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는 7,500억 달러가 넘는 새로운 인공지능 관련 거래를 추진하고 있다. 회의론자들이 업계 전반의 수요와 기업가치를 인위적으로 부풀리고 있다고 경고해온 투자 방식이 더욱 빠르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금요일 늦게 공개된 한국 대기업 SK그룹과의 파트너십에 따라 두 회사는 서로 5,000억 달러가 넘는 규모의 사업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엔비디아는 밝혔다. 또한 엔비디아는 미국의 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서 오픈AI가 컴퓨팅 자원을 임차할 수 있도록 최대 2,500억 달러를 지원하거나 보증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이는 엔비디아가 고객사와 추진한 금융 지원 거래 가운데 가장 큰 규모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해 영화 ‘빅쇼트’로 잘 알려진 투자자 마이클 버리까지, 시장의 주요 인사들은 수개월 동안 이러한 거래의 ‘순환적’ 성격을 경고해왔다. 엔비디아가 자금을 지원하거나 지분을 투자한 기업과 프로젝트가 다시 엔비디아의 반도체를 구매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런 거래는 오히려 더욱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시장이 우려하는 것은 이러한 거래가 실제 수요를 왜곡하고 잘못된 투자 판단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인공지능 기술에 수천억 달러를 투자한 기업들이 충분한 수익을 내지 못할 경우, 손실 규모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미국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위해 오픈AI가 자사 반도체를 구매하는 데 필요한 자금 가운데 3,500억 달러를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또한 엔비디아는 월요일, 오픈AI의 전 수석과학자 일리야 수츠케버가 공동 창업한 AI 스타트업 세이프 슈퍼인텔리전스(Safe Superintelligence Inc.)에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엔비디아가 5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츠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게리 탄은 “엔비디아의 투자와 파트너십은 장기적인 AI 인프라 확충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순환형 금융 구조를 우려하고 있다”며 “갈수록 더 많은 자본이 미래의 AI 고객과 인프라 구축에 자금을 대는 데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월요일 뉴욕 증시에서 5% 하락한 196.51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6월 5일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이다. 엔비디아는 애플에 밀리며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의 지위도 잃었다.
한편 엔비디아의 채무불이행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비용은 사상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해당 비용은 연간 기준 최대 0.14%포인트 오른 0.82%까지 치솟았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애널리스트 만딥 싱은 블룸버그TV에서 “엔비디아는 현재와 같은 속도로 AI 인프라 구축이 계속되기를 원한다”며 “이는 엔비디아에 큰 위험이다. 설령 6개월에 불과하더라도 투자가 잠시 멈춘다면 엔비디아에는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최근 행보는 지난 몇 년간 AI 생태계 전반에서 추진해온 대규모 거래 열풍에 새로운 거래를 더한 것이다. AI 프로세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산업 전반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오픈AI와 같은 AI 개발사뿐 아니라 마벨 테크놀로지 같은 반도체 기업에도 지분 투자를 해왔다.
다른 업계 기업들도 비슷한 방식의 거래를 선택하고 있다. 제미나이를 비롯한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글은 앤트로픽이 사용하는 5개 데이터센터의 임차료 지급을 보증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통해 오픈AI의 경쟁사인 앤트로픽은 사실상 350억 달러 규모의 대출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거래로 인해 많은 AI 기업의 이해관계가 갈수록 복잡하게 얽히면서, 특정 기업이나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충격이 업계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핵심 우려 가운데 하나는 AI 산업의 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AI 기업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차입을 확대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SK그룹의 협약에 따라 양사는 한반도에 총 2기가와트가 넘는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공동으로 구축할 예정이다. 이는 약 15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른바 ‘AI 팩토리’ 가운데 첫 번째 시설은 SK텔레콤이 건설하며, 내년에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한국의 황금기”라며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호황을 누리고 있고, 제조업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은 전 세계의 AI 인프라 구축을 지원할 역량을 갖춘 국가”라고 말했다.
