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트레이더들은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미·이란 전쟁 초기 더 큰 경제 위기를 막아줬던 비축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새로운 원유 공급난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주 워싱턴과 테헤란 간 휴전이 결렬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은 다시 사실상 폐쇄됐다. 이에 따라 평소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이 해협을 통한 운송이 잠시 급증했던 흐름도 끝났다.

미군의 폭격 작전은 수요일까지 닷새 연속 이어졌으며, 이날도 두 차례의 공습이 실시됐다. 미국은 7월 7일 이후 이란을 상대로 총 아홉 차례에 걸쳐 공격을 감행했다. 걸프 지역 원유 수출에 대한 위협이 다시 커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공격이 이번 주와 다음 주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금요일 회원국들이 지난 3월 발표한 4억 배럴 규모의 비상 비축유 방출 계획 가운데 거의 4분의 3을 이미 시장에 공급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에 공급될 비축유가 완전히 소진되기까지 불과 몇 주밖에 남지 않았다는 의미다.

한 트레이더는 “우리가 가지고 있던 모든 완충 수단을 소진했다. 말 그대로 전부다”라며 “이제 그 물량은 모두 사라졌다”고 말했다.

휴전이 처음 발표된 직후 유가는 배럴당 약 100달러에서 70달러를 조금 웃도는 수준까지 급락했다. 그러나 트레이더들의 불안감이 다시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듯, 브렌트유는 화요일 배럴당 87달러를 넘어 한 달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요일에는 약 85달러에 거래를 마쳤으며, 이번 주 들어 10% 넘게 상승했다.

유가, 이달 들어 반등 (브렌트유)

지난달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개방하기로 합의하기 전까지 해협이 4개월간 폐쇄돼 있는 동안, 서방과 아시아 각국 정부는 공급 부족이 세계 경제를 흔들지 않도록 동원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수단을 사용했다.

서방 국가들은 사상 최대 규모의 전략비축유를 방출했고, 중국은 원유 수입을 절반으로 줄이는 한편 국유기업들에 재고에 쌓아둔 연료를 꺼내 사용하도록 했다. 그 결과 국제에너지기구가(IEA) 세계가 역사상 최악의 공급 차질을 겪고 있다고 경고했음에도, 브렌트유는 지난 4월 배럴당 126달러에서 고점을 형성하며 사상 최고치에는 크게 못 미쳤다.

그러나 트레이더들은 해협의 재봉쇄가 수개월간 이어질 경우, 부족한 공급량을 이번에는 어디에서 메울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란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압박을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 애스펙츠의(Energy Aspects) 시장정보 부문 책임자인 암리타 센은 전쟁이 시작되기 전 원유시장에는 각국 정부가 통제하는 전략비축유를 제외하고도 약 4억 배럴의 잉여 재고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제는 남아 있는 재고가 거의 없습니다.”고 그는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이 원활하게 이어질 것이라는 시장의 안일한 기대가 심각한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일반 운전자들도 주유소에서 고통을 체감하고 있다. 전쟁 시작 이후 휘발유·경유 가격은 원유보다 더 빨리 오르고, 내릴 때는 더 천천히 내리는 흐름이다.

트럼프는 수요일 유가 상승에 대해 "그들(이란)이 지켜야 할 걸 지키지 않아서 강경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약간의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이 진정되면 유가는 55달러가 될 것"이라며 "곧 이란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제연료 시장의 수급은 극도로 빠듯한 상태다. 세계 2위 경유 수출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 공격으로 정제 시설에 추가 타격을 입으면서 공급이 더 악화됐다. IEA는 금요일 휘발유·경유 공급난 가능성을 경고했고, 유럽 도매 경유 선물 가격은 이번 주에만 14% 올랐다.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이후 수년 동안 러시아산 연료를 기피하기 시작했지만, 러시아산 경유를 계속 사들였던 튀르키예와 브라질 같은 국가들도 이제 대체 공급처를 찾아야 하면서 물량 확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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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웨이트 같은 국가들이 주요 공급국이라는 점에서 항공사들이 항공유 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가 광범위하게 제기됐지만, 아직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정유사들이 생산을 최적화하고 항공사들이 수익성이 낮은 항공편을 줄인 덕분이다. 그러나 여름철 성수기 동안 재고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겨울 휴가철을 앞두고 이를 다시 채우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6월 글로벌 원유 재고는 소폭 증가했지만, 앞선 3개월 동안 감소한 물량과 비교하면 증가 폭은 미미했다. 휴전 이후 유가가 하락한 것은 일시적인 공급 과잉과 맞물려 있었다. 걸프 국가들이 가득 찬 저장탱크를 비우기 위해 수백만 배럴의 원유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서둘러 내보냈기 때문이다. 생산을 정상화하려면 저장 공간을 먼저 확보해야 했기 때문이다.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석유회사 아드녹(Adnoc)은 입찰을 통해서만 8,400만 배럴을 판매했다고 업계 전문매체 아거스가 전했다. 또한 걸프만 진입을 여전히 꺼리는 대형 유조선들에 원유를 전달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셔틀’ 운송 시스템을 가동했다. 그러나 아드녹의 해운 부문은 각각 약 200만 배럴을 운송할 수 있는 이 초대형 유조선 가운데 두 척이 화요일 오전 해협을 통과하던 중 이란의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최소 한 명의 선원이 사망했다.

걸프 지역 일부 산유국들은 수출 경로를 어느 정도 우회할 수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전쟁 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하루 약 700만 배럴을 수출했지만, 현재는 홍해 연안 항구를 통해 하루 약 500만 배럴을 내보내고 있다. 반면 이라크와 쿠웨이트 같은 국가들은 여전히 수출길이 사실상 완전히 막혀 있다.

나티시스은행의 조엘 핸콕 수석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결국 시장은 원유 수송이 낙관적인 경로로 회복될 것이라고 가격에 반영하고 있었지만, 이제 그런 시나리오는 분명히 가능하지 않게 됐다”며 “적어도 새로운 외교 협상이 다시 시작되기 전까지는 그렇다”고 말했다.

Oil traders warn market is close to running on empty as Hormuz shuts again - Verity Ratcliffe, Steff Cháve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