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I가 발표된 전일, 시장은 협상 기대감으로 인한 본격적인 유가 조정이 시작된 최근 2주와 마찬가지로 단순하게 반응했습니다. ​ '무척이나 높았던 예상치 보다는 PPI가 크게 낮게 발표되었으니 인플레는 꺾였다' → 주식, 채권 랠리 논리입니다. ​ 특히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이 약하게 나오면서 디스인플레이션 재개 및 금리 인하 기대감까지 자연스럽게 번졌고, 이는 글로벌 유동성 자산 랠리를 야기 하였습니다. ​ 문제는, 3월의 PPI는 조금만 깊게 들여다보면 명백히 시장이 조금도 환호하거나 안심할 만한 데이터가 아녔다는 점에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금번 PPI는 표면상으론 시장이 안도할 수도 있으나, 뜯어보면 오히려 꽤나 불안한 보고서 입니다. ​ 일단 시장이 환호한 이유는 헤드라인 물가가 전월비 0.5%로 전망치 1.1%를 크게 밑돌았고,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또한 예상치 대비로는 크게 약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장이 본질적으로 경계해야 할 점은, 금번 예상치 대비 하회가 진짜 인플레 진정이라기보다 초기 인플레 구간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착시 현상이라는 점에 있습니다.

일단 금번 3월 생산자 물가가 '예상치' 대비 낮게 나온 이유의 '질'이 좋지 않습니다. ​

BLS 발표치를 보면 3월 최종수요 PPI는 +0.5%, 상품은 +1.6%, 서비스는 0.0%로 발표 되었습니다. 문제는 서비스가 눌린 주된 이유는 trade services (도소매 유통마진)가 전월비 -0.3%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

즉 '기업이 받는 가격 압력이 전반적으로 꺾였다'기보다, 도소매 유통마진이 전월비 일시적으로 줄어든 영향이 컸다는 뜻입니다. ​

반대로 운송·창고 서비스 물가는 전월비 +1.3%로 대폭 상승했으니, 실제로는 금번 근원 PPI의 예상치 대비 나름 큰 폭 하락의 본질은 일시적으로 눌린 유통마진이 크게 기여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

그렇다면 도소매 마진이 왜 하필 3월에 눌렸을까요? 정말 100불 유가를 견디지 못한 글로벌 경제로 인해 수요파괴가 이미 시작됬기 때문일까요? 3월 도소매 마진 하락의 본질= “가격을 못 올린 게 아니라, 아직 못 올린 상태” ​

PPI에서 말하는 trade services(도소매 마진)는 단순 가격이 아니라 도소매업자의 매입가와 판매가 사이의 마진입니다. 즉 해당 수치의 전월비 0.3%의 하락은 프루츠가 보기엔 소비자 가격이 내려갔다기보다, 비용 상승을 아직 판매가에 반영하지 못한 것을 의미합니다. ​

아시다싶이 본격적인 에너지 대란은 3월에 시작되었고, 금번 PPI 또한 3월 물가를 반영합니다. ​

원가가 (특히 에너지/운송) 급등하는 초기에는 -> 판매가격은 즉각 못 올리니 결과는 초기 마진 압축 발생으로 귀결 되는데, 이건 과거에도 관세로 인한 유통마진 압축에서 설명한 바 있는 비용 견인 인플레이션의 전형적인 초기 패턴 입니다. ​

올해 3월은 유가와 디젤 등 각종 상품 가격과 함께 운송비 급등이 발생하기 '시작한' 첫 달입니다. 그러니 도소매 가격은 기존의 장기계약, 경쟁, 기존 재고 등으로 인해 즉시 반영이 불가합니다. 그래서 보통 에너지 코스트 푸쉬 인플레이션 초기에서 발생하는 구조는 아래와 같습니다. ​

**에너지/운송비 up → 도매 매입가 up → 소매 판매가는 고정 → 마진 down ​

특히 디젤은 물류 전체에 대한 기본적인 cost base로 잡히기에 도소매 유통 업자들의 비용에 전방위적인 압박으로 작용합니다. ​

계절적 요인 ​

또한 1~2월 등의 연초에는 직전 년도에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들여온 재고들이 존재합니다. 허나 3월부터 새로운 고비용 재고 유입이 시작되는데 여기에 에너지 가격 급등까지 겹치니, 기업들은 기존 재고는 경쟁으로 당장 가격을 못 올리고 판매할 유인이 생기지만 새로운 재고는 비싸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

즉 이러한 혼합 마진 구조에서는 결국 평균 마진이 초기에 압축되므로 이건 단순 경제 지표에서 나타나는 숫자보다 현장에선 훨씬 더 강한 물가 압력을 느끼게 됩니다. ​

-수요 파괴(?)에 대한 초기 두려움 ​

이게 핵심이자 미묘한 구간입니다. ​

현재 여러 크랙 스프레드나 경제 지표에서 명목 수요조차 여전히 강하게 살아 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3월과 같이 에너지 가격이 처음으로 급등한 달부터 유통업자들이 이를 판매 가격에 바로 전가하기는 어렵습니다. 관련 칼럼: 되살아난 망령이 허망한 이유 (프루츠 이선철) 기업들은 보통 비용 견인 인플레이션 초기에는 일단 마진을 희생한뒤, 이후 점진적으로 가격 인상을 시도 합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늘 비이성적인 경향이 있기에, 여전히 물리적 공급차질이 일간 최소 천만 배럴에 달하는 와중에도 당장 헤드라인에 따라 단기적인 시장 모멘텀이 형성합니다. ​