현재 논의 중인 오픈AI와의 잠재적 거래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소프트뱅크그룹의 자회사 SB에너지가 미국 오하이오주에 개발하고 있는 5,000억 달러 규모의 10기가와트급 데이터센터 허브를 임차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전했다.
관계자 중 한 명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오픈AI에 최대 2,500억 달러 규모의 보증을 제공할 수 있으며, 오픈AI가 엔비디아 제품을 구매하는 데 필요한 3,500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다만 협상은 아직 초기 단계로, 거래가 무산되거나 자금 조달 조건이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고 관계자들은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앞서 관련 협상 내용을 보도했다.
글로벌X 매니지먼트의 투자전략가 빌리 렁은 “엔비디아가 오픈AI의 데이터센터 부채를 더 많이 보증하게 되면, 이미 시장의 검토 대상이 된 공급업체 금융 구조가 더욱 심화된다”며 “이는 AI 수요가 강하다는 신호인 동시에 AI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거래가 성사될 경우, 엔비디아의 지원은 상장되지 않았고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는 오픈AI에 대해 채권자들이 자금 지원을 확대하는 데 느끼는 우려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오픈AI는 챗GPT 운영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거래는 소프트뱅크 창업자 손정의가 AI 산업 발전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을 실현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부채 의존도가 높은 데이터센터 사업과 마찬가지로 소프트뱅크의 사업구조 역시 AI 투자 열풍이 계속된다는 전제에 갈수록 더 크게 의존하고 있다. 현재 소프트뱅크의 이익 상당 부분은 오픈AI의 기업가치 상승과 향후 대규모 기업공개 가능성에 달려 있다.
소프트뱅크는 10월까지 오픈AI 한 곳에만 약 65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으며, 해당 투자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상 최대 규모 중 하나인 400억 달러의 브리지론 계약도 체결했다. 그러나 소프트뱅크가 제한적인 통제권만 보유한 기업에 대한 투자와 의존도를 계속 확대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SK그룹과의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컴퓨터용 메모리 반도체를 보다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SK그룹 계열사인 SK하이닉스와 한국의 경쟁사 삼성전자는 해당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세계 최대 업체들이다.
AI 데이터센터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늘어나면서 이들 메모리 반도체는 공급 부족을 겪고 있다.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설계하는 과정도 지원할 예정이며, 이는 향후 공급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젠슨 황은 인터뷰에서 5,000억 달러가 넘는 이번 거래 규모에는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를 구매하는 금액과 SK그룹이 엔비디아의 슈퍼컴퓨터를 구입하는 금액이 모두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사 간에 총 5,000억 달러 규모의 사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금요일 늦게 한국에서 건설 중인 AI 데이터센터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네이버에 1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이번 투자를 통해 인터넷·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네이버는 해당 시설의 규모를 기존 계획보다 세 배 이상 확대할 수 있게 된다.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 브룩필드와 공동 개발 중인 이 데이터센터에는 엔비디아의 AI 컴퓨팅 장비가 사용될 예정이다. 이 소식에 네이버 주가는 한국 증시에서 8% 넘게 급등했다.
젠슨 황은 오픈AI와 앤트로픽 같은 기업에 대한 엔비디아의 투자가 자사 사업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투자 수익도 가져다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엔비디아는 IREN, 코어위브, 네비우스그룹 등 데이터센터 기업들과도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오픈AI와 논의 중인 신규 계약을 제외하더라도 엔비디아가 올해 발표한 유사 거래 규모는 총 5,400억 달러를 넘어선다.
젠슨 황은 엔비디아가 자사 반도체의 주요 구매자들에게 직접 자금을 지원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거래가 순환형 구조라는 지적에는 강하게 반박해왔다.
그는 지난 1월 코어위브 투자와 관련해 “우리가 투자한 금액은 그들이 최종적으로 조달해야 할 전체 자금 가운데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이를 순환형 거래라고 보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Nvidia’s $750 Billion in Deals Reignite Circular AI Fears - Dina Bass and Winnie Hsu, Bloombe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