 기반으로 한다.
다만 최근에는 눈에 띄는 예외가 나타났다. 지난 10년 동안 S&P500의 연율화 초과수익률은, 10년 전 Robert Shiller 의 ‘초과 CAPE 수익률(Excess CAPE Yield)’ 지표가 암시했던 수준을 훨씬 웃돌았다.
이 괴리는 팬데믹, 인플레이션, 그리고 급격한 금리 상승이라는 환경 속에서도 주식시장이 얼마나 오랫동안 기존의 “중력 법칙”을 거스르며 상승해왔는지를 보여준다.
주식 위험 프리미엄은 지난해 초 한때 0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당시에도 국채금리 상승과 주식 밸류에이션 급등이 동시에 나타나며 이 지표를 마이너스 영역으로 밀어 넣었다. 이 지표가 장기간 음수 상태를 유지했던 마지막 시기는 닷컴버블 붕괴 이후였다.
현재 주식 투자자들 사이의 핵심 논쟁은, 미국 대형 기업들의 폭발적인 이익 증가가 최근 주식시장의 사상 최고치 경신 랠리를 정당화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머서 어드바이저스(Mercer Advisors)의 CIO인 Don Calcagni 는 이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그는 “현재 주가 수준을 정당화하려면 이런 수준의 이익 성장이 수년간 이어져야 한다”며 “하지만 나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대 진영의 논리는 다르다. AI 붐은 이제 막 시작 단계이며, 기업들이 AI 기술을 판매하고 도입하며 개선해 나가는 과정에서 앞으로 이익이 훨씬 더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이 과정이 미국 경제 전반의 성장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본다.
Jeff Blazek 네우버거 버먼(Neuberger)의 멀티에셋 공동 CIO는 “주식이 싸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끔찍하게 비싼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자신의 팀이 시장 전체 예상보다 연준이 더 완화적인 금리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는 채권도 좋아하지만, 주식 역시 좋아한다”고 말했다.
물론 최근 주식시장의 폭등세는 투자자들에게 회의론을 가질 이유를 거의 주지 않고 있다. 반도체 주식 랠리가 다시 강하게 이어지고 있으며, 상승세는 양자컴퓨팅과 우주 산업 관련의 투기적 종목들까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2026년 주식시장에 대해 낙관적인 투자자들조차도, 그 전망은 중동 지역 긴장이 완화된다는 전제 아래 가능하다고 경고한다. Jeff Buchbinder LPL파이낸셜의 수석 주식전략가는 자신과 동료들이 최근 유가를 “진실의 차트(chart of truth)”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가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만약 늦여름에도 유가가 100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시장 공식 자체가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크바인더는 높은 밸류에이션만을 이유로 현재의 주식 랠리에서 빠질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상승은 충분히 합리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지금의 낙관적인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두 가지 요소를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 낮은 금리, 그리고 더 많은 이익 성장. 이 두 가지가 모두 나오지 않는다면 지금의 주식시장은 비싸 보일 수밖에 없다”고 부크바인더는 말했다.
The Risk Premium for Holding Stocks Over Bonds Is Vanishing - Hannah Erin Lang, Sam Goldfarb, The wall street journ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