전일 PPI 수치를 본 시장은 “근원 PPI가 전월비로 충격이 없으니 인플레이션이 꺾이기 시작했나?"고 환호하지만, 해당 수치는 프루츠가 보기에 '나쁜' 인플레이션(비용 견인)의 전형적인 초기 경로를 반영 합니다. 즉, 에너지 대란이 일어난 첫달이라 '아직 기업이 가격 전가를 못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또한, '최종수요 less foods, energy, and trade services'는 3월에 전월비 +0.2%로 발표되었지만 전년비 기준으로는 +3.6%로 여전히 절대 수준으로 매우 높습니다. 즉 월간 숫자는 둔화됐어도 기저 레벨 자체가 이미 2% 물가목표와는 거리가 매우 멉니다. 이번 예상치 하회를 “약간의 격려” 정도로 볼 순 있겠지만, CPI와 PPI 수치들을 고려했을때 연준이 중시하는 근원 PCE가 다시 연준의 목표를 크게 초과하는 속도로 나올 가능성은 매우 확정적 입니다.

기억해야 할 점은, PPI가 '예상치' 대비 낮다고 해서 애초에 절대 물가 수준이 높은 상황에선 연준에게 금리인하 여력이 더 생기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에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대다수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번 PPI 이후 3월 근원 PCE 추정치를 대체로 0.24~0.30% (전월비), 약 3.2% (전년비) 부근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

즉 전일 시장은 기업단의 근원 물가 쇼크가 없었다는 점을 연준의 완화 여지로 연결하였지만, ppi의 절대 수치는 전년비 기준 4%로 수년만에 가장 높은 추세로 반등중에 있으며 실제 정책판단에 사용되는 pce는 끈적한 수준으로 발표될 것이 확정적인 상황입니다. (pce 전망치는 ppi 수치에 많이 영향받기에 보통 전망치에 거의 수렴) ​

또한 전일의 수치는 미국의 물가 파이프라인 상단은 오히려 더 뜨거워진 것을 보여줍니다. ​

중간수요를 보면 가공재 가격은 3월 +2.6%, 그중 가공 에너지재는 +11.3%, 디젤은 +42.0% 급등 했는데, 반면 비가공재는 미국 천연가스 가격의 하락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내려갔습니다. ​

허나 비가공재의 전월비 하락은 “물가 전반이 안정”되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원유, 정제, 운송 체인 쪽 코스트 푸시가 이미 강하게 들어왔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특히 비가공재는 초기 원자재 묶음이라 특정 품목 하나에 왜곡되기 쉽습니다. (천연가스-> 단기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크고, 날씨/재고/단기수급 영향 큼) ​

즉 이러한 비가공재 가격 또한 에너지 대란으로 인해 향후 몇 달 시차를 두고 생산-유통-운송 비용이 다른 품목으로 번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얼마전 발표된 서베이 계열(설문조사) 지표들은 더욱 좋지 않습니다. ​

3월 ISM 제조업 가격지수는 78.3으로 2022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였고, 서비스업 가격지수도 70.7로 22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 하였습니다. 이는 실제 “기업이 느끼는 투입비용 압력”이 강해졌다는 뜻입니다. 즉 하드데이터는 '예상치'보다는 덜 나빴지만 기업들의 심리를 선행하는 소프트/선행지표는 오히려 매우 뜨겁다가 더 정확한 해석입니다. ​

또한 뉴욕 연은의 3월 소비자 기대 조사에서는 1년 기대인플레가 3.4%로 상승했습니다. Fed 입장에서는 실제 물가뿐 아니라 기대인플레의 재상승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예상보다 덜 나빴다”와 “정책 완화 여건이 생겼다”는 전혀 다른 얘기입니다. ​

Fed의 반응 함수는 이미 시장 기대보다 훨씬 매파적으로 바뀌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전히 고용이나 미국의 명목 경기는 꺽일 조짐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3월 FOMC 의사록에서는 많은(many) 참가자들이 유가 상승이 인플레를 더 오래 높게 유지할 위험을 언급한바 있습니다. (일부는 금리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전망) ​

정리하자면, “예상보다 낮았다”는 사실보다, “왜 낮았는가”가 중요하고, 그 이유가 좋은 이유가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

전일 발표된 ‘예상치’ 대비 하회한 PPI 수치는 아래와 같이 해석되야 합니다. ​

  1. Trade margin 하락의 착시
  2. CORE PCE에는 생각보다 덜 우호적
  3. 또한 상류, 중간단계 비용 압력은 여전히 뜨거움
  4. ISM/ 기대인플레/ Fed 반응을 보면 전혀 안도할 국면이 아님 ​

정도로 요약됩니다. 그래서 전일 PPI는 수치로 보자면 냉정하게 말하자면 전혀 리스크온의 근거로 활용될 만한 수치가 아닙니다. 그리고 프루츠가 보기에, 최근 시장 반응은 이미 인플레이션이 고삐풀렸던 21년 후반기 어디즘과 매우 닮아있어 보입니다. ​