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 AI가 약속하는 생산성 향상이 이러한 인플레이션을 완화할 만큼 제때 나타날 수 있을까?

미국 소비자물가 중 ‘컴퓨터 소프트웨어 및 액세서리’ 가격의 전년 대비 변화율

→ 메모리칩, 서버 부품, 저장장치, 네트워크 장비 등 관련 수요가 폭증하고 있고, 이것이 컴퓨터 관련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음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은 약해졌다. 휘발유 가격도 마침내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에는 새로운 촉매가 등장했다. 미국의 대규모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이 스마트폰부터 전기요금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가격을 밀어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문제는 이러한 AI 인프라 구축이 경제 전반에 얼마나 넓게 파급될지, 그리고 얼마나 오랫동안 인플레이션을 높은 수준에 머물게 할 수 있을지다. 그 답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AI 군비 경쟁에 쏟아지는 자금 규모는 전례 없는 수준이다. 팩트셋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 5개 기업, 즉 알파벳, 아마존, 메타 플랫폼스,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의 올해 자본지출이 7,41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보다 거의 75% 증가한 규모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2024년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앞으로도 더 커질 것

그 많은 돈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대부분이지만, AI 인프라 구축 자체는 매우 물리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고 컬럼비아대학교 경제학자 스테인 반 니우어버그는 말했다. AI에 사용되는 데이터센터에는 고도화된 컴퓨팅 장비, 장비 과열을 막기 위한 냉각 시스템, 전력 및 광섬유 케이블, 전력 차질을 막기 위한 예비 발전기가 필요하다. 발표되었거나 계획된 개발 프로젝트를 기준으로, 반 니우어버그는 2032년까지 AI 인프라 구축에 들어가는 지출이 약 8조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한다. 이는 뉴욕시 전체 부동산 시장의 시장가치의 거의 5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처럼 수요가 막대하다 보니, AI 인프라 구축에 들어가는 여러 요소들의 가격이 오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은 AI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가격 상승은 더 넓은 경제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예를 들어 메모리와 저장장치용 반도체는 비디오게임 콘솔부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소비자 전자제품에 사용된다. 닌텐도, 마이크로소프트, 소니는 모두 기기 가격을 인상했다. 애플 제품 가격도 오를 예정이다. 팀 쿡 최고경영자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비용 상승 폭이 “40년 넘게 어떤 분야에서도 본 적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예상하는 것처럼 AI가 혁명적이라면, 결국에는 인플레이션을 식히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는 과거 기술혁명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다. 기술혁명은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높였고, 기업들이 가격을 올리지 않고도 수요를 충족하기 쉽게 만들었다. 현재 연방준비제도 의장인 케빈 워시도 이전에 이런 주장을 펼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AI는 생산성을 높이고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상당한 디스인플레이션 요인이 될 것”이라고 썼다. AI 붐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워시가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그의 연준 리더십에 대한 첫 번째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AI 인프라는 19세기 철도, 20세기 초 전기화, 닷컴 붐 당시의 통신 인프라 같은 과거의 변혁적 기술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구축될 수 있다. 하지만 그 결실이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UBS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일정이 빨라진다고 해도, AI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도움을 주기 시작하려면 최소한 몇 년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AI가 만들어내는 수요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월요일 발표된 전미기업경제협회(NABE)의 이코노미스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1%는 AI 인프라 구축이 향후 1년 동안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NABE 회장이기도 한 EY-파르테논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그레고리 다코는 “대규모 기술혁명의 첫 번째 단계에서는 제한된 자원에 부담이 가해지는 경향이 있고, 이는 가격에 상승 압력을 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미 이러한 현상은 인플레이션 지표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5월 컴퓨터 소프트웨어 및 액세서리 소비자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약 15% 상승했다. 추가적인 가격 인상이 대기 중일 가능성도 있다. 노동부가 집계하는 전자부품 및 액세서리 도매가격 지표는 지난달 전년 대비 27% 상승했다.

에버코어 ISI의 전략가들에 따르면, AI 인프라 구축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지난해 도입된 관세나 올해의 연료 가격 급등과는 근본적으로 다를 수 있다. 관세와 유가는 모두 일회성 충격으로, 일시적으로 가격 상승에 반영되는 요인이다. 반면 AI는 수요에 대한 충격이며, 이 충격은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

실제로 그 수요 충격의 상당 부분은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 리사 쿡 연준 이사는 지난달 연설에서, 발표된 데이터센터 지출 가운데 실제로 집행된 것은 아직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오픈AI와 앤트로픽이 향후 기업공개를 통해 조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금은 AI 인프라 구축에 더 많은 연료를 더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반도체 주식의 랠리에도 반영되어 있다. 반도체주는 투자자들이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크게 상승했다. 이번 주 급격한 매도세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PHLX 반도체 지수는 지난 1년 동안 약 150% 상승한 상태다.

물론 데이터센터에는 반도체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데이터센터를 짓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다른 많은 요소들도 경제 전반에서 널리 사용된다. 이는 다양한 기업들의 비용을 높일 수 있고, 기업들은 그 비용을 소비자 가격 인상을 통해 회수하려 할 수 있다. 일부 경우에는 AI 인프라 구축이 인건비 상승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데이터센터 건설 과정에서 수요가 높은 노동자들의 임금은 이미 오르고 있다. 전기 및 배선 설치 계약업체 근로자의 4월 평균 시간당 임금은 전년 대비 6.5% 상승했는데, 이는 전체 민간부문 근로자의 3.6% 상승률과 비교된다.

데이터센터 건설 지출

그리고 새로운 데이터센터들이 가동되기 시작하면서 전력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올해 초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들은 2030년까지 미국 전력 수요 증가분의 거의 절반을 데이터센터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 결과, 이들은 올해와 내년에 소비자 전기요금이 매년 약 6% 상승할 것으로 봤다.

물론 이코노미스트들은 AI 인프라 구축이 코로나19 위기 이후 경제가 재개되면서 미국이 경험했던 것과 같은 인플레이션 급등을 촉발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스마트폰이나 비디오게임 같은 품목은 사람들이 매년 지출하는 금액에서 극히 작은 비중만 차지한다. 노동부에 따르면 전기요금조차 소비자 지출의 약 2.5%에 불과하다.

대신 AI 인프라 구축은 인플레이션을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에 머물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목요일 상무부가 발표할 예정인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의 5월 수치가 전년 대비 4.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는 5년 넘게 보지 못한 수준이다. 일시적으로 보였던 여러 요인들이 연이어 가격을 밀어 올렸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의 이코노미스트 욘 스타인손은 “이런 일들이 더 많이 발생할수록 사람들은 ‘이봐, 이건 하나의 패턴이구나. 어쩌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내려올 것이라고 기대하면 안 되는 것 아닐까’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The Data-Center Boom Is Sparking a Third Wave of Inflation - Justin Lah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